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 팩트 피싱
염유창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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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후배가 죽었다.

범인은 기사를 보고 있다?


소설이든, 영화든, 아직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정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읽고 싶거나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팩트 피싱>이란 제목만 봤을 때는 팩트 체크 기사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후기성 글을 담은 줄 알았다. 어라? 소설이네.


다시 살펴보니 확실히 소설이었다. 가판대를 장식하고 호외를 뿌려대던 신문 뉴스나 안방극장이라 불리던 TV 방송의 뉴스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디지털 플랫폼 업체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를 비롯해 유튜브, 블로그, 트위터 등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개인 인플루언서들이 제공하는 기사들이 조회할 확률이 더 높아졌다.


p.4

"여교사를 뒤에서 덥석?"

연중헌 데스크의 호통에 나윤재는 심드렁하게 입맛을 다셨다. 윤재는 출근하자마자 C회의실로 끌려왔다. 명목상 회의지 실은 집합이나 다름없었다.


p.33

주력 기사를 선발하고 제목까지 편집해놓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나머지 작업은 수월했다. 포털에 기사를 건 다음 스쿱뉴스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나니 어느덧 창밖이 환했다. 몇 가지 잔업을 마무리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 있었다.




기레기라 욕을 먹든, 데스크에 깨지든

내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조회수뿐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비대면, 온라인이 강화되면서 조회수, 클릭률을 높이기 위한 낚시성 제목의 기사들이 더욱 판을 치고 있다. 알맹이는 없고. 딱히 새로운 정보도 없고. 기레기라 욕을 먹어도 조회수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집기자 윤재.


자신이 쓴 기사로 인해 아끼던 후배가 목을 메게 되자, 기자를 죽음으로 내몬 정체불명의 누군가를 쫓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팩트 피싱>은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로 일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기사 제작 과정도 담겨 있다.


IT 기자로 취재 현장을 돌아다녔던 경험이 있다 보니, 취재하는 과정이나 기사를 쓰고 반응을 살펴보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경준의 자살현장을 목격한 윤재는 미안하단 문구가 쓰인 유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풀기 위해 몰입하고. 경준과 근무를 바꿔주었던 그 시간대부터 윤재는 사건을 되짚어 나간다.


p.80

컴퓨터가 부팅되자 파일탐색기부터 띄웠다. 하드드라이브 폴더 구성도 단출했다. '기사', '제목', '뉴스룸', '경준' 폴더 네 가가 전부였다. 윤재는 '경준' 폴더를 클릭했다.


p.134

경준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둘 다 말이 없어졌다. 어느샌가 '경준'이 뉴스룸의 암묵적인 금기어가 돼버렸다. 경준 자리에 걸터앉은 윤재의 귀에 유진의 소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족한테 전달해주시려고요?"

"그래야지."

"누가 벌써 정리한 것 같던데, 서랍이 텅 비었더라고요."



이 소설의 분량은 430쪽 정도로 좀 긴 스토리를 갖고 있다. 기사라는 형태로 수많은 사건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중심에 서 있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기래기라 불리는 요즘 언론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서 읽어 보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정쟁 속에 진실은 파묻히기 일쑤다. 알권리를 빌미로 무분별한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뭐가 중헌디?'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초단위로 뉴스가 생산되고 공유되어 조회수가 매출로 이어지는 서바이벌 뉴스 현장에 당신이 주인공이 되어 독자를 낚기 위해 낚시성 기사를 써야 한다면??


p.156

"난 제보 같은 거 한 적 없어요. UBC 기자가 뭣 때문에 딴 언론사에 제보를 하겠습니까?"

"제보와 연관된 인물이 UBC 소속이니까요. 김주희 앵커요."

"뜬금없이 김주희 앵커는 왜 끌어들이는 겁니까?"

"이승렬 씨가 시작한 일이잖습니까."

"댁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p.199

윤재는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포털 검색창에서 '한민'을 검색해 볼 목적으로, 블로그, 카페, SNS는 물론 커뮤니티의 게시물까지 웬만한 건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올릴 수 있다. 검색 조선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였지만. 한민이 풀네임인지 아닌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나윤재는 후배 경준이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데, 취재기자가 어느 날부터 탐정이 되고 수사 반장처럼 사건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모습은 다소 과장된 느낌도 살짝 든다 하지만 그게 또 미스터리 소설과 추리 소설을 집어 들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낚시 기사라는 설정으로 제4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에 선정됐다고 하니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용의자 3명이 등장한다. 사건의 퍼즐 맞추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무엇보다 제목에 이끌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면, 소설의 의도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제대로 낚인 셈이니까.



이 포스팅은 스윙테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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