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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1
휴 앰브로스 지음, 김홍래.이영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만든
HBO 대서사 미니시리즈 10부작 <퍼시픽>의 공식 컴패니언북
나는 전쟁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쟁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예전 - 내가 초등학생일 적에 뉴스에서 북한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나는 두려움에 떨었었다. 1980년대 초반이여서 아직은 매달 꼬박꼬박 치뤄지는 민방위 훈련 때문이었을까, 철저한 반공교육 탓이었을까? 부모님과 함께 볼때 조차도 전쟁이라는 무서움에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중 하나는 1985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급작스레 실제상황이라면서 싸이렌이 울렸던 일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귀순을 했던지 귀순을 하려고 비행기가 떴는데 그를 막으려고 북한에서 전투기가 떴는지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같이 비상상태로 들어갔는지 대충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잊을수 없는 경험이었다. 나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도 북한에서는 '당창건 기념행사 열병식'이 진행되면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세습을 공식화하였고, 공교롭게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사망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느꼈던 전쟁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느낄수 없었다. 아마도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의 불감증인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는 6.25 전쟁(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많았다.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간접체험을 할 수 있어 아마도 전쟁의 두려움을 약간은 느낄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초등학생인 우리딸은 전혀 전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6.25 전쟁이 북한이 남침한 것은 알고는 있지만 몇년에 얼마동안 일어났는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로 남겨지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꼭 기억을 해야만 하는 전쟁인 것이다.
북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간혹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난 'The PACIFIC'을 읽었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다섯 주인공들의 눈을 통해 다각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일본을 상대로 했던 거대한 태평양 전쟁 속을 헤쳐 나갔던 주인공들들의 행적을 추적한다.
오스틴 "쉬프티" 쇼프너
오랜 군 경력을 갖고 있는 저명한 가문의 후손으로서 자신을 직업 해병으로 생각했다. 그는 전쟁포로로서 일본군의 잔학상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버넌 "마이크" 마이클
해군 항공기 조종사, 그는 훈련때 바퀴를 내리지 않고 착륙을 시도했던 그야말로 '초짜'인 그는 수직 강하하면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다시 급상승하는 베테랑급 전투조종사가 된다. 특히, 다섯사람중에서 마이클의 이야기를 읽을때면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다. 적군에 공격을 퍼붓고 함대로 복귀하던중 연료가 바닥났던 일, 까만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바다, 적의 공격때문에 전투기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서도 멋드러지게 공격을 성공시켰던 일... 솔직히 전쟁을 겪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에 전쟁을 겪어야 하고 그저 민간인이 아니고 군인이라면 마이클 같은 급강하폭격기 조종사이고 싶다.
시드니 C. 필립스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10대 소년은 전쟁이 시작되자, 친구인 윌리엄 "W.O." 브라운의 석득으로 군에 자원입대했다.
"마닐라 존" 바실론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해병의 거칠지만 준비된 삶에서 행복을 찾았다. 아마 '레나 리기' 였을 것이다. 전쟁 영웅인 존은 레나와 결혼한 후 출정했던 전투해서 전사하고 만다. 태평양 전쟁 당시에도 언론의 보도는 참 재빠른 것인가 보다. 참전 군인들이 전사하고 나면 신문 기사가 먼저 나고, 그 다음에 가족들은 전사했다는 전보와 유품을 받게 된다. 1937년부터 1945년 일본 패망때까지 치뤄졌던 태평양 전쟁의 많은 전투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수많은 사연을 가진 젊은이들이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릴것 없이 목숨을 잃거나 다침으로서 몸에 상처를 얻었지만, 그 잔혹했던 전쟁과 바로 옆에서 죽어나가는 전우들을 바라보면서 비록 외상은 없었으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이들을 "전투피로증"에 걸렸다고 하며 '비전투 사상자"로 기록한다고 한다. 전쟁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리고 수많은 가족들의 슬픔을 요구하는 것만 같아 참을 수 없다.
유진 B. 슬레지
유명한 의사의 아들이자, 진지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를 지닌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시드니 필립스가 혼자수 군에 자원입대할 때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심장잡음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굴욕감을 느꼈다.
이 책은 참으로 사실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 주인공들 각자의 복무 기록과 서간문, 언론 보도, 회고록, 친구들의 회상, 사진,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씌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래서 책 중간에 나오는
지금까지 적의 주둔지에서 모두 합쳐 몇 백 명이 생포되었다.
그 중에는 노동자로 강제 징집된 한국인들이 많았다.
얼마나 마음아픈 현실인지... 특히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속이고 인육을 먹였다는 기사를 떠올리고는 미군들이 내뱉었던 "쪽발이"라는 단어가(어쩜 옮긴이의 생각이 다분히 월등했겠지만) 한켠으로 나를 위로했으리라..
나는 전쟁을 겪었던 세대로 아니고 군에 복무한 적이 없어 군에 대한 것도 전쟁에 대한 것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모르는 것 반인채로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여전히 드는 생각 하나로는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또한 더불어 지나온 전쟁을 잊어서도 안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내놓았던 전쟁! 수많은 가족들이 흘려야했던 눈물!
바로 그것이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하는 아픈 우리 모두의 역사의 한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