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번도 초라하지 않았으니까 어른의시간 시인선 4
전병석 지음 / 어른의시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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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어렵다고들 한단다. 잘됐다. 혼자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래서 시를 많이 읽으려고 한다. 이렇게 읽다보면 조금씩 마음에 와닿는 것을 한두편은 찾지 않알까? 다행히 전병석 시인은 너무나도 압축적이지 않게 일상적인 화법을 유지하며 큰 울림을 주는 시인이다.

이 시집은 "1부 덤으로 마음을 받다, 2부 슬픔이 지구를 돌린다, 3부 이제 바다로 갈 수 있겠습니다"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제목을 봤을 때, 그 옛날 연인의 죽음 앞에 지구의 자전 방향 반대편으로 지구를 돌리던 슈퍼맨이 생각이 났더랬다. 요즘에 내 심경도 그렇다. 그렇게 지구를 돌려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만 있다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그렇게 되었음...좋으련만...

봄을 기다리면 봄이 옵니다 / 꽃을 기다리면 꽃이 핍니다 / 기다림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것은 / 기다림이 아닙니다 ( 이별 후의 기다림 中 )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도록 기다릴까 보다.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면 그래서 기다리지 않으면 너무나도 미안해질 것 같아서다.

울지마라 / 눈을 감고 있어도 / 너희 모습 생생히 보고 있다 / 그래서 더 고맙다

그렇지만 여기는 너무 외롭다 / 목숨과 이어진 몸의 모든 관들 / 바늘과 인연을 뽑아다오

준비된 귀향은 / 얼마나 기쁜일인가 ( 귀향 中 )

만약에 몇년전에 이 시들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시에서 눈길을 멈춰섰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현재 나는 엄마와의 이별이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그리움이 가득한 시어들을 보면 자꾸만 멈춰서게 된다.

아직 시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많은 시를 읽었다고 모든 시를 마음에 담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대로 마음 가는대로, 상황대로, 시인의 마음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시를 느끼며 읽는 것도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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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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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렇게 대놓고 언질을 주고 있는데, 알아먹지 못하다니..정말로 눈치가 없는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 책은 저승과 이승 사이 '환승'이라는 독특한 장소를 무대로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즘 내 한창 이승과 저승에 관련된 이야기에 많이 끌린다.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에 가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꿈에도 한번 나타나질 않으니 말이다.

분명 엄마와 아빠와 케이크를 사러 가는 길인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잠든 채였고, 채이는 조수석에 앉아서 졸고 있었는데... 그런데, 채이네는 세식구인데, 그럼 누가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런데 정신이 든 건 동굴이었다. 설마 내가 죽었나? 자신이 죽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 기억도 가물가물 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동굴이 흔들리면서 사라지고 채이 앞에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채이 앞에 나타난 곳은 사막 한가운데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이다. 제사장에게 쫓겨나려는 찰나, 채이는 동굴로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제 사장은 고민에 휩싸인다.

사실, 이곳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존재하는 국수집이고, 환생해서 태어나는 영혼들의 약간의 꼬인 운명같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곳이다. 제사장의 붉은 구슬을 담긴 국수 한그릇을 먹고 나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채이의 구슬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사장은 채이를 돌려보낼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우선은 이곳에 머무르라고 한다. 채이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과연 채이는 자신의 운명을 담은 구슬을 찾아서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맞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실 국수집에서 일하는 다미라는 아저씨가 있다. 저녁에는 국수집에 머무를수 없고, 사막으로 나갔다가 아침이 되면 돌아온다. 사막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자살한 사람들인데, 그 곳에서 살다가 흙이 되어 버린다. 다미 아저씨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 채이와 어떤 관계가 있을꺼라 생각하며 '감 잡았어~'라고 자신만만 했는데, 보기 좋은 떡밥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쩜 사연을 알고나면 애틋해서(사연은 비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잊어버리는 거랑 잃어버리는 건 다른 게 아닐까요? 잃어 버리면 영영 볼 수 없겠지만, 잊어버린 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잖아요.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어요. 가끔 깜짝 선물처럼 튀어나와 주겠죠(p.193)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을 요즘에 많이 느낀다. 그만큼 나도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가끔씩 튀어나오는 기억 때문에 아주 미칠것 같다. 아직은 아쉬운게 많고 미안한게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문득 떠오른 기억이 마치 선물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꿈에서라도 제사장이 운영하는 아니.. 이제는 다른 사람(궁금하면 책으로 확인을)이 운영하지만 어쨌든 그 곳, 국수집에 가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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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필사력 - 연봉을 2배로 만드는
이광호 지음 / 라온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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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여러 책들을 산 적이 있다. 명심보감, 논어, 채근담, 뭐 등등... 누군가는 내게 그랬었다. 과거 보냐고.... 꼭 도서정가제는 아니었더라도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장만을 했었다. 그리고 한참을 방치하다가.. 어딘지 모르게 글자 하나하나 뜻을 새기며 읽어야 할 책들 같아서, 필사를 하며 읽기로 했었다. 필사하기 좋은 노트에 펜까지 장만을 했었드랬지.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았다. 한 2주 정도를 쓰다가 멈춰버렸다. 무슨 이유였는지 몰랐는데.. 생각이 났다. 게을렀던 것도 아니고 손에 익지 않은 탓도 아니었으니, 어쩌면 이제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 초필사력 >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연봉을 2배로 만드는"에도 사로 잡힌것은 맞다. 하지만 무작정 쓰기만 하는 건지, 다른 이들의 필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함이 있었다. 살짝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필사의 중요함은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나는 모든 책을 필사하는 것을 반대하는 편이다. 필사를 해야하는 책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필사를 요하는 책을 주로 읽지 않기 때문에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인문학이나, 시는 필사가 괜찮은 것 같지만, 소설이나 에세이는 통필사보다는 감명받은 글귀나 부분적 필사는 좋은 것 같다. 공부를 할 때는 오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학생들에게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눈으로 보면서 손을로 쓰면서 입으로 중얼대고 귀로 들으면서 하라고 한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며 읽는 소설류는 오히려 필사는 독이 되는것 같다. 손으로 쓰다가 무슨 내용인지 파악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게다가, 막상 적어놓고는 다실 보지 않으니 필사의 필요성을 잘 몰랐는데, 내가 한 필사라는 것은 필사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필사를 해 놓고 때때로 다시 그 구절들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한 탓일테다.

