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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라인하르트 프리들.셜리 미하엘라 소일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추리 소설을 즐겨보다 보니, 아무래도 피가 흥건한 사건현장이 떠오른다. "모든 생명은 피에서 시작된다(p.24)"라는 말마따나, 나는 생명이 빠져나온 그런 장면이 더 익숙하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모든 생명의 시작이 되는 "피"에 관한 것으로 "피에 관한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의 책이다.
생명의 큰 흐름이 피에서 교차한다. 피는 병을 옮기기도 하고 고치기도 한다. 피는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앗아가기도 한다. 피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피는 삶만큼이나 다양하다. 피는 양식이고 삶이고 죽음이다. 사고, 폭력, 희생, 복수가 있는 곳에 피가 흐른다. 피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정의를 외치고 우정을 다짐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전사들은 얼굴에 피를 바른다. 피의 색깔은 사랑의 색깔이다. 피 한방울이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완전히 밝혀낼 수 있다.(p.30)
초반부터 꽤 호기심을 불러일의키는 말들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피에는 여러가지 희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온갖 드라마를 섭렵했던 딸아이가 그 작은 입술로 늘상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피는 그렇게 가족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예전부터 동맹을 맺을때도 피의 맹세를 했었나보다. 이 책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심장이 부서지느냐 건강을 유지하느냐는 핏 속의 작은 사랑이 있는지의 여부에 달렸다고 한다. 그 작은 사랑이 "옥시토신"이라고 한다. 옥시토신은 출산시 자궁수축에만 관련된 호르몬인 줄 알았는데 이 호르몬은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에 관여 한단다. 그런데, 심장마비가 오더라도 이 '옥시토신'이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때문에 증상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늘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할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하면 옥시토신이 넘쳐나는 것 아닐까. 바뀌었나?
건강검진을 하면 늘상 피검사가 따라온다. 혈액 수치들로 건강상태를 짚어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다른 정보들도 나온다. 바로 어린 시절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았는지 여부를 거의 90%까지 맞힐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조사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다. 게다가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게 되면 혈액 응고가 활성화 된다고 한다. 소름이 돋고, 놀라서 움츠러들고, 옆사람에게 달라붙고, 무서워 비명을 지르게 되면 우리는 언제든지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혈액응고를 지원하게 된다고 한다. 만약 부상을 입게 된다면 재빠르게 부상을 입게 되면 재빠르게 상처를 닫아야 할테니 발이다. 하지만, 부상을 입지 않게 되다면, 활성화된 응고인자가 혈관을 타고 순환하면 잘못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단다. 아무래도 공포영화를 자제해야 하는가보다. 다행스레 영화는 오래전부터 잘 보지 않았으니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감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