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람
문기현 지음 / 작가의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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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느 틈에 껴서 살아가고 있나요?


[하얀사람]


이 세상 어딘가에 끼여 버렸다.

어느 틈인지 모를 정도로 나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가 어디예요.

나는 무엇인가요.

가끔 나를 잊어버려요.

p.12



지난 3월에 작가의서재에서 출간한 <감정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두 번째 책 <하얀사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틈을 주제로 하얀 백지 위에 놓인 작은 꽃 하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기현 작가는 어떤 것이든 이 책에 담긴 모든 것은 진실이며, 자신의 틈이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틈이 생기면 균열을 메워야 한다. 담벼락이나 건물의 틈은 간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무너질 위험이 높고, 사람들 간의 틈도 커질수록 관계가 멀어지고 사이를 벌어지게 한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메우고 땜질을 해서 균열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 세상 어딘가에 껴 버린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삶(나)을 틈이라고 표현했고, 시간(감정)을 틈이라고도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그 대조에는 시간적인 슬픔과 죽음과 아름다움이 머물렀고 나와 당신이 그 틈에 껴있다고 사실을 통해 틈의 세계로 이어진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틈의 친구]


빛이 사라지고 난 어둠.

빛은 있지만, 무언가로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

틈의 친구일까.

p.54



작가는 하야 백지 위에 놓인 작은 꼭 하나를 당신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글을, 아니 이 시를 읽는 누구나이기도 하다. 작가는 3개의 틈에 대해 작가의 시점에서 나와 당신의 시점에서 그리고 나와 당신을 이해하는 시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에세이나 산문, 시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아내고 있어 좋다, 나쁘다고 하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이야기하기 힘들다. 다만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글을 통해 작가의 감정을 헤아려 보는 수순이 필요하다. '하얗다'라는 것은 어떤 색깔과도 잘 어울릴 수 있지만 다른 색이 덧칠해질수록 자신의 색을 잃을 수도 있다는 표현처럼 느껴진다.

1부 작가 시점에서 바라본 어느 틈에 껴 있는 지도 모를 하얀 사람은 자신이 누군인지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가치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그건 나와 당신의 (틈)일 것이다.

p.110



자신의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로 확장된다. 작가는 누군가의 틈은 어떤 것이고, 어떤 색깔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작가는 '당신과 나 사이의 틈일까. 아니면 전혀 무관한 이야기가 될까. 이 시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라며, 틈이 만든 자신과 타인의 모호한 경계에서 고민한다.


코로나19 이후,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직접적인 경험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의 간접 체험에 더 많은 것을 의존하는 요즘, 안 보면 멀어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해도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시절의 즐거움과 낭만은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놓여 있지만 잘 살고 버티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하얀사람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틈의 세상에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기존의 삶은 다 잊고 새로운 삶을 통해 배우고 이해하며 공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틈의 이해]


이 틈, 저 틈, 모든 틈, 나의 틈, 당신의 틈,

누군가의 틈, 마음의 틈, 어떤 차원의 틈.


모든 시간을 살아내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그 틈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감정의 물결은 덤이고

나로서 조금 더 짙어질 수 있는

각자의 이유와 판단이었으면 한다.

p.287



틈의 세계에서 나와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작가의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틈이라는 존재로, 사실로 결론지어 버리고 있는 것일까? '살아서는 알까. 혹은 죽어서는 알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질 못하는 틈에 껴있는지도 모른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작가는 또 '가끔은 스스로가 하얗다고 생각하며, 혹은 어느 틈에 껴있는지도 모를 만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하얀사람>은 시로 시작해 산문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작가는 '틈'이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결국 우리네 삶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삶은 피었다 죽기를 반복하는 꽃과 같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더 많은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하얀사람>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 포스팅은 작가의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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