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의 시대 - 우리의 몸은 어떻게 성공과 성취의 상징이 되었는가?
위르겐 마르추카트 지음, 류동수 옮김 / 호밀밭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녁밥을 먹고 산책로를 따라 30분 ~ 1시간 정도 매일 걷기를 하고 있는데,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걷고, 뛰어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기도 한다. 회사 주변에서도 점심시간에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너도나도 건강한 몸매를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TV나 유튜브 채널에서도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 등 피트니스 관련 정보들은 수많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바야흐로 피트니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어떻게 하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피트니스의 시대>라는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뭐지?" 하는 당혹감이 생겼다.


p.17

독일에서는 운동, 식사 및 수면 그리고 신체 관련 측정 수치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종류의 자료에 기록되는 사람이 대략 인구의 1/3 정도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그 수치가 거의 70%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수치는 설문 대상자가 누구인지, 또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에 따라 크게 변한다.



<피트니스의 시대>는 좋은 몸매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 책이 아니다. 혼자 착각한 탓이다. 이 책은 '피트니스'라는 큰 틀에서 체형과 건강,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피트니스와 관련된 여러 가치와 규범의 역사, 몸과 관련된 지식, 몸으로 표현되고 비유되는 역사, 몸이 가진 기술적인 면과 실행 등 피트니스를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가볍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시대에 피트니스는 분명 몸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동시에 총체적인 능력으로 구현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1900년을 전후한 시기는 거대한 사회변동이 맞물린 시간으로 근대 최초의 신체성의 시대로 통하는데, 이는 피트니스 담론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몸을 중심으로, 그 몸의 성취의욕 및 성능 개선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말에는 백인 남성이 우월한 지위에 있었음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p.109

역사가 제프 코위는 미국 시장자유주의의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전통과 원칙의 측면에서 '뉴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및 전후 몇십 년을 "거대한 예외"의 시대라고 일컬었다. 물론 이 시장자유주의가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지배력은 위기 트라우마로 인해 약화되어 있었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는 피트니스가 여러 근대 사회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권력의 상징으로 성취의 상징으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역사적인 관점에서 1970년대 이후 지난 반세기는 피트니스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피트니스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도 왕성하게 진행 중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서울 시내 곳곳에는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섰고, 등산로를 따라 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등산복은 일상복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요즘에는 몸에 딱 붙는 레깅스 스타일의 피트니스복도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외형적인 몸의 발달은 풍요로움 속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뚱뚱한 몸매는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p.263

테스 홀리데이가 잡지 <코스모폴리탄>의 표지에 등장한 것은 2018년 가을로, 뚱뚱함 및 그 뚱뚱함과 피트니스의 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및 보건학적 관점이 점차 변하고 있을 때였다. 뚱뚱함, 낮은 교육수준 및 가난 사이에 정확히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또 체지방, 건강 및 질병 사이에 관연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두고 그사이 심지어 의학 분야 전문 학술지까지도 결론은 열어둔 채 갑론을박했다.



이 책은 미국과 독일의 피트니스 환경이 바뀐 것들에 주목해 역사적인 관점에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과거, 그리고 몸의 모양과 물질성이 갖는 의미에 중점을 두는 한편, 몸과 생산성의 관계, 생식과 정력의 문제, 그리고 피트니스의 영웅이라는 이상적인 존재와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는지에 대해 짚고 있다.


피트니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피트니스의 시대>는 각 장을 따로따로 읽어도 좋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고, 그 뿌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알고 싶다면 처음부터 페이지를 따라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잘 발달되고, 더 멋진 몸매 자체로 하나의 상품처럼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우리의 몸이 어떻게 성공과 성취의 상징이 되었는지 이 책에서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호밀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