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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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재미난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영화나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자석처럼 끌렸다. 지난 2년 반 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다 보니 나도 한번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하지만 기사를 쓸 때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정 인물을 설정하고 고난, 갈등, 해결되는 요소들을 넣는 일은 생각처럼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보게 된 <딜레마 사전>에는 글빨이 받쳐주지 않아 고민했던 것들을 털어낼 수 있는 보석 같은 지침서가 담겨 있다.


이야기 속에는 어쩔 수 없이 갈등 요소가 들어가야 극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어떨 때는 핵고구마를 삼킨 것처럼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사이다를 한 모금 들이켜는 시원한 장면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이게 어렵다.


p.15

우리는 갈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갈등을 겪기보다는 최대한 피해서 계획에 따라 그냥 끝까지 내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라면 문제가 다르다. 독자 입장에 서면 우리는 책을 움켜쥐고 온갖 곤경과 중상모략을 만끽하며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p.36

딜레마와 유혹(특히 극단적 상황에서 닥치는 딜레마와 유혹)은 캐릭터가 믿는 신념이나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듯 윤리적인 회색지대는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동시에 끔찍하다. 독자들은 이 딜레마를 통해 자신이 캐릭터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에서 캐릭터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 빠진다면 팥 빠진 찐빵처럼 밋밋해질 것이다. '딜레마(dilemma)'란, 그리스 어원의 di(두 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한자어인 '진퇴양난(進退兩難)', '궁지(窮地)'와도 닮아 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는 어떻게 갈등 상황을 만들고 풀어가야 할까? 글 좀 쓴다는 작가도 이게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렇다면 바로 이 책 <딜레마 사전>을 참고해야 할 때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전이다. 한두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글쓸 때 옆에 두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볼 때라야 제값을 한다.


p.78

치명적인 결함은 캐릭터의 맹점이다. 캐릭터는 자신의 결함이 끼치는 해악을 알지 못한다. 이런 맹점에 이점이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이야기에서 치명적인 결함은 캐릭터가 가장 원하는 바를 막는 방해자 역할을 한다. (중략)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의 실패는 그 과정에서 드러내고 점점 더 무시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캐릭터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p.104

수많은 갈등은 의도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는 당사자가 상대를 거스르게 하려 하거나 그럴 의향을 갖고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 갈등의 원인은 성격상의 불협화음이기 쉽다. 가령 누군가 끝없이 방해를 한다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쾌함을 유발하는 요령부득의 사람이 있다거나, 이 일 저 일 부산하게 하면서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려 하지 않는 만성적인 멀티태스커가 캐릭터에게 열패감을 안긴다거나 하는 경우에 갈등이 발생한다.



IT 분야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운 좋게도 IT 외에도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CG/VFX, 모션 그래픽, 디자인, 캐드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한편의 스토리로 엮어내도 좋을 만한 성공 스토리가 담겨 있었는데, 이런 인터뷰 기사 쓰기를 좋아했다.


물론 처음부터 해피한 상황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인터뷰를 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맛깔나게 기사로 풀어내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않았다. 기사 잘 쓰는 선배들은 어쩜 그리도 많은 기사들을 술술 써내는지 부러웠다.


글빨은 일천하면서도 잘 써보겠다는 욕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감일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기사를 끝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민의 줄기들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취재기자 캐릭터를 모티브로 다양한 암투 사건이 벌어지는 잡지사가 배경이었다.


p.137

모욕을 당하다


·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유행에 뒤처진다는 말을 듣는다.

· 신체적 결함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

· 무례한 행동, 비속어, 혐오스러운 말로 공격을 받는다.

· 세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p.197

원치 않는 연애가 진행되다


·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친구가 있다.

· (상사, 대학교수, 건물주, 건물의 보안 담당 등) 권력이 있거나 힘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구애한다.

· (가장 친한 친구에게 중요한 사람, 언니의 전 파트너, 약혼자의 어머니 등)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람과 연애가 진전된다.



<딜레마 사전>은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에게 고통과 시련을 안겨줄 온갖 갈등 상황과 딜레마들을 집약해 소개한 책이다. 특히 이런 갈등 요소들을 설정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달았다. 이 책은 '작가를 위한 사전' 시리즈 신작이다. 소설, 시나리오는 물론 웹소설의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작법서다.


특히 이 책은 캐릭터가 겪을 수 있을 만한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피우다',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해야 한다', '거짓말을 들키다, '투자를 잘못하다', '부정부패를 목격하다', '낮은 실적 평가를 받다', '문제가 생겨 지각하다' 등 110가지 갈등 유형과 딜레마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요소와 딜레마는 스토리 창작에 꼭 필요한 설정이다. 각 유형마다 예상 가능한 캐릭터의 행동 패턴 및 심리적 특성 등 장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시가 가득하다. 이외에도 플롯과 갈등을 조합하는 방법,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의 차이 등 캐릭터의 딜레마를 창조하고 처리해야 하는 작법의 기본기를 제대로 다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포스팅은 윌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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