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 - 유머의 기술을 익히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아날로그 아르고스 5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마이클 폰테인 엮음, 김현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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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재밌는 농담으로 분위기 메이커를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철 지난 우스갯소리로 아재 개그를 한다며 핀잔을 듣는 직원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마디 던진 농담 혹은 유머로 인해 썰렁한 회의 분위기를 업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다운시킬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쪽에 속하는가?


기원전 사람들에게도 유머나 농담은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현대 독자가 질문하고 고대 철학자가 답하다!'라는 이슈를 던진 <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에서는 어떻게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청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고대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연설가, 변호사이면서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정평이 나 있던 키케로의 주요 저작과 로마 후기의 연설가이자 교육자인 퀸틸리아누스의 논고를 발췌하고 현대적인 주석을 더해 새롭게 구성했다.


p.46

재담가는 입에 불이 불어도 그 불을 끄기보다 좋은 조언을 참기가 더 어렵다네.

바로 이렇게 말이지.

재담꾼은 입에 불이 불어도 그 불을 끄기보다 좋은 농담을 참기가 더 어렵다네.


p.64

우선 자네가 사람들을 깔깔 웃게 만들면 그들은 자연히 자네 편이 된다네. 또한 사람은 농담에 경탄하지. 주로 한 단어로 (눈을 찡긋하며) '농축된' 농담 말일세. 그 농담이 선제공격일 때도 그렇지만 특히 맞받아치는 말일 때 더 그렇다네.



요즘 3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정치적인 발언들이나 각 캠프에서 던지는 메시지들을 듣고 있으면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하지만 황당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 책에는 농담이 적대적인 사람들과 가망 없는 논쟁, 혹은 선거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연설가, 변호사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요즘으로 치면 개그맨이란 부캐를 가진 인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는 로마의 총사령관이자 집정관이라는 수장의 자리에 오른 이후에 적들조차 그를 '만담꾼 집정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재치 있는 농담과 공격적인 농담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보면 재치도 느껴지지만 공격적인 느낌도 받게 된다. 세련되고 멋진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상대 후보는 물론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기도 한다.


p.103

이 유형에서 또 다른 예시로는 스키피오가 누만티아에서 했던 농담이 있네. 그는 어느 미련한 사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

"그 사람 모친에게 애가 하나 더 있었다면 당나귀였을 듯하오!"


p.150

우리는 농담이 경솔하거나 거만하거나 부적절하거나 미리 연습했거나 날조된 것으로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이야기했듯 불행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농담은 잔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떤 사람들은 권위가 높거나 존경을 받고 있어서 그들을 향한 경솔한 언행은 화자에게 해로울 뿐이다.


그렇다면 농담의 적정선은 어디까지고, 어떻게 해야 상대편도 웃음 짓게 하는 유쾌한 농담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키케로의 『연설가에 대하여』와 퀸틸리아누스의 『연설가 교육』에서 유머에 대한 부분들을 발췌하고 명쾌한 해설을 더해 농담의 기본적인 유형과 사례들을 분석해 소개했다.


키케로는 농담을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얻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퀸틸리아누스가 농담을 '도시적인 세련됨'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나가기 위해 현대인에게도 농담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처럼 느껴진다.


물론 농담은 잘못 사용하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렇지만 농담을 해야 할 상황들은 언제든지 생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이 일상화된 요즘 유머러스한 댓글 한 마디에 웃을 짓게 되지만 악의적인 표현을 담은 농담에는 과감한 철퇴가 내려지고 있다.


옛사람들도 농담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교양 있으면서도 학식이 넘치고 세련된 농담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아날로그(글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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