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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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스 구트(Alles Gut), 독일 격언 '끝이 좋으면 다 좋아'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고령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행복한 임종을 암시하도록 최면을 시술하는 복지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게 정말로 맞는 것일까. 아직 끝을 맞이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나라면, 삶이 행복했다기 보다 죽는것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의 그동안의 삶이 어찌되었든 간에 모든 걸 다 이루었다, 만족감이 높은 상태로 이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쩜 그동안의 삶이 부정 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는 복지 최면술사 중에서도 꽤 엘리트 최면술사이다. T레벨은 최면술사로서 꽤 높은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공리청에서 지어준 다소 도서관 청구기호처럼 딱딱한 이름을 부여받지만, T 레벨은 그가 유일했기에 그는 그냥 'T'라고 부른다. T의 새로운 부임지에서 첫번째 시술자였던 할머니가 육교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마지막 표정이 행복했던 것으로 보아 '알레스 구트'를 이뤄냈음이 충분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운을 떨칠수는 없다. 사실, 할머니는 처음부터 최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T는 조금씩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다.

노년층을 위한 복지라는 개념에서의 '최면'이라는 것이 꽤 독특한 소재이다. 당사자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이끌어내거나 혹은 전생의 기억까지 이끌어내곤 하는 것을 종종 방송을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과연 저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안한건 아니다. 그런데 왜 꼭 고령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마도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그래도 저소독층이 피술자의 주대상이 되긴 할 것 같다. 어찌보면 원래의 의도대로 사용이 된다면 긍정적인면이 더 높을수는 있겠으나, 소설 속 이야기에서는 부작용들이 드러나게 된다. 부작용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 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이나 현실에서나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제도들이 제대로 빛이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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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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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소녀가 있다. 인생 7회차를 살고 있는 송재이. 새로 태어나면서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이다. 그런데, 생이 반복되면서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은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날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생을 살게 되면서 전회차에서 겪게 될 위험에 대해 조심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2회차 생을 살때, 재이의 부모는 그녀를 집근처 소아청소년상담센터를 찾아간다. 자꾸만 환생이나 죽음을 입에 담는 재이가 걱정이 된 것이다. 다행히 조현병은 아니라고 했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소아청소년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정소영. 그녀는 세상의 종말을 맞이했었다. 바로 재이의 죽음이 맞이한 종말에서 모든 것이 리셋되었을 때 오직 그녀만이 리셋되지 못했다. 소영이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이가 제대로 성장해야한다. 하지만 재이는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했고, 소영은 서류상의 나이에서 자꾸만 멀어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한사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사람은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재이의 삶이 반복될수록 소영을 그녀가 무탈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면서 위험이 될만한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책의 마지막을 읽을 때 문득, "한 아이를 키우려먼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맹수여도 어린시절에는 많은 위험에 노출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들은 귀엽게 생겨서 다른 존재로부터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을 보호 받게끔 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보호가 필요한 시절들을 우리는 지내며 어른으로 거듭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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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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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작

경찰생활 18년차의 경찰 용훈.그에게 우편물이 도착한다. 이름도 낯선데, 교도소에서 발송된 편지였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 있는데, 용훈이 해결해줬으면 한단다. 그리고 편지 뒷면에 약도 하나.. 그 곳은 30년전 '주파수 실종 사건'이 일어난 능리산이었다.

30년전, 능리산을 올랐던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성준은 기억을 잃었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현실, 기억을 잃은 탓에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성준은 고해성사로 죄가 사라질 수 있을 것라는 희망으로 천주교인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용훈을 만나고부터.. 아니 두 친구가 유골로 돌아온 후부터... 아니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를 찾기 위해서...

꽤 오래된 미해결 사건들이 존재한다. 왜곡된 기억 때문에 혹은 단서가 없어서 그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건들.. 혹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는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들의 연속이었을 테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미해결 사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용훈과 성준은 오래전 같은 학교에 다녔었다. 당시 꽤 떠들썩했던 친구들의 실종사건. 개구리 소년 사건들도 떠오르게 하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30년전 아이들의 실종사건의 주축을 이루면서 여러 사건들의 조각들을 맞춰지는 점이 정통 추리스릴러를 맛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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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꺼져가는 생명과 함께 이 시간의 흐름을 공유하는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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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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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어렸을 적,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과 어린 동생을 잃었다. 그토록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무작정 신께 빌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준은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사실, 나도 신은 믿지 않는다. 아닌가? 종교는 같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간절히 빌었으니까, '신'이라는 존재를 은연중에 인정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어딘가'가 아니라 '믿는 구석'이라는게 있다.


이준은 홀로 그렇게 잘 성장했다. 초등교사가 된 후 시골의 '한사람 마을'로 발령 받았다. 동기들은 왜 굳이 시골로 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가족도 없기 때문에 외딴 곳에 홀로 가도 상관없었다. 표지판도 제대로 없는 '한사람 마을'. 마을 이장님은 빈집도 선뜻 내주시고, 마을 사람들은 집수리를 해주기도 하고, 살뜰히 이준을 대해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일요일이면 새빨란 액체가 고여 있는 투명한 비닐봉투를 들고 교회로 향한다. 궁금했던 이준은 교회로 가봤지만, 입장을 거부당한다. 이장이자 목사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허락을 받고 예배에 참석한 이준은 신과 영접했다며 굽은 허리가 곱게 펴진 할머니를 만나게 되며 놀라게 된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준은 이 날부터 신과 만나기를 고대하기 시작한다.


사실, 처음에는 한 마을 전체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은 아닌가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컬트로 바뀌더니 스릴러 소설로 변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소설에 빠져들게 된다. 아주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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