고기는 씹을수록 맛이 나고 책도 읽으수록 맛이 나고 책도 읽을수록 맛이 난다.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 지나쳤던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100번 읽고 100번 익히는 셈이다.(p.25)

세종대왕님의 말씀이시다. 나도 가끔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어서 재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을 다시 발견하면 책 내용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모든 책들 재독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재독하는 것은 꽨 좋은 것 같다. 필사도 그런 것이 아닐까. 다시 되새기기에는 필사만큼 좋은 것은 없을듯싶다. 그야말로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도 다시 명심보감 필사를 다시 시작해야할 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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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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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온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표지.. 표지를 어디서 본게 아니라.. 저런 느낌의 내용을 아는데.. 한것이다. 바로 < 브레이크 다운 >이라는 작가의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바꿔서 리커버 된 작품인 것이다. 예전에 < 브레이크 다운 >을 읽어었는데, 비밀스러운 당시 내 리뷰탓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다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꽤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재독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옥죄어오는 그 공포감. 내가 만약 캐시였다면 어땠을까. 사람을 이렇게 가스라이팅 할 수 있는 것인가.. 정말로 죽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이라더니...

한적한 곳에 위치한 캐시와 매튜의 집.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동료들과 모임 후 늦은밤 돌아오는 캐시에게 매튜는 숲길로 오지 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오라고 한다. 비오는 날 숲길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시는 숲길을 택했다. 숲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 한대. 비상등을 켜지 않고 세워져 있는 차. 무슨 일일까.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현듯 도움을 요청하듯 세워놓고, 다가가면 어디선가 공범이 튀어나와 범죄를 저지른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나라도 그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 한적한 길이라면, 게다가 내가 차를 세웠는데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쳐 왔을 것 같다. 다음날, 캐시는 그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때부터 캐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계속해서 아무말 없는 전화. 치매를 앓았던 엄마 탓에 자신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던 캐시는 자꾸만 기억에도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웃집 친구를 초대한 일, 경비업체와의 계약, 유모차 배달...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일들... 남편 매튜는 괜찮다며 위로해 주지만, 언젠가 그도 싫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급기야 캐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병원으로 실려가기까지 한다.

사실, 가스라이팅 범죄가 일어나면, 어떻게 저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분명 가스라이팅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시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가 있었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 의한 '정서적 폭력'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것도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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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포트라이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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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이돌, 뮤지컬 배우, 가수, 작가들이 모인 예술 고등학교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 옛날 내가 어렸을 적에는 왜 나는 적극적으로 꿈을 찾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꿈을 찾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시야가 매우 좁았었던 탓일수도 있다. 조금 더 세상을 접했다라면 다른 직업을 택하지 않았었을까. 내가 꼰대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너도 나도 아이돌들을 꿈꾸며 오디션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별로 탐탁스러 보이지는 않는다.(확실이 꼰대다) 공부는 아예 손을 놨다라든지 수능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 않느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던 것은, 만약 그들이 노래를 잘하지 못했더라면 그렇게 편안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요즘 '우천시'라는 말을 이해 못해 어디 있는 도시냐고 물었다는 것을 보면서 기본적인 상식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편협한 내 사고부터 뜯어고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유주,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은 초록이. 그 둘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꿈이 있어 한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그들 앞에 재능을 겸비한 이들이 나타났다. 뮤지컬 배우 부부의 딸 해연이와 어릴때부터 미술에 흥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엄마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하늘. 유주와 초록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하며 겨우겨우 해내는 일들을 해연이와 하늘은 너무나도 쉽게 해내는 것만 같다. 사실 유주와 초록이를 읽으면서는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재능에는 어쩔수 없나라며 기운이 빠졌지만, 성대결절로 인해 한차례 슬럼프를 겪게 되었지만 또 다른 꿈을 꾸는 후배를 보며 유주도 다시 힘을 내는 것 같고, 초록이도 꿈을 꾸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하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이 이야기는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즐거운 청소년기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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