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고바야시 요리코 외 지음, 최재혁 옮김 / 돌베개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세로로 기다란 화면. 왼쪽으로 창문임을 알아나 보라는 듯 일부만 그려놓은 창. 유리창을 맞바라보고 서(앉아) 창으로 비어져 들어오는 햇빛을 옴팡 받고있는 혹은 오른쪽 측면으로만 그 광을 받고있는 여인. 빛 하면 긴 그림자가 떠오르듯 베르메르의 이미지는 빛과 창이 아닐까?




창이 있으나 창이 없으나 베르메르의 그림엔 빛이 있다.

베르메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 [진주귀걸이 소녀]에는 창도 어떠한 소품도 없이 단지 그림을 들여다보는 관람자에게 왼쪽 눈으로 오물거리려 수줍은 입을 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있잖아요...” 라는 듯한 소녀만 있지만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소녀를 부드럽게 에두르는 것, 그것은 빛이다. (다만, 이야기 그림이라는 예수 그림들에서는 빛??? 글쎄!!!)




빛의 거장 베르메르를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세상과 그다지 소통하지 못했던 괴벽한 천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43세 요절, 서른너댓 작품밖에 남기지 않았다는 점, 약 150년 전 화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과 더불어 반 메르한의 위작사건 그리고 미술테러리즘이라고 하는 도난사건과 유독 빈번한 인연이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화가로써는 치욕스럽게 여길만한 카메라 옵스큐라 또한 베르메르를 현실을 외면한 괴짜로 인식하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미술계의 오해를 저자 고바야시 요리코는 이 책을 통해 풀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네덜란드 스승의 이론까지‘죄송하지만’반론하면서.




카메라 옵스큐라란 카메라로 비친 상을 그대로 본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즉, 화가가 원근법 빛의크기를 치밀하게 계산하여 여러 화법을 동원하여 때로는 원근도 왜곡하고 빛도 왜곡함으로써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기법으로 승화시키는 천재성을 정면으로 뒤엎는 일이다. 예술가에게‘소질’없는 환쟁이라고 말하는 셈이니 우울하기 그지없는 일일테다. 저자가 풀어놓은 베르메르의 매혹의 비밀이란 이런 것들이로구나 이해하면 되려는지...




그림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주어진 지면이 부족해서였는지 아니면 베르메르가 남겨놓은 작품이 원체 소수여서였는지 옮긴이의 말까지 해도 200페이지에 불과했기에(삽입된 그림이 많아 아주 착한 책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진주 목걸이 하는 여인]의 수려한 옆얼굴과 우아한 손가락, [연애편지]에서 편지를 건네는 하녀를 곁눈질로 돌아보는 류트를 든 여인의 당황스럽기도 하고 뭔가 비밀스러워 보이는 얼굴이 몹시 매혹적이다. [두 신사와 여인]에서 옆으로 주욱 벌려진 여인의 입은 욕망과 염려가 뒤섞인 애매한 표정이 생생했고 [편지쓰는 여인과 하녀]에서 연정에 사로잡힌(?) 마님이 부지런히 편지 쓰는 뒤에 서있는 하녀가 열린 창밖을 바라보며 오히려 여유로운 혹은 나는 네 비밀을 잘 알지라고 말하는 것같은 의뭉스러움이 아주 좋다. 나에겐 [진주귀걸이 소녀]의 작가로만 남을 뻔한 베르메르가 빛, 풍성한 거장으로 성큼 다가왔으니 이것이 가히 책읽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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