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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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에단 헌트, <본 얼티메이텀>의 제이슨 본. 이들의 공통점은? '비밀 요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밀 요원들의 삶은 은둔자이면서도 뛰어난 판단력과 생존력을 겸비하고 다양한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실제 삶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언더커버(Under Cover)>를 읽으면서 그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CIA는 지나친 정보 누설을 우려해 이 책의 출간을 막으려고 했다는데,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Under Cover'는 '위장한, 잠복한'이란 뜻을 가진 말로, 비밀리에 첩보활동을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언더커버>는 22살에 CIA 최연소 여성 비밀 요원으로 선발되어 활동했던 아마릴리스 폭스의 회고록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테러와 전쟁이 끔찍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그 전쟁을 끝내는 길은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또 테러는 점증적인 심리 게임이라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건 최근의 공격이 아니라 다음 차례라고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끔찍한 테러 중 하나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했던 세계무역센터 테러다. 두 대의 대형 여객기가 쌍둥이 빌딩에 연이어 충돌하면서 100여 층에 달하는 거대한 빌딩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며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TV 생중계로 전해진 현장 상황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고, 진주만 이후 미국의 심장부를 정면으로 공격받은 미국은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CIA(미 중앙정보부)는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 나섰고, 그를 보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에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벌였다.




<언더커버>에서는 9.11 테러 이후 '이젠 알 카에다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라며 달라진 테러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아마릴리스 폭스는 테러리스트를 찾고 각종 테러를 막기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첩보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거나 때로는 위장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녀는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를 건네며 조력자와 만났다. '날 봐야 할 일이 생기면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사 마셔요.'라며, 결제금액을 체크해 24시간 후에 만나거나 화장실 변기의 물탱크에 감춰 둔 메모를 통해 메시지를 교환했다.


그녀는 10여 년간 예술품 사업가라는 신분으로 위장한 채 중국 상하이, 파키스탄 카라치 등 세계 곳곳에 잠입해 테러를 막기 위해 적과 접선하거나 상대를 포섭하고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22살에 나는 대학을 다니고 알바를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했는데, 그녀는 과감히 스파이의 삶을 선택했다.



그녀의 임무는 테러리스트의 은신처가 어디인지, 잡혀간 포로들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고,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범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협상이나 포섭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비밀작전에 투입되어 활동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첩보원이든 누구든 미행이 따라붙으면 작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정보원을 만나거나 배달된 문서를 회수할 때 꼬리를 달고 가는 건 미친 짓이라며, 별다른 악의 없이 따라붙던 사람도 뭔가 중요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생각하며 금세 나쁜 마음을 품기 쉽다고 설명했다.


<언더커버>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도 들려서 첩보영화 같은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테러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고, 신분을 위장한 채 스파이로 살아야 하는 비밀 요원의 삶에 대한 고독함이 묻어났다. 위험 속에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하고 누구와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해서 내면의 갈등도 많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다. 우리도 한때는 매복 공격을 당했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적대적인 환경에서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는 게 표준작전 규정이었다. 하지만 테러 공격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공작원 수가 더 많다는 통계가 나오자 다시 '안전벨트를 안 매면 벌금'이라는 주의로 돌아갔다는 대목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인간관계였다. 나의 예전 세계가 두려워한 위험은 타임스퀘어에서 핵 배낭이 터지는 거였다. 하지만 연인의 쌀쌀한 비웃음이 폭탄보다 강력하지 않다고 누가 감히 단언할 수 있을까? 여기서 문제는, 그렇다고 갑옷을 입으면 똑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였다. 거짓말로 쌓은 관계, 억지로 강한 척하며 맺은 관계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055394876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 스파이로 16개국을 오가며 살아온 삶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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