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이별하는 법 - 아이스너 상 수상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리코 타마키 지음,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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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라일리가 바라는 건 로라 딘과 헤어지는 것이다. 사실 프레디 라일라는 로라 딘과 사귀기 시작한 날을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로 생각해 왔다. 학교에서 최고의 킹카로 꼽히는 로라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에 프레디는 날아갈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로라는 항상 다른 애들과 어울리느라 바쁘고, 자신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듯한 그녀의 행동에 프레디는 화가 치민다. 하지만 그뿐이다.




로라는 인기도 많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애인이기 때문이다. 제멋대로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지만. 프레디는 로라와 헤어졌다고 생각하면 그녀가 다시 눈앞에 다가와 있고. 그녀가 떠났다 생각하면 그리워서 잠을 못 이룬다.

로라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또다시 로라와 가까워진 자신에게 어느새 위안을 삼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인다. 로라는 바람둥이처럼 프레디 곁을 떠났다가도 달콤한 속삭임과 감미로운 손길로 프레디 곁으로 다시 스며든다. 프레디는 로라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자신이 한심해 미쳐버릴 것만 같지만 이렇다 할 묘책도 없다. 그녀와 헤어진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별과 이별하는 법>은 10대의 성장통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뛰어난 그림체가 돋보이고,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가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프레디와 로라의 관계, 프레디와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레즈비언에 대한 사회문제 등 개인 간의 사랑에서 사회 이슈로까지 점점 더 확장해 간다.

프레디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이별 공식은 로라를 만나면 번번이 무산되고, 로라가 다급히 보낸 문자는 그저 장난일 뿐임을 알고 나서 프레디는 그동안 자신의 우유부단함으로 가장 친한 친구의 다급한 손길도 외면했던 바보짓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설익은 풋사과 같은 사랑놀이에서 빠져나와 어릴 적부터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지내온 친구들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그럼에도 프레디의 마음은 자꾸만 로라 딘에게로 가고 있는데... 프레디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프레디의 선택은? '로라 딘의 전 여자 친구 말고도, 내가 될 수 있는 건 아주 많으니까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그래픽 노블은 십 대들의 로망과 꿈, 사랑 등에 대해 다뤘다. 또한 주인공 프레디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도 레즈비언이라고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유와 개방을 추구하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불편한 이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양면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일명 '킹카'로 불리는 로망의 대상과 사귄다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질 나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프레디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보았던 <캔디>처럼 <이별과 이별하는 법>에서도 십 대인 프레디가 바라보는 선망의 대상 로라는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하는 잘난 인물이라는 점에선 별로 달리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나면 여전히 여운이 남는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새로운 버전으로 나오면 더 재밌는 스토리텔링으로 인기를 모을 것 같다. 프레디와 친구가 등장하는 2편, 3편이 나오는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좋을 것 같다.



로라 딘의 전 여자 친구 말고도, 내가 될 수 있는 건 아주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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