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쓰는 편지 : 두 번째 이야기 길 위에서 쓰는 편지 2
길 위에서 만난 승객들 지음, 명업식 엮음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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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쓰는 비밀 일기. 그런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면 비밀 일기가 아닌데... 익명으로 나오니 비밀 일기일까? 나는 예전부터 택시를 잘 타지 않았다. 택시를 잡기 위해 길에 서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웠다. 그런 버릇 탓인지 요즘도 그리 택시를 타는 편은 아니다. 택시 기사분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을 타입이네. 저자는 2022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택시에 비밀 일기장을 싣고 다니는 단 한대의 택시.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 다닐때 동아리방 일지가 생각났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들어지만 - 일지 뿐 아니라 동아리 자체가 - 당시에는 동아리에 가면 낙서도 하고, 일기도 쓰곤 했다. 익명으로 적어도 되었지만, 매번 만나는 사람들이니 아마도 비밀은 보장 받기 힘들었을테다. 하지만 택시는 기사님의 전화번호를 알기전에는 두번 다시 만나기는 정말 번개맞을 확률보다 낮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에 이 택시를 탄다면 나는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해봤다. 정작 택시를 타면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고정된 것을 보면 멀미가 난다.. 이런.. 무슨 경우가... 그리고, 내가 택시를 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올해는 엄마 덕분에 많이 탔지만.. 평균치를 넘었기 때문에 당분간 택시는 안 타지 않을까... 게다가 택시에도 정년이 있어 올해까지만으로 멈춘다는...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함께 동화되어 간다. 그리고 누구나 다 똑같은 것 같다. 회사 가기 싫고,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거나, 건강하길 빌고, 떠나간 누군가를 그리며.. 그래서 더 정겨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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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력 - 인류 진보의 핵심적인 역할
마르크 가스콘 지음, 에두아르드 알타리바 그림, 손성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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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제기하는 능력, 다르게 연결하는 능력.

어찌 보면 이 능력은 인류를 발전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봤지만 "왜"라는 질문을 사람은 뉴턴뿐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일화이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Yes'라고 말할 때 'No'할 수 있는 용기"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이 비판적인 사고력이 꼭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기에는 용기가 필요할 것도 같다.

또한 우리는 이런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만약 내 생각이 틀렸을 때는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과학 분야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학문이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에 마음을 열고, 때로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단, 이것은 과학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견을 나누면서 고민해야지만 더욱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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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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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1일...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재개된 보신각 타종이었다. 새해에 대한 설레임, 또 다른 시작이라고 여겨질 만한 시간이지만, 태오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생계형 직장인의 인생이 아니라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우아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의 돈에까지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횡령... 태오를 옥상 가장자리까지 끌고 왔다. 모두 잘 살아라. 나는... 옥상에서 발을 뗀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30층 건물에서 몸을 내던진 태오는 자신의 자취방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지금은 2018년이란다. 증권회사로 출근을 앞둔 2018년. 태오는 쾌재를 불렀다. 2018년 오늘은 여자친구 미연과 데이트가 있었다. 다시 리셋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흥분했다. 하지만 그 흥분은 미연을 만났을 때 모든게 깨져버렸다. 태오만이 아니라 모두 5년전으로 리셋되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리셋전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한단다. 하지만 기억은 어쩌랴. 예정대로 태오는 회사에 입사하고 출근했지만, 그의 횡령사실을 알았던 동료들의 시선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오는 퇴사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자금이 동결되었던 찬신이 찾아온다. 자신과 함께 미래를 세탁하는 일을 제안한다.

