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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365일 ㅣ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너를 상냥하게 대하는 법을
내게 가르쳐줘~
직장인 호텔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연인과의 관계는 이미 열정을 잃은 지 오래된 '라우라'. 그녀는 서른을 앞두고 휴식기를 갖기 위해 생일을 맞아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한편 총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환상 속에서 매일 같은 여자를 보는 마피아 보스 '마시모'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찾아다닌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365일>이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됐을 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소설로 출간됐다고 해서 어떤 내용을 텍스트에 숨겨 놓았을지 궁금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와 비교되는 <365일>은 폴란드 여성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의 3부작 시리즈다. 이 중 첫 번째 작품이 <365일>이고 곧 <오늘>, <또 다른 365일>도 출간될 예정이다.
마시모는 라우라를 보자마자 그 환상 속의 그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납치한다. 그는 '자신에게 빠질 시간으로 365일을 제안하고 그 안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유를 주겠다고 하는데. 이건 뭐냐 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아무튼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365일 동안 뭐든 하겠다고 하는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8
회의가 즐겁지 않으리라는 것도, 내가 결국 지치리라는 것도 안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긴장을 푸는 방식으로 뭘 즐기는 지도 알았다.'8시까지 준비해.' 나는 답장을 보내놓고 편안하게 등을 기댔다. 그리고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윽고 눈을 감았다. 이럴 때면 항상 그녀가 나타난다.
재력과 힘을 가진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언제든 취할 수 있다는 설정은 '그레이'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보인다. 영화 속에서는 푸른 바다 내음을 풍길 것 같은 멋진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여주와 남주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펼치는 선정적인 장면 등 여러 가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물론 이런 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고 생각한다. <365일>을 영화로 본 개인적인 감상 느낌은 그다지 재밌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특히 결말 장면에선 너무 없는 설정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영화의 비주얼은 센세이션 한 느낌을 주었지만 1986년 개봉했던 미키 루크, 킴 베이싱어 주연의 <나인 하프 워크>에서 보여주었던 선정적인 비주얼에는 크게 못 미친 것 같다.
다만 영화에서 봤던 선정적인 장면들을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며 텍스트로 읽는 느낌은 훨씬 더 자극적이다. 영화는 인물이나 상황 설정이 감독이 만든 비주얼적인 장면을 그대로 따라가는 반면에 소설은 내가 인물과 배경, 상황을 머리로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p.79
내가, 설마 날 붙잡아둔 납치범에게 반한 건가... 혹시 날 배신한 마르틴에게 일종의 복수를 하고 싶은 무의식적 반응인가? 아니면 내가 꽤 까다로운 상대라는 걸 마시모에게 최대한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나?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을까. 외설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365일>은 영화 개봉을 위해 넷플릭스 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 시청자들 중에는 미국, 유럽 국가 등의 계정으로 접속하는 우회 경로를 찾게 만들고,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450만 건에 달하는 등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번역된 소설이 올해 출간되기 전까지 영화 속 선정적인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실린 기사들은 많이 봤다. 하지만 극심한 공포와 극한의 두려움 속에서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어 가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을 언론에선 크게 다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는 남자의 손길에 그의 시선에,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져다주면서 그에게 매료되어 간다는 점만 더 부각됐을 뿐이다.
p.155
만약 저 남자가 원하는 걸 가지면, 이 게임은 더 이상 그에게 흥미롭지 않을 거야. 게다가 나 역시 저 남자에게 너무나 빨리 굴복해버리면 승리감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조만간 마시모는 날 가질 것이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다. 나의 비열한 머릿속이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현대판 백마 탄 남자는 잘생기고 돈 많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가 아닐까. 이런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고 사는 행복한 삶을 그리는 여성들을 겨냥한 소설이 <365일>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여유롭고 호화로운 생활에 성적인 욕망까지 완벽하게 맞춰주는 남자가 있다면?
'그레이' 시리즈에서는 잘 생기고 젊은 성공한 사업가를 등장시켜 이런 점들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반면, '365' 시리즈에서는 막강한 재력과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피아 보스가 등장한다. 납치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365일이라는 기간을 둔다는 점은 사랑이 무슨 게임 미션 클리어 같은 설정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상대라면 마피아도 괜찮다는 건가? 이 소설의 포인트는 그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선정적인 장면을 많이 삽입한 배경에 대해 작가는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개방성이 지나치게 결여되어 있고, 사랑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품 설정에 한계를 두는 건 옳지 않지만 <365일>은 19금이란 외설적인 설정과 함께 스토리 전개 방식을 놓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포스팅은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88418766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