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간의 탄생 - 체온의 진화사
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박한선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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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사는 체온 조절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 인류가 따뜻함을 찾아 진화해 왔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새로 나왔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Heartwarming)>은 '체온의 진화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거의 모든 것이 진화심리학에 기반을 둔 체온 조절과 관련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한스 이저맨 교수는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교 사회심리학과에 재직 중인 사회심리학자로, 그는 인류는 오랜 진화사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두발걷기, 체모 상실, 발한, 피부색, 체구, 두개골, 안면골, 피하지방의 생애사적 분포 변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체적 변화가 체온 조절의 선택압에서 유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p.19

현대 사회심리학의 개척자들 가운데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솔로몬 아시는 이미 1946년에 여러 차례에 걸친 실험을 통해, 어떤 사람을 묘사할 때 '따뜻하다'나 '차갑다'는 단어를 추가하면 이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인류 변화에는 신체적, 정신적 진화와 더불어 사회적 진화도 일어났는데, 인류는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체온을 조절해 왔다고 보고 있다. 그 근거로 따뜻함과 아늑함, 행복과 기쁨, 사랑과 애착 같은 것들이 모두 체온 조절이라는 하나의 목적에서 시작한 진화적 모듈의 다양한 파생이라고 봤다.


이처럼 인류가 오랜 진화사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 왔다고 주장하는 그의 체온 조절 인류 진화사에는 완벽한 마음의 온도와 완벽한 관계의 온도를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하여 얼마나 많은 것이 체온에 따라 달라지는지 알려주고 있다.


p.135

인간은 옷을 껴입는 것 말고도 체온을 유지하는 몇 가지 자원을 신체 내부에 가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체온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과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가진 항온성 내온동물로 진화해왔다. 인간은 매우 큰 폭의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재능은 동물의 왕국에서도 매우 희귀하다.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은 인간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 왔다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로써 인간의 감정, 관계, 건강, 언어 등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실은 주변 온도에 따라, 또는 체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시공간을 벗어나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변수들로 인해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디지털을 활용해 더 많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펭귄들이 함께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서로 몸을 밀착시키는 허들링이 사라져가는 시대에서 인간의 신체적 체온 조절이 아닌 정신적, 환경적인 새로운 체온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p.220

우리는 사회적 체온 조절이야말로 애착과 공동 조절 사이 연관성을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모두 아우르는 맥락 속에서 설명해줄 열쇠라고 믿는다. 또 우리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이유를 실험 결과로 가지고 있다. 가능한 가장 작은 사회 집단 차원에서 작동하는 공동 조절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한 어떤 것, 즉 동물 무리와 인간 사회가 형성될 수 있게 해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할 단서를 암시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부모의 보살핌을 통해 체온을 느끼고 사랑에 대한 연관성을 배운다. 아기는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부모의 품에 안겨 물리적 온기와 사랑, 안전, 친근감 같은 사회적 온기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또한 아동기, 청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면 그러한 인식 체계들이 활성화 되어 인간 관계를 통해 따뜻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하고 유대감을 표현하지만 정작 물리적 근접성이 사라지게 되면서 직접적인 소통이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매개물인 접촉과 온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 어느 때보다 온도 변화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p.317

사회적 체온 조절이 인간의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다. 비록 그런 증거 가운데는 한여름에 열기로 사망하거나, 한겨울에 저체온증에 걸리는 것에 비하면 뚜렷하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포함되지만 말이다.



그는 변형된 실험을 여러 차례 시도한 뒤, 물리적 온도와 사회적 온도 사이에는 생리적이고 발달적인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물리적 온도는 사회적 온도를 인지하는 데 영향을 주고, 반대로 사회적 온도를 생각하는 것도 물리적 온도를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신뢰, 우정, 사랑 등과 같은 사회적 개념은 물리적 온기와 생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체온 조절은 생존에 필수적이며, 번영을 구가하는 데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인들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자 최종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렌즈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필요성을 갖추기 위해 좀 더 따뜻한 인간으로서 이웃과 국가를 넘어 인간 사회와 문명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데 밑거름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한 편의 논문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다양한 자료와 근거, 실험 내용을 토대로 400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는 방대한 내용들은 오만한 사람은 인간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허들링하는 펭귄처럼 관계 속으로 뛰어듦으로써 서로의 체온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개인적인 삶은 물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더 넓은 사회로의 번영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머스트리드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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