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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우연히 서점에서 만났던 책이다... 근데 이놈이 이렇게 의정부 온 도서관을 통틀어서도 구하기 힘든 놈인지도 몰랐다. 그냥 사버려~~~ 하는 생각도...
근데, 사서 소장하고싶은 마음이 쑝쑝쑝 솟아난다.
그러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이라는 걸 알았다. 다행이 드라마는 보지를 않았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생각이다. 원작과 드라마를 함께 보면 약간 원작을 잘 표현되지 못하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출수 없었던 적이 많아서 내가 정한(?) 나만의 철칙이다.
그래도 궁금한게 살짝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선준과 윤희가 처음에는 약간 대립하는(?)듯한데... 역시 이번도 나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좋아하던 애슐리(배우에게는 미안하지만)가 영~ 역시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주인공들을 모든 독자가 만족하게끔은 할수 없나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런데, 한사람은 찾았다.
여림 구용하!
책을 읽는 내내 혹시 작가가 송중기를 염두해두고 여림을 쓰지 않았나 착각이 들정도로 그가 떠올랐다. 실제로 성균관 스캔들을 보지 못했으니 송중기란 배우가 얼마나 여림을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송중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대물 김윤희 - 서로 당이 달랐던 부모님이 양쪽집에서 허락을 받지 못했기에 친가에서도 외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약한 동생때문에 여인이 할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그 시절, 할수 없이 남장을 하게 된다.
가랑 이선준 - 과연 가랑을 표현할 사람은 어데 있을까? 책으로는 애슐리 만큼이나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나 드라마로 과연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것 같다. 글자 하나하나가 머리속에서 만들어내는 선준!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그의 겸손함, 명석함이 그를 만들어낸다. 영화나 드라마를 멀리하고 굳이 책을 읽으려는 묘미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동성에게 느껴지는 감정을 스스로 다잡으며 누르고 누르는 절절함! 예전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의 공유처럼 현대극에서는-어쩜 많이도 개방된 요즘 시대에서도 그다지 쉽지 않은 설레임일 것이다. 헌데 선준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 정조임금때! 하지만 유교사상이 철저했던 조선시대에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이들이 있었으리라. 누르고 누르는 선준의 애절한 마음을 충분히 느낄수 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노론 최고의 집안 외동아드님이, 그동안 참고 참고 억눌렸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인 대물에게 키스를 할 때 선준의 마음이 헤아려지지 않는다. 어쩜 그저 대물은 여자이니 '괜찮다, 괜찮다'라는 위로를 해주고 싶을 뿐이었다.
걸오 문재신 - 미친말, 성균관 유생들은 그를 미친말이라고 하나 독자들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저 표현을 잘 못하는 귀여운 유생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성격때문에 우리의 걸오가 있지 않았을까. 형을 잃은 아픔을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면, 대물이 여자인줄 알면서 선준에게 보내지 않으리라 거칠게 대쉬했다면... 이 소설은 도저히 만들어 질수 없다. 걸오가 그런 성격인 탓에 홍벽서도 태어난것이고 대물을 사이에 두고 가랑과 티격태격 할수가 있지 않았을가 싶다. 걸오야 말로 제대로 순정파가 아닐까 싶다.
여림 구용하 - 여림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한마디가 내 머리속에서 송중기가 연기를 하고 있으니 더 유쾌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대물이 여자이지 않을가 제일 먼저 의심을 하는 인물이지만 어째, 마지막까지 정조임금도 아는데 우리 여림만은 모르는 것 같았다. 가랑과 걸오가 대물이 남자인줄 알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구 있을때 용감하게 동성에 대한 사랑(?)을 떠벌리는건 여림뿐인것 같다. 그런데 워낙 다른이들이 신경을 써주지 않기 때문에 걸오에 대한 키스마저도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여림이 대물, 가랑, 걸오에게 보이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정을 넘어서는 것 같다. 촐쌀대는 그가 있기에 이 '잘금4인방'의 우정과 사랑이 더 돋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간만에 너무 행복한 책을 만난것 같다. 내가 주인공인지 독자인지 가늠할수 없으면서 글자 하나하나에 전해져 오는 짜릿함이랄까... 그들에 대한 맘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