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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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긴가?! 갱년기야? 갱년기네!'


50세 전후 아줌마들이 짜증 좀 냈다면... 약간의 비아냥거리는 느낌이 담긴 이런 소리를 한두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혹은 갱년기 전후의 아줌마들을 향해 무심코 이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갱년기'라는 단어는 폐경 전후의 시기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 단어에는 '바뀌다, 새로워지다'라는 뜻을 가진 '갱(更)'이라는 한자어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50세 전후의 나이는 몸과 마음이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상태로 변화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적 인식은 갱년기를 겪는 중년의 여성들을 다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는 갱년기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70년대 생으로, 요즘 언니들이 어떻게 갱년기를 바라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22

갱년기가 오면 자율신경계가 불균형해지면서 갱년기 불면증(갱년기 수면장애)이 생긴다고 하는데 요즘 저는 기억도 안 나는 꿈을 너무 많이 꿉니다. 그러다 보니 뇌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고 나도 피로를 느껴요. 게다가 새벽 4~5시경 화장실에 한 번씩 다녀오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일단 첫잠이 깨요. 새벽에 화장실 때문에 잠을 깬다고 하니까 선배 언니들이 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웃으시더라고요. 마치 '웰컴~ 너도 갱년기야.' 같은 표정이셨죠.


p.75

갱년기에 대해 제일 궁금한 것은 증상일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자신의 증상과 비교해 보는 것이 첫 단계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하면, 일반적 증상과 범위에 대해 전문가들이 정리해 놓은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보 습득의 첫 단계는 인터넷으로 일정 수준 확인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때 같은 광고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들을 연결 고리로 갖고 있는 세 명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나름의 발견과 해석에 대해 수다를 떨곤 해왔다며, 이 책이 첫 프로젝트가 되었다고 밝혔다. 세 명 모두 사회 변화나 트렌드에 대해 관심이 많고, 나름 광고 기획과 마케팅을 하다 보니 분석하는 걸 좋아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갱년기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눠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사회적인 통념은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갱년기도 우리 세대가 직면한 문제들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갱년기 세대로 접어들게 되자 '나 갱년기야'라고 당당하게 인정하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에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 사회가 갱년기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논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p.129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갱년기에 대한 전형적 틀에 갇히지 않고, 좀 더 변화된 시각을 부여하자는 것이었죠.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의문점을 갖거나, 변화된 시각을 부여한다면, 다음 세대의 시작점은 또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얹어봅니다.


p.169

여성호르몬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신체 전반에 대해 부끄러울 정도로 전혀 관심이 없었네요. 핑계일 수 있지만, 결혼, 피임, 출산 등의 과정을 겪지 않다 보니 관심 가질 만한 이유가 더욱더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도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니 거의 백지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말 왜 이렇게 관심이 없었을까요?



갱년기에 접어든 세 명의 저자는 기혼과 미혼 여성, 직장인과 프리랜서, 양육자와 비양육자라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 이들은 갱년기로 인해 달라진 일상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떤 때 갱년기라고 느끼게 됐냐는 질문에 면역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40대 후반 이후부터라며, 더위를 많이 타게 됐다거나 안면 홍조가 생기고, 감기가 자주 걸리는 등 신체적인 변화에서 느끼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면서 자가검진, 여성호르몬 등 넘쳐나는 갱년기 정보에 대해 우선 냉철하게 검증부터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갱년기에 대한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우리 사회의 갱년기 해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갱년기가 가지고 있는 세대적, 사회적인 의미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사회적인 담론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동안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갱년기를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p.228

사춘기와 갱년기는 닮았다?

사실 갱년기를 제2의 사춘기로 표현하는 것이 좀 불편했어요. 몸과 마음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는 점에서는 분명 공통점이 있을 거예요. ... (중략)... 둘 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본 듯해요. 불안과 불안정한 시선, 낯섦과 혼란의 모습을 띤다는 점에서 제1, 제2의 사춘기라는 타이틀을 붙여 해석하기보다 사춘기와 갱년기는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열어놓고 얘기해 보면 또 다른 해법이 찾아지지 않을까요?


p.290

Q. 남자들은 스스로 언제 갱년기라고 느낄까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이유 없는 불면증이 몇 달 지속되었고,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한참 지나고 그때가 갱년기였나 추론해 봅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 수명은 85.7세이고, 평균 폐경 연령은 49.9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요즘 여성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폐경 상태로 보내게 되는 셈이다. 대한폐경학회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90세에 육박하는 2030년에는 한국 여성의 43%가 폐경 상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폐경 여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조치는 없다.


갱년기로 인한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한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에 갱년기로 인한 마음의 변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은 갱년기로 인한 신체적인 변화나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갱년기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더 건강한 노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에 대한 수다에 참여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일일호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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