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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CCTV가 나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지하철, 버스는 물론 내 차에 장착된 블랙박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은 또 어떤가 내가 무얼 검색하고 어떤 영상을 즐겨보는지, 쇼핑은 어떻게 하고 뭘 먹는 걸 좋아하는지 등.
나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현대판 '빅브라더(Big Brother)'의 영향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빅브라더'는 여전히 유용하다. 아니 어쩌면 더 커졌다는 게 맞다.
긍정적으로는 선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고 보호한다는 감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에, 부정적으로는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사회적인 통제의 수단을 말한다.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p18
윈스턴은 계속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있었다. 그 편이 안전했다. 그도 잘 알다시피, 때로는 등도 많은 것을 드러낼 수 있긴 하지만. 그의 직장인 진실부가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우중충한 풍경 위로 거대한 흰색 탑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그는 일종의 혐오감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이것이 런던이다.
p.41
문고리를 잡으면서 윈스턴은 탁자 위에 일기장을 펼친 채로 두고 온 것을 보았다. '빅 브라더 타도'라는 말이 방 맞은편에서도 거의 읽을 수 있을 만큼 큰 글자로 잔뜩 적혀 있는데,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겁에 질린 와중에도,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일기장을 닫아 저 크림색 종이에 얼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소설 중 하나가 바로 <1984>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읽진 않고 스토리와 빅브라더라는 용어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회 풍자 소설을 잘 썼던 조지 오웰은 소련과 스탈린 독재체제를 겨냥해 신랄한 풍자와 예리한 통찰을 담아 1945년 우화 소설 <동물농장>을 발표했다.
4년 뒤인 1949년에는 <1984>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점차 넓혀가던 전체주의 경향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또한 그것이 불러올 비극적 말로를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로 묘사한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70여 년 전에 발표한 소설 속 이야기의 빅브라더는 2022년 현재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변이되고 살아남아 더 넓게 확장되고 있다. 신용카드, 이메일, 스마트폰을 매일매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빅브라더의 존재는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p.111
만약 희망이 있다면, 프롤레에게 있다 [윈스턴의 글].
희망이 있다면, 프롤레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무시당하며 몰려다니는 그들에게서만, 오세아니아 인구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그 대중에게서만 당을 부술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에서부터 당을 타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의 적들은, 설사 적이 있더라도, 한데 모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서로를 알아볼 길도 없었다.
p.181
윈스턴은 얼룩덜룩 그림자 진 길을 걸으며, 어디든 가지 사이 틈이 벌어진 곳이라면 황금색으로 고여 있는 빛 속에 발을 담갔다. 왼편 나무들 아래의 땅에는 푸른색 종 모양의 꽃들이 안개처럼 피어 있었다. 공기가 살갗에 입을 맞추는 듯했다. 오늘 날짜는 5월 2일, 숲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산비둘기기의 단조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사회가 아닌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도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독점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일 때가 있다. '빅 브라더'라는 말을 유행시킨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사회를 통제하고 지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나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1984>를 배경으로 하거나 새롭게 각색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에리히 프롬은 <1984>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념해서 보라고 이야기했다.
권력이 인간성을 조작할 수 있을까,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 모순적인 두 개의 믿음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이중사고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유로운가, 인간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점들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참고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찌마찐의 <우리들>은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들이다. 시간 내서 모두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