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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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를 키우듯 코로나19 이후 '식집사'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식물 키우기에 재미를 들였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에서 하나 더하자면, '식멍'의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식물을 가꾸면서, 또는 바라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다.


물론 관상용으로 혹은 공기 정화같은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몸과 마음의 정서적인 면에 좋다는 식물들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미움받는 식물들>을 읽어 보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의 잡초들이 얼마나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p.12

우리 시대의 많은 문제가 잡초와 뒤얽혀 있다. 건강, 부동산 가격, 밥상에 올릴 음식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부터 먹거리 문제, 환경오염, 기후 위기 같은 중대한 이슈조차 이 미움받는 식물들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따라서 잡초에 관한 책은 당신과 나에 관한 책이자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책이다.


p.13

잡초와 인간은 공진화(한 종이 진화하면 관련된 다른 종도 함께 진화하는 현상)를 일으키며 닮게 되었다. 식물은 인간 없이 잡초가 될 수 없고, 인간은 잡초 없이 지금의 인류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해 오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인 존 카디너는 남들이 난초를 기르듯 잡초를 재배하며, 잡초를 살피러 돌아다니고, 시들어가는 잡초의 곁을 지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움받는 식물들>은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평범하고 하찮게 보이는 식물들에도 저마다 드라마틱한 사연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잡초를 연구하며 겪은 개인적인 일화에 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 지식을 총동원해 인간과 뒤엉킨 삶을 살아내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잡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37

민들레는 해바라기, 국화를 비롯해 약 2만 3000종의 식물들을 아우르는 국화과라는 거대한 과에 속한다. 국화과는 6000만 년 전부터 3000만 년 전 남반구의 곤드와나 대륙(석탄기부터 쥐라기에 걸쳐서 존재했다는 고대륙)에서 진화했다. 국화과 식물들은 바람과 물을 타고 지구상의 모든 대륙으로 퍼지면서 성공적인 번식 시스템을 완성했다.


p.59

교외 생활을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민들레가 미국 전역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주택 소유자들의 주머니 사정 덕분이었다. 인간의 정서에는 경고들이 장착되어 있어서, 노란색 민들레꽃을 보면 경고 신호가 번쩍인다. 색욕의 상징인 민들레보다 위험한 것은 바로 재정 파탄이다. 그리고 잡초 가득한 잔디밭만큼 확실하게 세속적 지위와 하락을 보여주는 요소도 없다.



이 책에서는 인간과 식물이 서로 반응하며 일어난 잡초화의 여덟 가지 방식을 각각 대표하는 잡초들에 대한 조명하고 있다. 즉, 인간 문명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해온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비름, 돼지풀 등 여덟 가지 잡초에 대해 그동안 잘 몰랐던 아니,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사실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의 역사도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소중한 작물을 독점적으로 번성시키려면 그 외의 식물들은 ‘잡초’로 분류하고 밭에서 쫓아내야 했기 농경의 역사는 곧 잡초의 역사였다는 말이다.


p.155

나는 식물 분류학 서적을 탐독한 끝에 전문가들도 베가위드의 기원과 분류를 혼란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식물이 어디서 왔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땅콩 잡초, 가뭄 잡초라고도 부르고 가장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은 플로리다와 거지(베가beggar는 거지라는 뜻)를 합친 '플로리다 베가위드'였다.


p.159

땅콩과 달리, 플로리다 베가위드의 꼬투리는 가느다란 줄기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꼬투리는 씨앗이 하나씩든 여러 개의 분절로 나뉘어 있다. 여러 조각으로 쪼갠 콩깍지 안에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베가위드의 꼬투리는 모상체라는 수천 개의 짧은 갈고리로 뒤덮여 있다. 모상체는 끈적한 진액을 분비해 꼬투리 분절이 피부, 털, 옷에 들러붙을 수 있게 도와준다. 끈적끈적한 꼬투리는 가느다란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다른 장소로 데려다 달라고 구걸이라도 하듯 바람에 흔들린다.



저자는 인간은 작물을 심고 기르는 데보다 잡초를 뽑아 없애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꽃, 귀중한 작물, 평범한 야생초가 어느 순간부터 인간에게는 극성스러운 잡초가 되었고, 그런 변화를 촉발한 것은 물론 인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잡초와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치열한 대결을 펼쳐 왔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늘 잡초의 승리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역사적인 사건을 엮어 잡초의 역사와 진화, 그리고 인간과 잡초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잘 몰랐던 잡초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식량 문제, 환경오염,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미움받는 잡초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윌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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