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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철학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
신승철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2월
평점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묘한 인문학 수업!
현실에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론으로 알던 동물권, 생명철학과는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그것은 먹고, 싸고, 싸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동물과의 접촉이었지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매일을 부대끼다 보면 왠지 고고한 인문학의 세계에서 돌연 현실의 세계로 내려온 기분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묘한 철학>은 생태철학 연구자인 저자가 지난 8년간 네 마리의 길냥이들을 '철학공간 별난'에 입양하고 그들과 함게 집사로 한 공간에 살면서 깨닫게 된 철학적인 지혜를 유쾌하게 풀어낸 인문학 교양 에세이다. 이 책은 '영원, 생명, 함께'라는 3개의 큰 카테고리 속에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 자기통치', '생명은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 공생진화', '타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여기는 마음: 유정성' 등과 같은 총 18개의 수업을 통해 현대철학 개념들을 설명했다.
특히 이 책은 고양이들의 행동과 습성을 연결지어 철학적인 개념들을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별난 고양이들의 무수한 방해 공작이 있었지만 성공리에 방어해 출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네 마리의 별난 고양이들로부터 새삼스레 되새기게 된 생명과 사랑의 철학에 대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고양이 대심이에게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지난 8년간 뼈저리게 느꼈지만, 밀고 당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대심이와 저 사이에 ‘관계’라는 것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심이와 저 사이에 새겨진 여러 관계의 지평이 삶의 내재성이 갖고 있는 오묘하면서도 절묘한 탈주선 중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요도가 더 생기게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이를테면 더 사랑해줄 필요, 더 배려해줄 필요, 더 섬세해질 필요 같은 것들 말이지요.
- '나를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할 때: 횡단' 중에서
<묘한 철학>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철학자 집사가 함께 지내온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동거 일기이자 고양이의 다양한 행동을 인간의 관점에서 밀착해 들여다본 성실한 관찰 일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고양이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우리 형이 어느 날부터 8마리 반려묘들과 함께 10여 년을 동고동락하고 하고 있는 기막힌 사연을 글로 쓰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새삼 고양이 예찬론자로 변신한 형을 보면서 한두 마리면 괜찮을 텐데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된다. 하지만 내 시선이 어떻든 간에 형은 오늘도 집주변을 배회하는 길냥이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온정을 베풀고 틈만 나면 깨톡에 고양이 사진을 전송한다. 이 책의 저자도 우리 형처럼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책 속에 묻어 있다.
생명은 유일무이합니다. 이러한 유일무이성을 단독성, 특이성, 특개성, 일의성 혹은 실존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제가 고양이로서의 본질이 모두 일치하는, 대심이를 닮은 고양이를 데려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망한 짓일 것입니다. 대심이의 삶과 실존은 다른 어떤 존재로도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심이가 살아가는 시간은 생명의 시간입니다. 삶의 시간입니다. 실존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대심이를 되찾은 순간은 하나의 삶을 되찾은 부활의 순간과도 같았습니다.
- '지금, 여기, 내 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실존' 중에서
고양이들의 어떤 행동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지 난 깨달음을 얻기 힘들겠지만 동물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일상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본다. 생태철학자이자 집사가 된 저자는 지구별에 함께 살게 된 고양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요즘 시대에 삶과 공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저자는 동료 연구자 및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을 결성하여 기후 위기와 생명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 사회로 나아갈 지혜를 모색하는 등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생태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오고 있다. 이 책에는 ‘대심이’, ‘달공이’, ‘모모’, ‘또봄이’라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동물권, 생명 철학의 실제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고백했다.
삶은 그저 일차원적인 평면이 아니라서, 그 안에는 요철과 굴곡, 주름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미세한 차이가 주는 선율, 파동, 리듬이 던지는 울림에 끊임없이 추임새와 화음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갸르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 화음, 리듬, 울림, 떨림, 공명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들의 갸르릉은 자신의 삶이 갖고 있는 주름이 펼쳐지는 표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존엄한 권리: 내재적 가치' 중에서
8년 차 집사인 저자와 저자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고양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저자의 아내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대심이부터 다정다감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달공이, 쾌활하고 발랄한 모모, 오랫동안 길거리에 방치된 탓에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애꾸냥이자 애교 많은 막내인 또봄이까지.
이 책은 ‘2인, 4묘’가 함께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모습을 통해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돌봄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철학적인 사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고양이로부터 우리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는 저자는 고양이의 ‘그루밍’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관계를 잘 맺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일의 고귀함을 일깨워주는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꾹꾹이’는 사랑하는 타인과 합일되고 싶은 욕망인 ‘우주되기’의 개념을 소환해 내고, 고양이가 자신의 배를 ‘발라당’ 드러내 보이며 격렬히 반기는 모습은 자크 데리다가 이야기했던 ‘환대’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잔잔한 이야기 흐름 속에서도 철학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이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흐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89082074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