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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ㅣ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평점 :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온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표지.. 표지를 어디서 본게 아니라.. 저런 느낌의 내용을 아는데.. 한것이다. 바로 < 브레이크 다운 >이라는 작가의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바꿔서 리커버 된 작품인 것이다. 예전에 < 브레이크 다운 >을 읽어었는데, 비밀스러운 당시 내 리뷰탓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다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꽤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재독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옥죄어오는 그 공포감. 내가 만약 캐시였다면 어땠을까. 사람을 이렇게 가스라이팅 할 수 있는 것인가.. 정말로 죽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이라더니...
한적한 곳에 위치한 캐시와 매튜의 집.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동료들과 모임 후 늦은밤 돌아오는 캐시에게 매튜는 숲길로 오지 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오라고 한다. 비오는 날 숲길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시는 숲길을 택했다. 숲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 한대. 비상등을 켜지 않고 세워져 있는 차. 무슨 일일까.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현듯 도움을 요청하듯 세워놓고, 다가가면 어디선가 공범이 튀어나와 범죄를 저지른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나라도 그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 한적한 길이라면, 게다가 내가 차를 세웠는데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쳐 왔을 것 같다. 다음날, 캐시는 그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때부터 캐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계속해서 아무말 없는 전화. 치매를 앓았던 엄마 탓에 자신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던 캐시는 자꾸만 기억에도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웃집 친구를 초대한 일, 경비업체와의 계약, 유모차 배달...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일들... 남편 매튜는 괜찮다며 위로해 주지만, 언젠가 그도 싫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급기야 캐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병원으로 실려가기까지 한다.
사실, 가스라이팅 범죄가 일어나면, 어떻게 저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분명 가스라이팅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시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가 있었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 의한 '정서적 폭력'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것도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