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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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거침없이 "추리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다. 단연코 추리소설의 대가는 코난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니냐고 말하는데 말이다. 실은 요즘 작가들 말고 장르소설에 고전격이라고 속하는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그 두사람이 전부다. 근데.. 이제는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정말로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가 아니었나 싶기는 하다.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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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황금 옷을 입은 왕」, 「영리한 살인자」, 「사라진 진주 목걸이」, 「호텔 방의 여자」,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의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플롯은 내 느낌은 코난도일의 셜록홈즈의 스타일이 느껴졌다. 어렸을 적 추리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다만 좀 더 묵직함과 거친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나 「황금 옷을 입은 왕」에 등장하는 스티브는 죽은이를 발견하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고 무심한듯 지나치는 것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작가의 스타일이 살짝 독자에게 불친절한 것인지 아니면 챈들러의 특징일까. 왜 다른 탐정들에게 느끼지 못한 것을 괜히 시비를 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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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에 등장하는 이들은 연관성이 없다. 요즘 단편집을 읽을때면 혹시나 연관성이 없다 집중하는게 버릇이 되어 버렸는데, 역시나 버릇은 어쩔 수가 없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참 대단한 매력인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기는 챈들러의 < 기나긴 이별 >을 12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괜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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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몽 어스 : 우주의 배신자
로라 리비에르 지음, 테오 베르떼 그림, 유민정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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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난 이 책을 읽을때까지 어몽어스라는 게임을 몰랐다. 이 책을 본 주변 사람들이 이거 게임인데.. 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을 하더라도 단순한 것을 하니 잘 몰랐어서.. 이 책을 읽을때 더 잘 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게임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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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마치 생존게임이라고나 할까. 스켈드 호 크루원은 모두 10명. 각자의 임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어느날 갑작스레 레몽이 사망하게 된다. 남은 크루원들은 모여 의심되는 자들을 지목하고 투표를 통해 우주선으로 방출시키기로 한다. 다행히도 첫번째 투표에서는 아무도 방출되지 않았고, 사건의 진상을 좀 더 파헤치려 한다. 승무원 중 앙리가 과거의 범죄를 속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투표에 의해 그가 우주선 밖으로 방출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상황이 되면서 또 다시 레몽의 부인인 주이한이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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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서로를 의심하며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야기속 크루원들만이 아니고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이게 된다. 이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한명의 임포스터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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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밖으로 방출되는 것은 곧 죽음과 같은 것인데 과연 사람들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것인가. 그런 상황을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이들은 자신들의 손에서 결정된 사항이기는 하지만 그 결정에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읽다보면 혹시.. 라며 작은 단서를 하나 읽을 수 있다. 과연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한명의 임포스터는 누구일까.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주의 배신자를 찾는 꽤 흥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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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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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1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여기 등장하는 "메리 유"는 아마도 어렸을 적 자신을 투영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많은 이민자의 삶이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밤늦도록 일을 했고, 제법 똑똑했던 작가는 영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모른채 이방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낯선나라에 적응하여 변호사로 일했었고, 그 일을 그만두고 이 소설 < 미라클 크리크 >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 작품으로 에드거상(2020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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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시켰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고압산소로 치료하는 미라클 서브마린. 항상 곁을 지켜야 하는 남편 박 유는 잠시 영에게 서브마린 곁에 있으라 하고 자리를 비운다. 그것은 그냥 사소한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가 생겼다. 폭발사고였다. 아.. 이민자 가족의 험난한 법정 투쟁이 시작되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시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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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사람은 엘리자베스. 그녀는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자폐아 헨리의 엄마였다. 아이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서브마린에 방화를 했다는 혐의이다. 당시 자폐아 헨리와 TJ의 엄마인 킷이 사망했다. 불임치료를 받던 의사 맷은 손가락을 잃었고, 화재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박 유는 휠체어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변호사는 직접증거와 정황증거를 통해 서브마린 운영자 박 유가 보험금을 노린 고의 방화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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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생각이 났다. 내용은 가물가물했지만 제목은 그야말로 이 소설을 대변하지 않는가 싶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번 의심의 눈초리를 여기저기로 향하게 만든다. 방화,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보다는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특수아동을 기우는 부모의 고뇌라거나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민자의 삶등을 깊이 생각하며 진한 감동을 선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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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데뷔작인 이 소설이 여러 상을 받으면서 20개의 언어로 번역되는 행운을 누리는 가운데 한국어로 번역될 거라는 소식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 타국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고국의 언어로, 고국의 독자들을 만난다는 사실은 꽤 감격적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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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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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대단한 작가님들이 다 모이셨네요^^ 완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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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 입원일기 - 꽃이 좋아서 나는 미친년일까
꿀비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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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장애란 기분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삶의 의욕, 흥미, 인지, 수면과 식욕 등에 변화를 보이는 질환으로 주로 우울증과 조울증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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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어느 곳이 아프든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아픈 것을 빌미로 조롱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머리에 꽃달았냐며 '미쳤다'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아프면 치료를 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표지에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마냥 웃고 싶지만은 않다. 5년간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던 작가는 항복선언을 했다. 그리고 입원을 결정했다. 어쩌면 세상을 도피하고 싶어서일까. 어쩌면 아직은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을까, 당장 입원하라는 의사의 말에 살짝 머쓱해지기는 했지만 꽤 용기있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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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는 너무나 멋진데 나는 자꾸 과거를 떠올리며 아파하고 있었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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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보고 살짝 뜨끔했다. 사실 나도 자꾸 과거의 안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를 괴롭히곤 한다. 참 안좋은 버릇인데 말이다. 왜 나쁜 기억은 오래오래 남아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아니.. 왜 나를 괴롭히는 걸까. 그렇다고 너무 애써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건 내 모습 그대로이니 말이다. 누가 뭐래든 나는 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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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직 좀 힘들기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서 알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페달을 힘차게 밟을 용기가 제법 생겼다고 한다. 나도 어쩜 기분장애에 빠질 수 있던 삶에 활력소가 된 것이 책을 좋아하는 "몽실북클럽" 덕분인것 같다. 때론 상처를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플러스가 많아 든든하다. 자신의 치유의 감정을 꼭 함께 하고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꿀비작가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내 스스로에게 보내는 박수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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