이 이야기는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다. 혼자만 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5년전으로 돌아 갔더라면 식상한 이야기가 될 뻔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기억을 간직한채 함께 리셋되었다. 그런데 부작용도 일어났다. 5년동안 일어났던 일은 없던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령 직장내 갑질을 해서 퇴사했던 사람은 돌아와 교묘하게 똑같은 짓을 한다. 하지만 트집잡힐 일들을 하지 않는다. 사고로 사망했던 사람들도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태어나야 했던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았다. 리셋전의 일들을 기억하기에 리셋후에 그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선수치는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세탁소에 사람들은 찾아온다.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작가는 "마스크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p.269)"라는 말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세상은 멈추었고, 행동엔 제약이 생겨버렸었다. 그래서, 그 이전의 세상이 그리웠었다. 하지만, 만약에 이제 연말이 되고, 새해가 시작할때 다시 5년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작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돌아가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머뭇거리게 된다. 낯선 2024년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리셋되는 것보다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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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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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 우리는 까마귀가 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어른들한테 가스라이팅 당했나? 까치에 비해서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데, 꽤 영리한 새라고 들었다. 은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를 찾기 위해 둘러보다가 아빠의 유품이었던 손거울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냥 포기할 수 없는 아빠의 유품이었기에 까마귀가 날아간 곳으로 쫓아간 창고. 그곳에 있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만나게 된 "보름달 안과"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안과.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도선생과 그 곳에서 일하는 미나를 만났다. 도선생의 통역(?)으로 까마귀는 석달만 안과에서 일하면 거울을 돌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환자 차트에는 증상과 더불어 영혼의 색, 영혼의 무게까지 적혀 있다. 이 곳은 까마귀의 인도로 찾아온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해 주는 곳이다. 치료를 받고 치료비로 도선생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목숨이라 할지라도...다른 것은 안된다.

변윤하 작가는 이번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 그림자 상점 >에 이은 이 책은 두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첫번째 소설에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비슷한 힐링 판타지 소설일 것이 분명할 것 같다.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은후와 아빠의 유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나와 도선생에 대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판타지 요소가 듬뿍 들어 있었던 책이어서 금새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2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말 2편이 나오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혹시 나도 모르게 "보름달 안과"에 다녀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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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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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베향이 은은하게 날 것 같은 소설 < 경성 브라운 >. 하지만 결코 그렇게 은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낭만적이리라 생각될 것 만 같았던 주인공들의 얽힌 관계가 1918년에서 1919년이라는 시대를 생각해볼 때 어쩜 폭풍전야를 느끼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경성브라운에 기가 막히게 커피를 만든다는 여급 '홍설'. 그녀를 주시하는 '요한'과 '미스터 리'. 그리고 궁녀 출신의 요리사 '명화'. 초반의 그들의 얽힌 관계들은 묘하다.

다급하게 일본에서 도망치는 홍자, 어쩌면 일본이 아니라 이번생에서 도망치려 했는지 모르지만, 낯선 은인이 건넨 배표, 이곳을 떠나 새로 시작하라는 말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겉은 냉철한 모습이지만, 다정다감한 그녀에게 언듯 언듯 보이는 과거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만 한다. 거사직전 동료들을 다 붙잡히고 혼자만 살아 남았던 요한은 홍설에게 배표를 건네주고 현해탄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지금은 경성에서 방물장수로 일하며 홍설을 마주했다. 궁녀로 지내다 궁궐을 나온 명화는 잠시 요한의 옥바라지를 했었다. 그리고 한량이며 이름을 밝히지도 않던 "미스터 리" 과연 그는 누구일까.

연애소설의 느낌을 지울수 없던 초반의 분위기가 역전이 되는 시점이 바로 개똥이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똥이의 모습과 오버랩 되던 홍설의 과거가 정치적인 것에서 도망치기 위해 미스터 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홍설이 마음을 바꾼 것은 개똥이의 죽음과 요한의 정체를 알고난 후부터인 것 같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지 못하면 일본은 조선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언제까지나 무력을 휘두를 것이란 걸요. 우리 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변절자까지 늘어나 고통은 배가 될 겁니다.(p.134)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바위를 치고, 누군가는 포기를 해버리게 된다. 그냥 포기만 하면 될 걸 변절을 하고 동료들에게 무력을 휘두르게 된다. 만약 나도 저 당시에 있었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게 될런지 매우 궁금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이 시대에서는 당연하게 독립을 위해 투쟁할 수 있겠다라고 할수 있지만, 한치앞도 모를 그 순간에는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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