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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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요리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요리한다면 어떤 요리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생각을 요리한다'라는 발상이 재미난 <사유 식탁(Thinking & Eating)>이란 책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과 그가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인 '인생학교'에서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에는 심리학적인 측면과 철학적 사유, 요리를 접목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한 132가지 레시피와 사유 방법이 에세이 형식을 빌어 소개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요리 재료와 그 요리들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p.19

우리는 어떤 음식이 우리에게 좋은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좋다'라는 단어에 종종 너무 제한적인 의미만 부여하곤 한다. 대개는 영양분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열량은 낮고 섬유질이 많아서 유용한 칼슘 섭취원이라고 여긴다거나, 협심증의 위기를 줄이는 식품을 선호하는 식이다.


p.21

어떤 식재료는 마치 특정한 미덕을 지닌 것 같다. 그런 식재료는 우리의 성격을 유지시키는 사유의 상징으로도 자리한다. 미덕을 지닌 상징적인 식재료를 요리에 사용하면 우리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신적 변화를 꾀하면서 감각적인 만족도 취하는 셈이다.



인생학교는 이 책을 통해 식재료와 요리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는지, 어떻게 현재의 문제에 직면할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음식이야말로 생각을 떠올리거나 저장하고, 추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더없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사랑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요리하고 식사하는 행위에 대한 기존의 의미를 사고의 틀을 벗어나 더 많은 사고의 광장으로 이끈다.


그러한 과정에서 또 다른 생각과 생각들이 맞물리며 우리의 근원적인 삶의 모습에 대해서 조금씩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p.83

버섯을 사랑한다는 것은 비관의 지혜를 설파하는 일과 다름없다. 인간은 버섯처럼 쇠퇴와 어둠 속에서 산다. 우리는 살면서 즐거움이 사라지고, 신체가 노화하며, 수많은 희망이 허비되는 장면을 바라본다. 우리가 가장 아끼는 이들의 고통과 고난까지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우리의 잠재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p.132

달콤씁쓸한 기억은 삶이란 좋았던 일과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얽혀 잇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달콤씁쓸한 기억 안에서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실수로 시간을 허비하고, 후회하는 아픔을 느낀다. 세상만사가 좀 더 명료했더라면 삶은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 때는 어떻게 하는가? 내 경우에는 배불리 먹고 푹 잔다. 피로가 풀리고 나면 기분 나빴던 일들이 많이 퇴색해진다. 이 책에서도 음식을 사유의 매개물로 연결 지음으로써 불안한 마음은 보듬어 주고, 힘든 시간은 치유하고 어루만진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 보면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게 되는데, 요리를 단순히 음식 재료들을 모아 조리라는 과정을 통해 소비하는 행위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생각보다 진도가 잘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레몬 하나를 먹거나 재료로 준비하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p.163

모든 문제를 지나치게 적거나 과하게 현실적인 영역으로 밀어붙이지 않게끔 주의해야 한다. 크고 진지한 것(돈, 자유, 사랑)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욕적일 정도로 자질구레한 것(건강한 식사, 포옹, 휴식)들 역시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P.201

필요하다면 음식으로 침울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짙은 색에 살짝 무거운 질감, 그리고 은근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고기나 콩 스튜를 먹으면서 좀 더 자기반성적인 마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소고기나 콩 스튜는 그저 ㄹ개인의 성격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우울한 마음을 일깨운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요리의 정의와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요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식재료가 특정한 미덕을 불러일으킨다며, 요리를 통해 우리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리의 목적은 요리를 즐기는 데 있듯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대한 사유도 결국엔 우리가 즐기고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식사에는 좋은 대화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식사와 좋은 대화의 기준은 다르다.


중요한 건, 좋은 대화란 좋은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더 좋은 화자이자 청자가 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렵진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 마치 요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노력해야 하듯, 우리의 인간관계나 삶도 요리를 준비하듯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포스팅은 오렌지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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