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든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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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마이클리디스(Alex Michaelides)의 최신 화제작 <메이든스(The Maidens)>는 스릴러 소설답게 의문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런던에서 집단 상담 치료 전문가 일하는 심리상담가 마리아나. 그녀는 1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 어머니를 잃었다. 자라면서 그다지 친하진 않았지만 언니가 결혼한 이후 사고로 부부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자, 마리아나는 언니 부부가 남기고 떠난 유일한 혈육인 조카 조이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부으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서배스천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고, 여전히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정신 치료, 특히 집단 상담 치료사로서의 직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마리아나는 조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조이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타라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심리 상담가인 마리아나는 다음날 조이가 다니고 있는 케임브리지대학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날 이후부터 조이의 대학 친구들이 하나씩 목숨을 잃게 되고, 조이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이제 나는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나가 되어 위험에 빠진 조이를 구하는 미션을 서둘러야 한다. 심리상담가라는 직업적인 우수성을 가지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범인을 찾아야 한다. 아니지, 사실 범인은 이야기 도입부에 이미 공개됐다. 성 크리스토퍼칼리지 교수인 에드워드 포스카.


그녀는 심리상담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직접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살해된 학생들을 조사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처녀들’이라고 불리는 여학생들의 집단이다. 그 집단은 카리스마 넘치는 잘생긴 고전문학 교수 에드워드 포스카를 숭배하며 따르고 있다.


p.11

에드워드 포스카는 살인자다.

이건 사실이다. 마리아나가 그저 머리로 생각해 아는 것이 아니다. 몸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녀는 뼛속과 혈관을 따라 존재하는 모든 세포 하나하나로 그 사실을 느꼈다.




이 책의 제목인 '메이든스(Maidens)'의 사전적 의미는 '처녀, 아가씨'를 뜻하는 'Maiden'의 복수형이다. 여학생들의 집단이라고 알려진 '처녀들(Maidens)'과 일치한다. 마리아나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이 비밀 집단에서 포스카 교수가 알 수 없는 ‘개인 지도’와 악명 높은 ‘파티’, 그리고 은밀한 ‘비밀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메이든스>는 대학 캠퍼스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마리아나와 살인자가 쓴 것으로 의심되는 내레이션으로 번갈아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 안 그러면 작가의 트릭에 빠지게 된다. 집단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개인을 상담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이번 소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다. 또한 범인으로 추정되지만 누구 썼는지도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일기장이란 설정에서 코난 도일을 떠올리게 된다.


조이의 담당 교수이기도 한 에드워드 포스카를 범인으로 확신하게 된 마리아나. 그녀는 사건에 깊숙이 파고들게 되고, 그 속에서 믿기 힘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소설, 그중에서도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가 주는 묘미는 텍스트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시점에서 작가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p.33

조이는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마리아나?"

마리아나는 즉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긴장한 조이의 목소리에서 긴박한 순간의 위기감이 느껴졌다. 겁에 질려 있어.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걸 느꼈다.

"조이, 괜찮은 거니? 무슨 일이야?"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조이가 대답했다.

"TV 틀어봐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뉴스를 봐요."




어쩌면 작가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오타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그는 감사의 글에서 수상자들이 소감을 발표하는 형식을 빌려 감사한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애거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나이오 마시, 마거릿 밀러, 마저리 앨링엄, 조지핀 테이, P.D. 제임스 그리고 루스 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몇몇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기억이 난다.


소설 그중에서도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는 이야기 초반에 집중해야 한다.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영상으로 화면이 구성되지 않고 오로지 책 속에 나열된 텍스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내야 한다. 사건의 전후를 새롭게 그리고 등장인물도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스케치해 나가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재미난 책이란 소문을 들었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되고 결국 초반에 책장을 덮게 된다.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가면 밤을 새워서라도 결말을 보고 나야 잠을 청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초반 설정과 긴장감을 꾸준하게 이어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장을 덮지 않게 하는 첫 번째 나만의 빗장을 풀었기 때문이다.


p.81

"그럼 타라가 이 말을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경감이 말했다. "그 말을 믿었습니까?"

"모르겠어요……. 타라는 엉망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취해 있었다고요. 하지만 늘 취해 있었기 때문에……. " 조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잠시 생각했다. "제 말은 이상하게 들리긴 했는데……."

"포스카 교수가 그녀를 왜 협박했는지 이유를 말했나요?"





작가는 전작 <사일런트 페이션트>에서처럼 미로처럼 이리저리 섞어 놓은 퍼즐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약간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마리아나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추억을 더듬는 장면은 좀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책장을 조금 더 넘기다 보면 이야기 속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사건을 재구성해 보시라. 이 책을 다시 읽는 것만큼 흥미로울 것이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한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시라.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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