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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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





<작열(灼熱)>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는 <눈꽃>을 시작으로 <암흑소녀>, <자살 예정일>, <죽은 자는 방과 후에 돌아온다> 등 문학성과 충격적인 반전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녀의 소설 중에서 <절대정의>를 읽은 적이 있어 친숙한(?) 이름이었다. 새로운 소설 <작열>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작열(灼熱)'의 사전적 의미는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르는 모양을 묘사한 말이다. 전 남편을 살해한 살인자의 아내가 되어 살인의 증거를 찾게 된 사키코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낸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남편인 히데오를 배웅할 때면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지만 그녀의 눈앞에서 그가 사라지면 이글이글 불타는 눈이 되었을 것이다.


소설의 제목처럼 작열하는 복수를 향한 한 여자의 집념은 텍스트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복수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의 단골 스토리가 아닌가.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은 책장을 덮기가 아쉽게 만들었다. 짧게 쓴 문장은 웹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고,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시작하는 기분이 들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복수'라는 말이 나오면 동급처럼 생각되는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이 떠올랐다. <작열>이란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와신상담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와신상담'은 섶에 눕고 쓸개를 씹는다는 뜻으로, 원수(怨讐)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사인 히데오와 행복한 신혼살림을 차린 것처럼 보이는 에리는 전 남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얼굴까지 성형하고 결혼한 사키코다. 전남편 다다토키를 죽인 범인을 히데오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그와 살면서 그가 숨겼을 것으로 보이는 살인의 증거를 찾아내 진범을 밝히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됐다.


1년 반 전 어느 늦은 밤, 사키코는 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영안실을 찾는다. 그곳에서 전 남편 다다토키의 시신을 발견하고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그는 추락사했다고 여겨졌지만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발견되고... 한편 신고자이자 목격자이며 용의자로 떠오른 히데오는 다다토키로부터 일련의 사기 피해로 인해 살해동기가 반영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풀려난다.



어느새 그는 의로운 의사로 칭송을 받는반면 여론은 사기꾼의 아내로 낙인 찍은 사키코에게 적대적인 기사를 쏟아 낸다. 어린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던 사키코와 다다토키는 가족 없이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동질감으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를 의지하며 미래를 약속한다. 남편이 죽고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사키코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에리라는 여성과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나자 전남편을 위해 복수를 꿈꾼다. 에리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위장한 사키코는 성형을 하고 히데오와 결혼하는데 성공한다. 그녀는 매일 그를 위해 밥을 하고 옷을 챙겨주며 겉으로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작열하는 태양처럼 언제고 폭발할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찰로부터 들은 전 남편 타다토키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알던 그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후 사기를 치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특히 다다토키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히데오의 여동생을 이용해 히데오로부터 인공심장 개발비로 3,000만 엔을 받았다.



이것이 살해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본 경찰은 히데오를 용의자로 보고 많은 조사를 했고, 언론도 현직 의사가 용의자라는 점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지만 그는 결국 무죄로 풀려나고 정의로운 의사로까지 칭송을 받게 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내가 그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죽인 사람과 결혼해서 함께 숨쉬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무리 전 남편을 죽인 증거를 찾기 위해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와 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소설의 흡입력은 감정이입에 있다. <작열>도 흡입력이 상당히 강한 소설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쉽게 손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심리묘사가 눈으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이 글은 마시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6858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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