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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ㅣ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평점 :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0.0000034%. 사랑에 빠지진 않아도 친구가 되거나 하는 확률은 조금 높긴 해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도 많고 광활할테니 말이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 우주와 양자역학이라는 분야를 접목시켜 말하는 부분들이 좀 많다. 그리고 초반의 내용을 읽으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떠 올랐다. 사실 여러 과학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그리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었긴 했는데, 어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건지. 뒤편으로 가면 아예 목차에 “슈뢰딩거의 그녀”가 나오는 걸 보면 이 소설에 푹 빠졌음에 틀림없다.
구온은 운명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외계인을 만날 확률의 40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가 0.0000034%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신발장에 들어있는 쪽지를 발견한다. “당신은 저의 운명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유치한 장난으로 따돌림이 시작되는 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구온 앞에 쪽지를 준 이노리가 등장한다.
구온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집에서 홀로 살며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사주신 우주도감이 보물처럼 여길 만큼 우주에 관심도 많다. 그런 구온을 이노리가 우주부로 이끌었다. 우주부 멤버는 다쓰미 선배, 아마미야, 그리고 우주부 담당 시도 선생님. 어쩌면 이 곳에선 구온은 그동안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이노리가 조금씩 구온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해 여름 이노리는 사라졌다. 사람을 죽이고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다쓰미, 아마미야, 시도 선생님과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게 된다.
초반에는 무심결에 읽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게는 익숙한 과학 이야기도 그다지 거부감은 없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는 이 어린 연인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애잔한지.. 어쩐지 양자역학이라는 부분의 조합때문인지 이 소설은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