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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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북유럽 어디든지 가보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지난 7월 말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서 책 읽기도 잠시 손을 놓게 되는데,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그림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엽고 푸근한 파스텔톤 색감의 일러스트에 은유와 재치를 담은 문구로 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스칸디나비아라고 하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나라들을 말한다. 이들 나라의 문화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물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매혹적이면서도 재미난 표현을 담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관용구 50문장을 모아 그 말이 탄생한 배경과 의미를 재미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p.14

황금과 푸른 숲을 약속해


많은 사람들이 '달과 별'에 빗대어 터무니없는 약속을 맺곤 합니다. 하지만 겸손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들을 약속하죠. 그들은 달과 별을 대신해 '황금과 푸른 숲'을 말합니다.


p.33

내가 일찍이 장군풀을 올려두었어


호텔 수영장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한 쟁탈전은 국가를 불문하고 매우 치열하죠.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이른 아침부터 수건 따위를 선베드에 올려놓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대상 위에다가 '장군풀(루바브)'을 올려둘 거예요.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신맛 사과 베어 물기'는 백설 공주에서처럼 사과를 베어 무는 것이 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우리말의 '울며 겨자 먹기'처럼 내키지 않는 상황을 마주해야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더 재미난 건 덴마크에서는 신 사과를 먹는 것보다 낙타를 삼켜야 할 만큼 힘든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다고 하니 어느 나라든 표현력이 대단하다.


먹는 표현 하나 더 소개하자면, 덴마크에서는 청어를 대단히 고귀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프러포즈라도 할 때면 '나의 맛있는 청어'라고 하면 말로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하니 문화적인 차이를 넘기가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스웨덴 고양이들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트밀 주변을 최대한 오랫동안 살금살금 걸어 다닌다고 한다. 왜? 죽이 식기를 기다리는 거라고 하는데... '뜨거운 죽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란 표현은 누군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난감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니 재미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p.50

버터 눈의 한가운데


버터의 눈 한가운데에 있다는 건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뜻입니다. 식구들이 큼지막한 공동 사발에 죽을 담아 함께 나눠 먹곤 했었는데, 버터 조각이 그 사발 정중앙에 놓여 있었거든요.


p.74

가문비나무로 탐내다가 노간주나무로 자빠진다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노간주나무의 위상이 다른 어떠한 식물보다도 높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는 가장 영국다운 숲이라 불리는 '진'을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재료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전 세계 역전돼 가문비나무가 위상을 떨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웨덴 출신으로 영국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카타리나 몽네메리로,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스칸디나비아 문화가 매우 특별한 감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묘하고 매력적인 북유럽의 관용어들을 모아 그 말이 탄생한 배경과 진짜 의미를 담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번역가이자 동시통역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안현모 씨가 익숙함과 위로감을 주는 언어의 힘이 어떤 것인지 따뜻한 감성을 담은 해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서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낯설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스칸디나비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동양권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유럽인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나라들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자연 친화적인 생활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북유럽에 가보고 싶은 동경심은 더 커지고 있다. 바로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의 문화 속으로 풍덩 빠져 보고 싶다.



이 포스팅은 가디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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