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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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안다'라는 말을 오랜만에 되뇌어 본다. 나도 한때는 프리랜서를 하다 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고, 일이 없으면 그냥 하릴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더욱이 기자는 명함 없이 취재 다니기 힘든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파워블로거나 유튜버들도 웬만한 매체 이상의 파워를 내기도 하지만 프리랜서 기자는 기자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매체가 어딘지에 따라서 취재 자체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하물며 프리랜서는 그 세계에서는 좀 유명해야 기자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작가의 세계에서도 무명작가들 중에는 프리랜서가 많다.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의 이제니 작가는 내겐 무명작가가 아니다. 이미 작년에 펴낸 그녀의 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읽었던 독자로서 이름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p.21

'평생 글을 쓰겠다'라고 다짐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쓰기'에 미쳐 있다. 누가 들으면 잠도 안 자고 글만 쓰는 줄 알게지만 그건 아니고, 약 10년 동안 한 번도 메모장에서 손을 뗀 적이 없고 5년 동안단 하루도 한글 문서를 열지 않은 날이 없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하루에 열 줄이라도 쓰려고 했다. 노력이라면 노력인 이 행위 덕분에 2017년부터 매년 한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p.37

날 있었던 일, 어젯밤 꾼 꿈, 앞으로의 계획, 버킷리스트, 하루의 반성과 다짐, 기도문, 감사한 일 등을 기록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나에게 보내는 카카오톡'에 적는다. 그러곤 해야 할 일들을 하나둘씩 끝낼 때마다 삭제한다. 이미 한 일을 하나하나 지울 때마다 '작은 성공'을 만끽하며 희열을 느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왠지 섭섭하기도 했다.



무명작가라고 소개했지만 1년 만에 또 한 권의 에세이를 펴냈다. 이미 그녀는 5권 이상의 출판용 책과 3권의 전자책을 펴낸 기성작가다. 어찌 됐든, 새로운 에세이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에서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는 백수가 아니라며, 방구석에서도 언제나 꿋꿋하게 일하고 있다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일상에서 글쓰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한 게 아니라며, 아이를 키우느라 놀 시간은커녕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을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사는 모습은 나처럼 아직도 책을 쓰고 있지 못한 채 여전히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예비 작가에겐 큰 자극이 된다. 언제까지 다른 작가들이 쓴 책만 읽을 거냐고.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좋겠지만 반드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작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찾아 더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나도 책 한 권 쓸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로 나이가 더 들어서 일선에서 은퇴해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p.57

섯 권의 책을 내면서 글뿐만 아닌, 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전·현직 출판사 대표님들이나 편집자님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낄 일이지만, 책 만드는 맛을 조금은 알 듯하다. 요리 용어로 '한 꼬집' 정도? 글을 쓰기 전인 기획 단계부터 풍선도 아닌데 머리가 터질 뻔한 적이 여러 번이지만 재미있다.


p.86

구나 '무명'을 안고 살아간다. TV나 영화에 나와야만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청춘이 삶의 무명 언저리에 서 있다. 그래서인지 무명 담을 듣노라면 남 이야기 같지 않아 좀 더 볼륨을 높인다.

- 이지니,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말이 아닌 진짜로 열심히 사는 작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진 엄마들 속에 끼고 싶지만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겠다는 일념(?)이 엿보인다. 도서관 글쓰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다음 책을 기획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도 업데이트할 사진과 글감을 수집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매년 1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된 이후, 전국에 있는 여러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다닐 때가 더 많았던 시절을 곧 뛰어넘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가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던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외부에 나갈 일이 줄어들면서 2년 반 동안 죽어라 책만 파고 있는 내게 주변에서는 책 읽는다고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는 반응을 보인다. 책 읽을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한다. 이 책의 작가처럼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지 않았다면 진작 그만뒀을 것이다. 물론 작가가 되려면 읽기보단 써야 하는데...


p.113

금껏 8권을 출간하면서 4곳의 출판사와 책 작업을 했는데, 책이 계약된 후 출간될 때까지 출판사 대표 혹은 편집자와 의견이 엉킨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자랑이 아니라, 책을 쓰는 건 나지만 만드는 건 출판사이기에 저자는 전적으로 출판사를 믿고 맡기는 게 마땅하다고 여겨서다.


p.146

는 인세를 바라고 책 쓰는 걸로 들어선 게 아니라서, 이렇게 인세 내용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내가 남들보다 더 놀고, 덜 자며 수고해서 만든 작품(책)이니 노동의 대가(인세)를 받는 게 당연한데도, 아무 기념일도 아닌 날에 받는 깜짝 선물처럼 기분이 좋다.




프리랜서 작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에세이라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에 대한 글쓰기 비법이 소개되어 있진 않다. 하지만 하루 일과 중에서 어떻게 글쓰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는지, 도서관 글쓰기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다음에 쓸 책은 언제 기획을 하고 어떻게 기획안을 정리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누구나 하나쯤 하고 있을 만한 SNS에서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 작가는 오늘 하루도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글쓰기에 덕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진 않지만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조금은 강박관념도 느껴지지만 방구석에서도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손에 잡히는 데로,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읽었지만 뭔가를 써야겠다는 작가로서의 열망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본다.




이 포스팅은 세나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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