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드라마란 무엇인가?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죽도록 애쓰는 것


- 시나리오 작가 심산



<동백어 필 무렵>은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명로진 씨가 '인간성은 말로 드러난다'라며, 국내 드라마 25편을 분석해 소개한 책이다. 특히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데 머물지 않고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회 현상들을 끄집어내 드라마 속에서는 어떤 대사로 이것들이 표현됐는지 소개했다. 또한 이 책이 배우이자 작가로서 연기와 저술의 접점을 맛보았던 자신의 미디어 인생 30년의 결산이라고 설명했다.



유명해진 드라마에 끌린 이유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대사 즉, 언어생활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캐릭터들의 말투가 사람들의 눈가 귀를 사로잡는 끌림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겠다고 반문했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캐릭터는 한두 마디의 대사로부터 되살아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3년에 방영됐던 〈다모〉의 구체적인 장면들은 잊었어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극 중에서 명장면이나 유명한 대사들은 개그 프로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 메뉴처럼 패러디 되곤 한다. BGM이나 OST만 들어도 극 중 인물의 성격과 내면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아도 특정 장면만은 또렷이 기억났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오래도록 그 드라마나 캐릭터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그 인물의 언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연기자로 얼굴을 알린 명로진 작가는 기자로 잠시 일하기도 했다. 현재 인디_칼리지 대표로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인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심산스쿨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는 그의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현재 50여 권의 책을 쓴 저자로 구수하면서도 시니컬한 입담을 글 속에 잘 녹여내는 다재다능함을 갖추고 있다.





<동백어 필 무렵>은 동료 선후배 배우들로부터 그가 보고 느꼈던 드라마의 속 사정과 함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곁들여져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앞서도 이야기했던 드라마 속 언어생활이 어떻게 캐릭터를 완성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한 마디로 그 드라마가 뜰 수 있었던 이유를 드라마 속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언어생활이라고 봤다. 그 시절의 대중들의 관심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던 것은 대사 즉 언어라고 설명했다. 사랑도 말로 하고 미움도 말로 한다며,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마음이 통용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에서 추려낸 언어생활의 모습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총알이 튀고(미스터 션샤인) 피가 솟구치며(허준) 사랑 때문에 피와 총알이 엉킨다(미안하다 사랑한다), 직장에서도 전쟁터 못지않은 긴장이 흐르고(미생) 직장 상사와 죽일 듯 대립하며(스토브리그) 암흑세계 뺨치게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다(태양의 남쪽).





지난해 방영됐던 〈동백꽃 필 무렵〉을 나 역시 재밌게 봤다. 동백이를 연기한 공효진은 드라마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녀가 대상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카멜레온처럼 연기 변신을 해온 자신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용식이를 비롯해 건물주 규태, 규태 아내, 아역 필구, 용식 어머니, 동백 생모, 파출소 변 소장, 게장 골목 아줌마까지 찰진 대사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미혼모 동백이(공효진)는 초등학생 아들 필구(김강훈)를 데리고 홀로 사는 여인이다. 일가친척도 하나 없고 내세울 배경도 없는 작은 소도시 웅산의 술집 주인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 주목하며 봤던 건 그런 동백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 용식(강하늘)의 무한 애정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기냥 첫눈에 반했고요, 작전이니 밀땅이니 그딴 거 모르겠고... 용식입니다, 황 용식이...!”, 라고 말하던 용식이의 말투 때문이었다.


건물주 규태(오정태)가 이런저런 추태를 부려도, 시장 아줌마들이 때로 몰려와 남자 홀리는 잡부로 오해할 때도, 깡패가 와서 겁을 줄 때도, 아이의 생부(김지석)이 찾아와 아들을 데려가려 할 때도 욕하고 성내지 않는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동정받아야 할 비련의 여주인공은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실제로 저런 상황에서 놓인 인물이라면 드라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물론 동백이처럼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고 해서 꼭 소리 지르고 생떼를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그는 동백어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이(I)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초등생 아들이 말썽을 피우자 동백이는 "그럼 엄마가 힘들어."라고 말하고, 사랑을 끊임없이 퍼 주는 용식을 보며 독백한다. “이 사람이 나를 고개 들게 하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고...


작가는 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이들의 특징이 '동백어'에 잘 드러난다고 이야기했다. 남 탓하고 좌절하고 세상을 향해 온갖 욕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동백이는 살얼음 판을 걷는 것 같은 위험천만한 인생을 살고 있어도 꿋꿋하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녀의 말투에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동백꽃 필 무렵>을 비롯해 <다모>, <스카이캐슬>, <응답하라 1988>, <허준>, <미스터 션샤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미생>, <시그널>, <제빵왕 김탁구>, <커피 프린스 1호점>, <내 이름은 김삼순> 등 국내 드라마 25편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드라마 속 장면들과 캐릭터들이 다시 떠오르며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드라마를 봤을 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들녘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분석해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2272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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