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사피엔스'의 사전적 의미는 화석인(化石人)과 구별되는 '현재의 인류'를 말한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지구의 정복자로 살아온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인류세'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인간의 역사와 문화의 발전과는 반비례하는 인간으로 인한 생명체의 파괴와 멸종, 환경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들여다봤다.



이 책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45억 년으로 본다면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최초의 인류는 자정에서 4초 전에 태어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짧은 시간에 인류는 막강한 힘으로 지구를 장악하는 한편, 전 세계를 통합된 문화 네트워크로 만들었다. 현명한 사람들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불리는 인류는 오늘날 75억 명으로 불어났는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이렇게 오래 살게 된 인류는 자연환경을 비롯해 모든 동식물과 지구상의 토양, 암석, 침전물 등 다양한 물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류를 비롯해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개체 수는 지난 40년간 평균 50%가 감소했다. 이는 인간의 행동에 모든 생물들이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었다.



이 책에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인류'와 '최근의 시간'이라는 그리스어를 합쳐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인류세란 호모 사피엔스가 지질학적인 초강대자가 되어 지구를 오랜 발전 단계에서 새로운 길로 이끈 시기를 묘사한다. 또한 인류세는 인류의 역사, 생명의 역사, 그리고 지구 자체의 역사로 볼 때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에 전염병과 함께 인류세가 급격히 시작됐다고 보는 한편, 인류세를 인간이 환경을 통제하는 미래 세계로 봤다. 다시 말해 인류세란 인간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전부 아우르는 것으로 모든 것을 영원히 바꿔 놓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이 책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라는 사피엔스의 망상에서 비롯된 인간의 오만이 지질 시대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현대 문명이 발전할수록 어쩌면 문명의 붕괴와 멸종 시나리오의 현실화는 SF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지질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불안정한 인류세라는 시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재미난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려운 용어도 많고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건 코로나19처럼 일상의 흐름을 무너트리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더 이상 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던 인간의 행동반경은 줄어들었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이 금지되고, 언택트(비접촉)을 통한 교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류는 자유로운 행동에 제약이 생긴 반면 지구상의 대기질은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고, 멸종 위기에 내몰렸던 생명체들의 개체 수가 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이 책의 저자들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지구를 다 함께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의 국제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인류세를 맞이한 인류의 주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임무지만 실패할 이유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의 폭군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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