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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 초보 라이터를 위한 안내서
고홍렬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IT 분야에서 기자로 일하다 보니 좋든 싫든 간에 일정 분량의 글을 꾸준히 써야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고홍렬 작가는 20년간 3,000권을 읽고, 1만 페이지를 썼다고 소개했다. 우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단 생각이 든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심적인 부담이 많았던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고통을 풀어내는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받았다고 설명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는 글쓰기를 막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 원해서 글을 썼던 때를 이야기하며 매년 5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써왔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썼던 기사를 책으로 냈다면 나 역시 몇 권쯤 썼을 것 같은데, 아직 등단한 것도 내 이름의 책을 쓴 것도 아니니, 초보 라이터일 뿐이다.
그는 충분히 글을 써본 경험 없이 글쓰기를 배우는 건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모델로 삼아 워킹을 해보라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엔 그냥 뒤뚱뒤뚱 한 걸음씩 걸음마를 내딛다 보면 자연스럽게 걷고 뛸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의 바람은 지금 당장 글을 써보라는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을 키우라는 것이다. 물론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또 다른 고통일 뿐이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을 이길 수 없다고 했으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내겐 그런 점에서 글쓰기의 기본기는 갖춘 셈이다.
독서는 쓰기로 완성된다.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읽은 걸 써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책에 밑줄을 긋고 자기 생각을 메모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밑줄 그은 부분뿐 아니라 자기가 쓴 부분도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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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장에서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2장에서는 글을 쓰는 마음가짐, 즉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소개했다. 어떤 마음을 갖고 글쓰기를 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3장에서는 구체적인 글쓰기 연습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직접 글을 써보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잘 쓸 때까지 계속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신입기자가 되면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치는데 이때 선배나 편집장으로부터 빨간펜 공격을 받곤 했다. 여기저기 빨간색으로 난도질(?) 당하고 나면 괜스레 오기가 발동했다. 그 후 다른 곳에서도 기자 생활을 이어갔는데, 어떨 때는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글쓰기가 고통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이 책의 각 장마다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와 글을 쓰는 자세, 글쓰기 방법, 습관적으로 꾸준히 쓸 수 있는 노하우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글쓰기라는 높은 산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완만한 능선을 편안하게 오르면서 되도록 자주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글쓰기를 습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도 일반인들의 삶과 다르다. 사람들이 삶이라는 풍경을 무심히 스쳐 지나갈 때, 글 쓰는 사람들은 그걸 붙들어 놓고 좀 더 엄밀하게 살핀다. 글 쓰는 사람들의 삶이 좀 더 촘촘하고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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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쓴 작가였다면 일정한 궤도로 글쓰기 스킬이 늘 때까진 숨이 턱에 차더라도 산에 오르는 것처럼 글쓰기를 반복해서 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편안한 건 없다. 밤을 새우고 10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 글을 쓰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저리도록 아파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손가락 관절은 마비 증상이 오고, 어느새 목은 거북이처럼 변해 버리고, 졸음으로 초점 잃은 두 눈은 그대로 광채가 난다.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와 달리 좀 더 완만한 능선을 따라 목적지인 정상에 도달하고 싶다면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책을 덮을 시점이 오니 역시 뭐가 됐든 써보는 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글쓰기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그 책들의 문구 중 일부를 인용해 머리말을 시작하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자신의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아 독자들의 글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글 쓰는 재미를 느끼게 됐고, 은퇴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직장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은퇴 이후의 삶이다. 글쓰기가 책 쓰기로 이어진다면 자기를 증명할 방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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