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대공황의 판자촌에서IS의 출현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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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를 만드는 가장 강한 적은 바로 자만심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방식이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후대에 남길 기록으로 쓰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처럼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보관한다고 해도 후대에서는 평가가 바뀌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에 주옥같은 글을 썼던 문인들 중에는 애국지사에서 친일파로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현대편>은 1930년에서 2003년까지 현대사에서 흑역사라 불릴 만한 사건들을 모아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중에는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흑역사에 포함시키기 힘든 것들도 있고, 가장 최근의 실수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실수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논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흑역사의 기록은 인간의 자만과 불안이 만들어놓은 부끄러운 반쪽의 모습에 대해 반추해 보는데 의미가 있다. 저자들은 이것을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고, 더 성숙한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목차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끌리는 내용의 페이지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제일 처음에 소개된 '실수에서 탄생한 세계인의 주전부리' 편에서는 1930년대 미국 매세추세츠주 휘트먼에 톨 하우스 인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들을 위해 간식으로 주전부리로 내놓았던 '코코아 쿠키'에 대한 이야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자 제빵사였던 루스 웨이크필드는 슈거 쿠키 대신 코코아 쿠키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마침 코코아 가루가 떨어져 즉흥적으로 코코아 가루 대신 네슬레 초콜릿 바를 선택했다. 초콜릿 바를 잘게 부수어 밀가루 반죽에 섞으면 달달한 초콜릿 슈거 쿠키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븐에서 꺼낸 쿠키는 생각과 달리 초콜릿이 완전히 녹지 않고 작은 초콜릿 알갱이가 점점이 박힌 슈거 쿠키가 만들어졌다.


웨이크필드의 실수로 요즘도 인기가 많은 초콜릿 칩 쿠키가 만들어진 것이다. 맛있는 쿠키를 만든 그녀의 실수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흑역사라고 해서 나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실패가 더 큰 행복감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뽑은 두 번째 이야기는 '만약 미국이 호찌민을 지지했었더라면?'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베트남 하노이는 축제의 분위기였다. 프랑스로부터 베트남을 빼앗은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직후라 광장은 흥분과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이날 호찌민(응우예신꿍)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로 시작하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일부로 대중 연설을 하고, 자신이 베트남민주공화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호찌민은 베트남 국민들이 독립국으로서 자유를 쟁취할 시간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했고, 프랑스의 꼭두각시였던 바오다이(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13대) 황제가 폐위됨으로써 발생한 권력의 공백을 신속하게 메웠다.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딱 한 가지가 부족했는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공식적인 인정이었다. 그는 '착한 공산주의자'였다. 호찌민은 공산주의자라면 누구도 일본과 싸우는 미국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소비에트연방의 소련 멘토들로부터 분노를 샀지만 꿈쩍도 안 했다.


그는 미국이 1941년 대서양헌장에 기술된 대로 모든 민족에게 보장한 자결권 약속을 지켜 달라고 했다. 베트남이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루스벨트 이후 정권을 잡은 트루먼은 자국의 권익만 추구했고 베트남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마치 일본강점기를 끝내고 해방은 맞은 남한에서는 미국이, 북한에서는 소비에트연방이 이권 다툼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미국이 베트남을 적대시한 대가로 베트남전쟁에 1,2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 1970년대 미국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고,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



이외에도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현대편>에는 '잠자는 미국을 깨운 진주만 공격과 히틀러의 선전포고', '후퇴를 죽기보다 싫어했던 히틀러의 패착, 쿠르스크 전투', '몽고메리 장군이 후회했던 단 한 번이 전투', '베트남전쟁, 미국의 저항 문화를 낳다', '돈 먹는 하마가 된 우주왕복선', ' 배관공 요원들을 만들어 낸 닉슨의 두려움', '사담 후세인이 세상에 선전포고를 하다', '넷플릭스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대가' 등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대되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참고로, 이 책과 한 세트인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 ~ 근대 편>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기원전 490년에서 1924년까지 인류사에서 흑역사라 불릴 만한 사건들을 모았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흑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자만심과 불안감이 흑역사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주로 성공과 승자의 역사를 기록했던 역사 책들과 달리,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시리즈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에서 비롯된 흑역사를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부끄러운 반쪽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은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063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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