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 크래시 2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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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이라 부르는 'SF(Science Fiction)'는 영화를 비롯해 만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미래세계를 어둠고 침침하며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범죄 조직을 추적하고 없애는 일을 정예 팀원들과 벌인다. 그녀의 뇌는 컴퓨터로 대체되어 있어서 사이버 공간 속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기계처럼 단단한 몸을 지난 사이보그로 살아간다. 따라서 신체 중 일부가 망가지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삶을 살고 있다.


1970년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은하철도 999>는 기계 몸을 가져 영원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철이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철이는 엄마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엄마를 닮은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로 떠나는999호를 타게 된다. 열차가 도착하는 각 행성은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세게처럼 각각의 삶의 모습이 다르게 펼쳐져 꽤 인기가 높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1990년대 미래를 그린 SF소설에는 일본인 혹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스노 크래시>의 표지만 봐도 미래에 일본의 사무라이가 환생한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다만 한국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일본인처럼 느껴지는 히로란 이름이 다소 쌩뚱맞게 느껴진다. 1990년대만 해도 오리엔탈의 배경은 일본이나 중국을 묘사하는데 치중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피자 배달부 히로가 전 세계를 구원하는 히로인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어쩌면 현실에서 볼 때 높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물인 전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스노 크래시>의 히로도 뛰어난 해커에 탁월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오가 무술을 연마해 매트릭스에 대항마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히로는 소설의 초반부터 뛰어난 검객으로 등장한다. 마치 웹소설 주인공들이 자신만 만랩인 것처럼 월등한 실력을 기본으로 겸비하고 있는 셈이다.


소설 속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텍스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 설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묘사가 흥미롭긴 하지만 30년 전이 아닌 요즘 읽다 보니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어째됐든 <스노 크래시>는 '사이버펑크(cyberpunk)'를 대표하는 SF 소설이다. 사이버펑크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과 펑크(punk)의 합성어, 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반체제적인 대중문화의 결합, 더 나가 기계와 인간의 대등한 융합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피자 배달이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부각되어 있다. 피자배달 시간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피자배달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이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소설 속의 주된 이야기는 신종 마약의 일종인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히로는 과거 메타버스를 창조한 동료인 후아니타로부터 스노 크래시의 배후에 거대한 조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SF 소설은 하나의 주제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작가가 상상하는 메타버스 공간은 기존 사회와는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수메르 문명이나 신화적인 요소들이 배경 장치로 등장한다. 이런 설정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빠른 전개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지루해 보일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 소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인용해 설명하는 대목이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다만 좀 장황한 설정 탓에 요즘처럼 빠른 전개를 원하는 이야기 흐름과는 상반된 느낌을 준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책 앞머리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이야기를 읽어 보면 알 수 있긴 하지만 간략히라도 인물 소개가 되어 있었었다면 더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7월에 베타서비스 시작을 예고한 싸이월드가 '싸이월드 3D 미니룸' 제작 영상을 공개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를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해 3D 미니룸을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 공개됐다. 기존에 2D였던 싸이월드 '미니룸'이 3D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복고 열풍을 가속화하는 계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30년 전에 씌여진 소설 속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스노 크래시>를 읽으면서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눠져 있다.




이 포스팅은 문학세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418717571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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