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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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믿음보다 상상력이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의 단편소설들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중 '주말의 명화'나 '전설의 고향' 프로그램을 꼭 챙겨 봤는데, 어떤 이야기는 재밌었고 슬펐고 기이했고 괴기스러웠다. 전설의 고향에서는 한 편의 스토리가 끝나면 '이 이야기는 어디 어디에서 내려오는 무슨 무슨 이야기로...'라고 부연 설명을 해주었는데, 사연의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지금도 재미난 이야기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만화,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보고 있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에서도 기이하고 특이한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녀는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유령과 영혼, 사후세계 등에 관한 고딕소설을 통해서도 탁월한 글솜씨를 발휘했는데, 어렸을 때 장티푸스에 걸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정도로 병약한 유년 시절을 겪으며 환각 증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누군가 옆에서 간호해 주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다.


또한 23세에 결혼해서도 심각한 신경쇠약 증세로 유럽 등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살았다. 이때의 경험으로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기쁨의 집(The House of Mirth)>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평단의 명성과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뉴욕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발표했다.




그녀는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환각 증세를 겪은 뒤에 남은 트라우마로 인해 비이성적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유령에 관한 두려움을 고딕소설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했다. 직접적인 묘사는 배제하는 대신, 간접적인 상황 전개로 공포감을 극대화하거나 충격적인 열린 결말 등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극적인 반전도 꿰고 했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에 소개된 단편들은 우리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신비로운 존재나 특이한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령 같은 존재는 믿고 싶진 않지만 우리 주변을 떠돌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서도 초자연적인 미스터리한 현상들이 뉴스 전파를 타고 소개될 때가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신비로운 일들이 소개돼 곤 한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에서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보인 부부에게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남편의 손님인 줄 알았던 그 남자는 남편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고, 경찰은 단순한 실종사건으로 처리하는데... 유령의 존재에 대한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이다. 영화 [고스터버스터즈]처럼 유령 퇴치용 장비를 가지고 호기롭게 사냥(?)에 나서면 좋겠지만 직접 맞닥뜨리면 어딘가로 숨고 싶을 것이다.


p.9

나중에 밝혀졌듯이, 그들의 운명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보인부부는 앨리다 스테어와 대화하고 석 달 후 링에 정착했다. 그들이 간절하게 바랐던 삶,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채울지 미리 계획해놓기까지 했던 삶이 그렇게 시작됐다.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는 지인의 소개로 어느 저택에서 일하게 된 하틀리 양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첫날부터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모른 척하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


'귀향길'에서는 요양 중인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침대 열차에서 부인이 겪게 되는 일을 그렸다. 자는 줄만 알았던 남편이 숨을 거두면서 그녀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기도하는 공작부인'은 이탈리아식으로 지어진 낡은 저택이 배경이다. 저택 지하에는 어두운 기도실이 있고, 그곳에는 기도하는 모습의 공작부인 조각상이 놓여 있는데... 어렸을 때 밤 12시에 학교에 가면 조각상이 반대로 돌아서 있다는 등 괴이한 이야기처럼 소설 속 조각상도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기도하는 공작부인은 배경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마치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에서 주변 산들이 겨울옷을 벗고 봄볕에 쬐는 느낌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p.123

높은 창문은 멀어버린 눈 같고, 커다란 문은 굳게 다문 입같다. 저택 내부에는 햇살이 비치고, 은매화 향기가 퍼지고, 거대한 건물 뼈대에 퍼져 있는 동맥으로 생명이 고동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생명이 모두 꺼진 채 적막만 감돌지도 모른다.





'밤의 승리'에서 조지 팩슨은 어느 부인의 비서로 채용되어 추운 겨울 한밤중에 노스리지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고 우연히 프랭크 라이너라는 잘 생긴 청년의 도움을 받는다. 라이너의 호의로 팩슨은 외삼촌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별장으로 초대되는데...


'충만한 삶'은 독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희미해져 가는 감각 끝에 사후세계의 문턱에 서게 되고 꿈에 그리던 영혼의 짝을 만나 장밋빛 영생의 꿈을 꾸지만...


'페리에 탄산수 한 병'은 젊은 미국인 고고학자 메드퍼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유별난 친구의 초대로 사막 한가운데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고 집사로부터 시중을 받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매혹'은 틀리지 부인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세 명의 남자들이 등장하는 단편이다. 부인은 무언가에 홀린 남편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고 그들은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연못가로 향하는데...


<이디스워튼의 환상 이야기>는 드라마 [환상특급]처럼 시간과 장소를 뒤바꾸고 알고 있던 일상에 대한 관점을 뒤집어 보게 한다. 혹시 지금, 서평 타이핑을 치고 있는 내 뒤로 누군가의 눈길이 느껴진다면... 어렸을 때도 무서운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보면 꿈에 나타날까 봐 눈을 꼬옥 감았다. 지금은 그럴 나이는 지났지만 하길 싫은 프로젝트는 무서운 이야기보다 끔찍할 때가 있다.




이 포스팅은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93454722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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