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재미와 역사가 동시에 잡히는 세계 속 일본 읽기,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조재면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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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국적인 거리 풍경을 비롯해 폴더블폰에 달린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그리고 만화, 잡지를 즐겨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던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짧은 일본어 몇 마디와 역사 책에서 배웠던 막부시대나 메이지유신 정도의 역사 지식만 있었다. 그때 알았던 것들과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이 별반 달라진 건 없다.


일본과 축구를 하면 꼭 이겨야 할 것 같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엄청 열받아 하고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일본에 대한 관심이나 생각은 부정적인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일본의 실상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미디어에서는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잘 몰랐던 일본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새로 나와 관심을 끈다. 바로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이다. 이 책은 한국인들의 일본 대학 입시를 책임지는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통하는 조재면 작가가 쓴 실감 나는 현대 일본의 이야기이다.


p.17

천황은 지금도 일본의 상징으로서 존재합니다. 다소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천황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확률은 매우 낮으나 가능은 합니다.


p.45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미성년자인데 투표가 가능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민법상 성인의 기준이 한국은 만 19세이고 일본은 만 20세인데, 두 나라 모두 선거가 가능한 연령은 만 18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법, 정치·경제, 사회, 문화라는 테마별로 나누고 헌법, 교육권, 정치인, 미나마타병, 일본식 경영, 오키나와, 사회보장제도, 고령화, 자연재해, 대중문화, 와비사비, 다도 등 30여 가지 키워드를 통해 현재의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일본의 현대사와 그 시기에 있었던 사건,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이 책은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현재의 일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재조명하고 있어서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디어조차 일본을 소개할 때 감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비난만 하는 미디어 속의 이야기만 접하다 보면 역사와 외교 문제에 대한 경계심만 남고, 이웃나라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들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p.75

자민당 하면 떠오르는 것이 파벌정치입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자민당은 이렇게 파벌정치가 심했을까요? 그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일본 정치를 살펴봐야 합니다. 1946년 전쟁이 끝난 직후 민주화 과정과 함께 다양한 정당이 등장합니다. 난립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는데요. (중략)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민주당과 자유당이 합쳐진 것이 자유민주당, 즉 자민당입니다.


p.125

1991년은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해부터 일본 경제가 폭격을 받은 것처럼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버블 붕괴와 더불어 그 이후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지면서 장기적인 불황이 온 것인데요. 버블이 붕괴된 1991년부터 중간중간 큰 문제들이 발생한 10여 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일본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호황의 위험을 떠올리게 하고, 고령화 문제에서도 일본과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또한 지진이나 해일 등 기후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고 있는 각종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일본과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세계와의 상호성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현대의 일본을 안다는 건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똑바로 마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p.184

일본 철도 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정시 운행입니다. 시간에 예민한 일본 사회가 정시 운행이라는 프라이드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의 철도는 복잡하고 운행이 활발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정시 운행이 중요합니다.


p.209

홋카이도는 과거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에조치라고 불리었습니다. 에조치는 에조의 땅이라는 뜻인데, 에조는 '이민족'이라는 차별의 의미를 담아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이누는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불렀는데 이 단어가 '아이누'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과거부터 무서워하던 것이 '지진, 번개, 화재, 아버지'라고 한다. 특히 아버지란 단어가 들어간 것이 흥미로웠다. 아버지는 과거 일본의 엄격한 훈육과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일본은 태풍이나 집중 호우, 폭설, 화산 분화 등 끊임없이 재해에 시달리고 있는데, 수많은 자연재해의 반복 속에서도 무너지고 다시 복구하는 일을 묵묵히 해오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는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세탁기, 냉장고, 흑백 TV를 가리켜 '삼종신기'라고 하는데, 일본식 경영을 대표하는 '종신고용제, 연공서열, 기업별 노조'에도 같은 말을 붙인다고 한다. 이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아니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일본 이야기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일본에 대해 막연한 경계심이나 적개심을 갖기보단 좀 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 한 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독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블랙피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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