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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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를 읽다 보니 많이 부러웠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모든 일들이 다 생각했던 것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짧은 여행이라도 가족과 함께 다녀왔던 일들은 사진 속에서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른다.


이 책의 저자는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비용을 마련해서 해외까지 나갈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은 그런 가족여행에 대한 소감을 회고하는 형태로 기록된 10년간의 영행기다.


저자는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살기 전에는 새로운 장소가 두렵고 낯선 도전이 겁이 나 늘 보던 사람과 늘 있던 장소에서 늘 하던 일을 하며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들을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산, 근처 공원, 미술관, 박물관 등으로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p.15

첫날부터 무리했던 탓인지 바로 다음 날 작은아이 몸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비상용으로 가져간 타이레놀도 크게 소용이 없었고 아이는 음식도 먹지 못한 채 끙끙 앓았다. 밤새 지켜봐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급기야 한쪽 볼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족족 다 게워내는 아이를 보니 여기가 미국이 아니라 남극이어도 병원에 가야만 했다.


p.77

차는 포틀랜드 숙소에 세워 두고 버스와 전차의 중간 형태인 스트리트카와 지하철에 해당되는 트라이멧 맥스를 갈아타고 워싱턴 파크에 있는 오리건 동물원으로 향했다. 알고 간 건 아니었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 입장료가 할인된단다. 여러모로 공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임이 느껴졌다.



이 책에는 두 딸과 남편과 함께 미국을 시작으로 태국, 중국, 파리, 체코, 홍콩 등을 경유해온 가족들의 여행기가 담겨 있다. 여행을 떠난 곳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그들 가족에게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겐 가보지 못한 곳(혹은 갔다 왔을 수도 있고)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과 그들의 추억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간간이 들어 있는 그들의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가족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선택으로 사교육비를 쓰는 대신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못하겠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가 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녀교육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p.170

상하이에 가기 전 다 같이 영화 <태양의 제국>을 보았다. 태평양 전쟁 때 상하이에서 포로가 된 영국 소년의 이야기다. 중국인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소년 제이미는 일본군 침략으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부모를 잃고 포로수용소로 가게 된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제이미가 혹독한 현실에 타협하고 적응해가는 내용이 펼쳐진다.


p.198

파리에 도착한 건 토요일 밤. 그날은 짐만 풀고 푹 자면 되는 거였다. 대충 짐을 꺼내고 양치를 하려고 보니 치약이 보이지 않았다. 많고 많은 준비물 중에 어째서 매일 써야 하는 치약을 빠뜨린 걸까.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바로 앞 건물에 마트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된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었는지 문이 닫혀 있었다.



같은 곳을 다녀와도 서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함께 했던 공간과 시간들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고 경험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유년 시절을 다채로운 여행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습관적으로 공부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학원이나 과외에 아이를 보내는 대신 매일 영어책을 보고, 수학 문제를 푸는 꾸준함의 힘을 길러주었다고 하는데,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이들 부모처럼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튼 코로나19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던 경험들은 두고두고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말고 10년 전에 가족과 함께 광저우를 거쳐 마카오에 갔다 온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추억 속에 잠긴다.


p.230

짐 부치고 찾는 것도 번거롭고 아이들도 각자의 짐을 들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1인 1가방으로 모두 기내에 들고 타기로 했다. 덕분에 셀프체크인 기계로 수속도 빨리 끝났다. 루프트한자 기내식은 우리 입맛에 아주 딱이었는데, 식사가 비빔밥에 간식은 심지어 라면! 국내선도 아닌데 이게 무슨 횡재인가.


p.272

비행기를 탈 때 직항을 탈 것인지 경유해서 갈 것인지 항상 고민이었다. 직항은 편리하지만 비쌌고, 경유를 하면 저렴하지만 하루를 그냥 허비하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이왕 어렵게 가는 여행인데 하루라도 더 여행지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책의 시작은 8주 동안 올림피아, 시애틀, 포틀랜드, 뉴욕에서 보낸 미국 여행기로 시작한다. 10시간 넘는 비행에 둘째 딸이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국에서 처방전을 받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간 곳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딸들이 미국 아이와 얼음땡을 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가족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버무려서 소개하고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는 것처럼 카메라를 들고 미국을 시작으로 방콕, 파타야, 상하이, 파리, 프라하, 홍콩까지 가족 여행의 다양한 궤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읽단 보면 웃음 짓고 때론 안타까운 생각도 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럽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좀 더 열심히 이곳저곳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년 넘게 웅크리고 있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이제라도 계획을 잘 세워서 올겨울에는 다시 가족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어디로 갈까나?



이 포스팅은 서사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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