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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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언어로 과학을 상상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놀라운 과학 이야기




<아! 와 어>라는 재미난 제목을 붙인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왜 이런 감탄사를 책 제목으로 정했는지 궁금했다. 책에 담긴 에피소드를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이해됐다. '아!'는 남편을, '어?'는 아내를 가리킨다. 이 책의 저자는 부부다. 남편은 물리학자이고 아내는 소설가다. 이들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지루해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경이로운 일들로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서문은 남편이 쓰고, 후기는 아내가 글을 썼다. 부부가 함께 책 한 권을 쓴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들 부부도 40여 년간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의 다른 점들이 많았음을 인정했다. 남편은 호기심이 강했던 반면에 아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대화를 나눌 땐 아내는 과장법을 사용해야 흥이 났지만 남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말엔 의심을 품었다고 이야기했다.


문과 이과라는 서로 다른 영역으로 학문의 길을 걷다 보니 부부라고 해도 서로 다른 분야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랐을 것이다. 호기심과 궁금증만으로 부부가 함께 책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쓴 후기에 보면 이런 점들이 많이 상쇄됐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문학이든 과학이든 또는 어떤 학문이든, 그 지향의 방향은 동일하며 도달할 지점도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라며, '누구나 진리를 향하기를 원하며, 그 진리로 인해 자유로움을 얻기를 갈망한다고 믿게 되었다'라고 소개했다.





<아! 와 어?>는 문학과 과학을 한 그릇에 넣고 갖은양념을 섞어 비빔밥처럼 새로운 맛으로 이끌어냈다. 과학은 과학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문학은 문학의 언어로 말한다. 우리나라 입시 제도에서 이공계로 나뉘어 서로의 영역을 구분 짓는 것처럼 서로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요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융합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잘 해야 하는 시대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내야 하는 퓨전의 시대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과학적인 현상들을 문학적인 글로 잘 버무렸다. 책에는 크게 5개의 영역 '일상, 天우주, 地자연, 人인간, 신비한 언어 수'라는 소제목으로, 일상에서 우주로 땅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숫자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문학적인 언어로 이해하고 설명했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학문을 추구하는 부부의 시선이 느껴진다. '미역국의 무한함'이란 에피소드에서는 남편의 생일에 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을 위해 빵을 좋아하는 아내가 미역국을 끓일지 잠시 고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일이면 늘 먹는 밋밋해 보이는 미역국(난 밋밋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랜 시간 미역국을 먹어 왔지만 미역이란 식물이 46억 년의 지구 역사와 병행하며 흘러왔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찌 됐든 미역국 하나를 가지고도 우주를 한 바퀴 돌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책을 읽다 보니 상상력은 문학은 원천으로 생각되지만 과학에서도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지구, 일 미터의 완벽한 세상'에서는 지구가 바다와 산맥을 싣고 빠른 속도로 돈다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경이롭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공전과 자전을 반복한다는 지구 안에 살고 있지만 평소엔 어지럼증을 느끼지 못한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숨을 몇 번 헐떡이지만 천 미터 이상 달리고 나면 하늘이 노래지고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한 시간에 1670km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전하며 시속 10만 8천 km로 총알보다 스피디하게 공전하고 있는데 지구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이런 의문들은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것을 시시각각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게 더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지금 현재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요소들이 엄청나게 연결되고 쌓여서 시시각각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놀라운 균형의 줄에 매달려 있는 우리 존재와 그 절묘한 우주적 배경이 경이롭다는 말에 저자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10의 제곱수'를 매개로 우리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 책을 잠시 덮게 된다. 어지럼증이 절로 생겨난다.





<아! 와 어?>는 과학자 남편과 소설가 아내가 쓴 일상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진리를 인문학적 해석으로 풀어냈다. 쉽게 읽을 것 같았는데 '10의 제곱수'를 읽다가 잠시 책을 내려놓고 숨 고르기를 해본다. 매일매일 청소를 해도 생기는 먼지는 어디서 오는 건지, 자동차를 손오공의 축지법이나 알라딘의 요술카펫에 비유하고, 우리가 디디고 사는 땅은 돈을 주고 소유할 만한 것인지, 우주에 빛이 없다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또한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현재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균형이고 기적이고 축복이라는 것도.




이 글은 씨즈온 소개로 문학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837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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