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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은 추리소설의 한 장르다. <아귀도>는 클로즈드 서클의 공간으로 '아귀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고, 정체 모를 괴생명체에 쫓기는 과정에서 미스터리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돈을 좇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빚어낸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
제주도 남서쪽 아귀도 주변에서 낚싯배 한 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배에 탄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인 문승진은 문진플랜트 대표였던 아버지 문형규의 행방을 찾아 아귀도를 찾는다. 마침 그의 학교 미스터리 연구 동아리 후배이자 고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민희주도 '제주 남해에서 낚싯배 1척 실종' 사건이란 뉴스 기사를 쫓아 제주도에 왔다가 그와 함께 아귀도로 가는 낚싯배를 타는데...
아귀도로 가는 낚싯배 '문주란호'에는 두 사람 외에도 선장 김호선, 선원 한주호, 그리고 '낚시의 제왕' 카페 정모 모임에 초대된 이들이 모여 있다. 문승진에겐 원수 같은 전 문진플랜트 부사장 이경준을 비롯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동승한다. 신문사 기자 이혜선, 해양플랜트 대표 고명수, 그리고 고명수의 경호원 심지윤, 전 문진플랜트 신석기와 박선주 연구원 등 10명은 각자의 여행 목적과 욕망을 숨긴 채 아귀도로 향하고...
아귀도 주변은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아귀도에 가지 말라고 극구 만류한다. 10여 명을 태우고 아귀도로 떠난 낚싯배는 갑작스럽게 엔진이 꺼지며 바다 한가운데 멈춰 선다. 급히 엔진실을 점검하러 간 선장은 엔진실에서 나오지 못해는데, 폭발이 일어나고 배는 전복될 위기에 놓인다.
가까스로 고무보트에 나눠 타고 탈출한 사람들은 아귀도로 향하지만 물살이 쎄서 쉽지 섬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그때 묘령의 여인 양서희가 배를 몰고 이들을 태우고 무사히 섬으로 간다. 그녀는 유전공학자 양성준 박사의 딸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섬을 지키면서 짐 정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아버지와 어떤 인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악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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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날 밤부터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야밤에 집 밖으로 나간 신석기 연구원은 그날 밤 돌아오지 않고 다음날 싸늘한 변사체로 집 앞에서 발견된다. 전날에 신석기와 다퉜다는 박선주 연구원은 다 같이 등대를 점검하러 갔던 길에 의문의 실족사로 죽고, 이경준 전 문진플랜트 부사장도 불에 타 죽는다.
장태민 전 문진플랜트 연구원의 메일을 받고 아귀도에 초대된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면서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다. 거기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의 공격까지 받고 쫓기게 되자, 살아서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데...
<아귀도>를 쓴 조동신 작가는 어떤 괴생명체가 바닷속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메탄가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인간에게 큰 재앙을 줄 수 있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같이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비극으로 인해 지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소설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신석기 씨의 시체를 보여 주고 싶었던 거죠. 이건 마치, 니네도 이렇게 죽여 줄 테니까 어서 보고 떨고 있어라, 라고 하는 거 같지 않나요? 상대가 공포에 떠는 것을 즐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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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추리작가의 길을 걷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소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고생물학을 추리소설에 응용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아귀도>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에 대한 오마주로 탄생했으며, 본격 클로즈드 서클형 미스터리와 해양 크리처물을 결합해 만든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 출간되는 추리소설의 대부분은 일본과 서양에서 온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국내 소설은 출간을 해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귀도>를 읽으면서 이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어 국내 추리소설 붐이 일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컸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본 떴지만 괴생명체를 등장시켜 새로운 클로즈드 서클 장르로 태어났다. 다만 이야기 초반에 등장했던 괴생명체에 대한 묘사는 강렬했던 반면에 아귀도에서 마주친 괴생명체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움직임에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이런 점들이 보완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이 났다면, 아까 말씀드렸듯 역시 메탄가스에 의한 발화일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고기잡이배 전등의 스파크가 불씨가 되어 메탄가스에 불이 붙었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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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만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고 연쇄살인범의 윤곽을 찾는 셜록 홈스 같은 역할을 하는 민희주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이 아쉬웠다. 명탐정 코난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난 캐릭터성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로 고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란 설정만으로는 살인사건 해결의 중심축이 되어가는 모습은 납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괴생명체에 의해 희생된 장면을 본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추가적으로 있었으면 어땠을까. 15년이 지나 고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성장했다는 배경 설명만으로는 범죄 현장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풀어간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참고로, 이 소설의 이야기 끝에 한강변에 새로운 거대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아귀도 2> 시나리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국내 출판시장에서 새로운 스토리로 선보인 <아귀도>는 추리소설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