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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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전에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경주에 가면 불국사, 첨성대 등 역사 책에서 봤던 유적지들이 즐비하다. 그 유적지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한 컷을 남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경주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2019년부터 경주 월성과 그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취재해 기록한 <월성을 걷는 시간>이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신라 왕실의 권력 암투를 그렸던 <미실>의 주요 무대였던 월성의 발굴 현장을 작가가 실제로 돌아보고 느낀 점들이 소개되어 있다.


p.20

가 살면서 월성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1월 고3 엄마가 되기 직전에 짬을 내어 혼자 여행을 떠났다. 무작정 잡아탄 버스가 경주행이었던 건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귀향의 안도감과 여행지의 설렘을 동시에 주는 곳, 졸작 <미실>의 무대로 소설 속에서 하세월 뛰놀고도 여전히 미로를 헤매는 느낌을 주는 곳이 경주이기 때문이다.


p.23

빙고가 자리하고 있다는 건 월성이 그만큼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렸다! 하지만 월성 내 서빙고는 신라의 유물이 아니라 조선 영조 때 만든 것이다. 남한에 딱 여섯 개, 안동, 현풍, 경주, 청도, 창녕, 영산에 남아 있는 석빙고라지만 집집마다 냉장고는 물론 김치냉장고와 냉동고까지 보유한 세상에 대단한 흥밋거리는 아닌 듯하다.





월성(月城)은 경상북도 경주 분지 중앙에 있는 성(城)을 말한다. 신라 때에 있었던 반달 모양의 성으로, 사적지의 정식 명칭은 ‘경주 월성’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월성에 주목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천년 왕실의 신라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경주로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여행이든 일이든 목적과 별개로 귀향의 감상이 깃들기 때문이다. 고향은 기억이자 그리움이며 사라진 시간에 대한 슬픔이다." 작가는 또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수학여행지이거나 관광지로 만난 경주의 첫인상은 맥락 없이 나열되어 기억 속에 흩어져 있기 일쑤다."라고 이야기했다.


p.71

성 발굴 조사는 2014년 12월 시작해 원래는 2025년으로 기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한 기한 없이 꾸준히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발굴 일수만 따지는데 행정적인 단위로 몇 개년 계획으로 진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p.104

성 해자에서 발견된 새끼손가락만 한 이방인, 짐짓 무표정한 그의 두 눈과 벌어진 입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1,5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그의 눈에 그때의 신라와 지금의 한국은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른지? 과연 서로가 상처 주지 않으면서 공존 공생할 방법은 없을지?






작가는 유물과 유적을 관광 상품으로만 여기는 맹목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눈을 떠 문화유산을 새로운 이해와 애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이 불국사와 석굴암은 알아도 신라의 천년 왕성이 있던 월성은 모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와 서라벌은 코끼리 코 만지기와 비슷하다며, 작가는 신라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 위해서는 월성을 빼고는 신라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남아 있는 문헌과 현재까지의 발굴조사, 사람과 상상력을 통해 그동안 잠들어 있던 월성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p.142

국을 통일한 후 서라벌은 물론 월성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옛 고구려, 옛 백제에서 유입된 인구와 우대할 귀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삶터와 일터가 필요하다. 문무왕은 서둘러 월성 확장과 증측 공사에 들어간다.


p.191

성이 실질적인 왕성으로 기능한 것이 6세기 초 지증왕 때부터라고 학계에서 추정하는 바, 56명의 왕 중에서 월성의 주인으로 살았을 몇 분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월성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중심으로 ‘신라인들의 삶의 흔적’에 관한 자료를 찾고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월성은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주변의 안압지(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대릉원, 황룡사, 남산, 첨성대 등이 월성을 둘러싸듯 자리 잡고 있었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제라도 작가를 따라 월성으로 떠나보자. 작가가 걸었던 길을 따라 눈과 귀를 한데 모으다 보면 시간의 경계를 너머 월성이 다가올 것이다.



이 포스팅은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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