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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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는 매주 개봉 영화를 보러 시사회를 찾아다녔고 영화 리뷰도 꽤 많이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그냥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데 만족하고 있다. 잘 모를 땐 용감하다고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영화들을 보고 영화평까지 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소설처럼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은 어떻다고 평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영화는 별도의 평을 하지 않으니 즐기는데 더 친숙해지고 있다. 최근에 꾸준히 영화평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새로 나와 흥미롭게 보고 있다.


p.12

1990년대 시네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세대의 영화 사랑법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 시간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시네필들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거기 있을 것이다. 내 세대 시네필들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거기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을 테다.


p.34

어느 날 영화 개봉 정보가 있는 주간지를 샀다. 그런저런 영화들이 개봉 중이었다. 한 개봉작의 정보가 눈을 잡아끌었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한국말로 해석하자면 "필립 K.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레이건 시절의 시간 여행 판타지"라고 쓰여 있던 것 같다. 그걸 보려면 시내가 아니라 시외의 쇼핑몰로 가야 했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는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김미연 JTBC <방구석 1열> PD,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화정 전 <씨네21> 취재팀장, 주성철 전 <씨네21> 편집장까지. 5명의 영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뭐가 새로울까 생각해 보니, 이들이 영화배우나 영화감독은 아니지만 1990년대 비디오로 영화를 돌려보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그 시절에는 10여 종 넘는 영화잡지들이 매주 새로운 영화 소식들을 전했다.


p.55

아마 처음 복사본을 본 사람은 새하얀 설원을 그대로 보았겠지. 하지만 우리가 씨네필들의 필감작으로 입소문 난 <러브레터>를 모여 본 그곳은 불법 복제한 비디오테이프를 상영하는 영화 소모임이었고, 나는 이미 손에 손을 거쳐 상영되어 명을 다해 가는 비디오테이프와 만난 대략 100번째 관객이었다.


p.75

일단 까놓고 말해볼까. <우뢰매>는 엉망진창인 영화다. 이걸 영화라고 정의하는 게 영화 예술에 대한 모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될 만큼 <우뢰매>는 영화라고 말하기조차 힘든 영화다. 완성도는 처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표절 아닌 구석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IT 잡지들도 영화나 여행지 등을 소개하며 지금의 유튜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나 역시 매주 한 두 권의 영화 주간지를 사볼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던 팬이었다. 또한 기자로서 약간의 사명감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고 평도 썼다.


2000년대 이후 멀티스크린이 영화 시장에서 발을 넓혔고, 비디오나 CD 대여점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기로 OTT도 막강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시기를 보냈던 영화인이자 영화 애호가인 이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영화계는 어땠을지 이 책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p.97

나도 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항상 머릿속으로 공상 망망 상상을 펼친다. 누군가에게 그것들을 털어놓을라 치면 듣게 되는 한마디.


"너......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p.131

새벽녘 카톡이 울렸다. 이 시간에? 스팸이겠거니 하고 무시하려다가 '영화 이야기'라는 말이 걸렸다. 누가 스팸으로 '같이 영화 이야기 나눠요'라는 말을 쓸까. 지인인가 싶어 얼른 눌러서 프사를 확인해 봤다. 카톡의 발신자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맞았으며, 그럼에도 스팸은 아니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보고 싶은 영화를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1990년대에는 비디오 대여점이 하나둘 늘어나던 시기였고, 용산 주변에는 불법복제 테이프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지금보다 더 하면 더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수십, 수백 편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대여점에서 빌린 테이프를 적어도 두세 번 이상은 돌려봤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이 많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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