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킬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7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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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는 때때로 본 적이 있지만(물론 책이 원작이라는 건 잘 몰랐지만), 책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다. 이 이야기도 770페이지의 들고 다니기에는 손목 건강이 우려될만한 책이지만 너무나 흥미로워서 책장이 거침없이 넘어가게 된다. 검색을 해보더라도 책보다 영화가 먼저 검색될 만큼 꽤 유명한 이야기이다. 25분가량의 영화 요약본으로 보고 시작을 했지만, 역시 영화에서는 살짝의 각색이 있어서 책을 읽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한 소도시. 10살 흑인 소녀(사실, 소녀보다는 어린이가 더 어울릴것 같다. 소녀라는 말은 괜히 중고등학생 정도를 생각하게 한다) 토냐는 술과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백인에게 참혹하게 폭행과 더불어 강간당한다. 겨우 목숨만을 건져 가족에게 돌아온 토냐가 처음 내뱉은 말은 '심부름 한 식료품을 땅에 떨어뜨려 죄송하다'였다. 그래서 더욱더 맘이 아팠다. 이런 어린이에게 도대체 무슨일을 한 것이란 말인가. 그걸 잘 했다고 떠벌리던 범인은 곧바로 체포되었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미시시피에서는 보석으로 풀려나 제대로된 처벌도 받지 못할 것이 뻔하다. 토냐의 아빠인 칼 리는 법정에서 이송 중이던 범인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살해하고 만다. 이 사건은 딸을 대신해 아버지가 복수했다는 것을 넘어 인종차별 문제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다.

어린이에 대한 가혹한 범죄부터, 가해자를 응징한 피해자 가족. 그리고 인종차별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 곳곳에 사회에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그 인기를 누리려는 변호사들. 그리고 칼 리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제이크에 가해지는 kkk단의 위협. 사실 위협을 넘어선 방화, 폭행, 살인등의 또 다른 범죄들이 발생한다.

피부색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이런 건방진 신념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있기에 참으로 안타깝다. 동양인을 바라보며 눈을 찢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그 무지함을 어찌해야 할까. 그렇다고 살인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겠지만, 당시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칼 리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솜방망이 같은 처벌에 피해자들을 분통 터지게 한다. 정말로 공정한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오기나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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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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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했었다. 추리작가로서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출판했고, 수십 년간 비밀에 부쳐졌다고 한다. 근데..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모르는게 너무 많다. 생각해보니 애거서를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그녀의 소설도 별로 읽지 않은듯 하다. 반성해야겠다. 각성하고 진지하게 읽어봐야겠다.

예전에는 주로 제목이나 개요를 보고 읽곤 했는데, 요즘에는 작가를 더 중점적으로 보는 편이다. 전자의 나였다면 아무 생각이 없이 읽었겠지만, 후자의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시작을 했을테다. 실제로 그랬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나는 몰랐지만), 또 다른 그녀의 필력을 감탄할 뿐이다.

조앤 스쿠다모어는 자상한 변호사 남편과 반듯하게 자란 아이들을 가진 중년 여성이다. 막내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동창인 블란치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와의 잠깐의 대화는 불쾌하기만 했다. 그리고 폭우로 인해 사막에 위치한 숙소에서 발이 묶이고 만다. 사막에서 홀로 산책을 하면서 조앤은 생각에 잠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된다.

혼자인 것은 참 위험한 것 같다. 혼자 있고 주변 또한 조용하게 되면 생각이 깊어진다. 처음엔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스타일 때문에(그녀의 소설이라면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살짝 당혹했지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온통 금이 가있었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게 된다면 이 책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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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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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2007년 벌어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배경으로 디아스포라(고전 그리스어로 파종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혹은 이주 그 자체를 의미한다.)와 죄책감의 문제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당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국내에서도 충격을 금치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초반에 영어를 잘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따돌림을 당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세 개의 빛 >에 등장하는 '노아 해리슨'과 '미셸 은영 송'. 노아는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은영은 이민자이다. 두 사람은 한국인이다 보니, 사건을 이야기를 할 때도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노아는 입양과 파양, 그리고 양아버지의 의한 양어머니의 총기 살해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 총기사건으로 무척 혼란스러워 했고, 결국엔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국에 함께 가자고 했던 약속을 남긴채.. 연인을 잃은 은영은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당시 '6일의 시간'에 대해 쓰는 것고 노아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장소로 여행을 가보라는 심리치료사의 조언에 따라 홀로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노아가 입양될 당시 그의 이름은 '남자아이 -1'이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오는 유학생이 입양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여학생이 '노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노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실제 수잔이야기를 먼저 알았는지, 영화를 보고 알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던 수잔은 낯선 서구사회에 동양인이면서 입양아의 신분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쟁고아들이 입양되기도 했지만, 그 후로도 해외입양이 계속되었고, 우리나라는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었다. 또한 상당수의 입양인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은영은 어릴때 친구였돈 현진을 함께 지내면서, 그리고 노아의 뿌리를 찾기위해 여러사람들과 만나면서 스스로도 조금씩 치유받아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 내 상황으로 보면 은영의 느낌을 십분 이해할 수가 있다. 매일 매일을 도돌이표를 돌며 사는 것 같은 일상.. 어쩌면 시간이 제일 좋은 치료제가 아닐까도 싶다. 속으로 삼키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고, 그것을 마주할 때.. 비로소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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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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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540여페이지가 되는 꽤 두꺼운 책이었는데, 가독성은 최고인것 같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처음에 등장하는

"1928년 '아팔리아 대홍수' 당시의 범람규모를 보여주는 지도"를 보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더 보이스" 신문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신문 말미에 등장하는 '오늘의 초성 퀴즈 '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줄은^^;; 또 하나 1927년 미시시피 대홍수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 당시 정치인들도 꽤 비열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사실,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들이 중요할 텐데.. 현실이나 소설 속이나 리더들이란.. 참말로..

비는 그치지 않고 있다. 2개월간 지속된 비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강의 수위가 낮아지길 기대했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비 때문에 기차 운행이 중단되게 되었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총리는 도망을 하게 된다. 마치 난리가 났을때 한양을 버리고 몽진을 떠나신 그분이 생각났다. 총리의 남편인 티모르는 기차에서 내려 '프래스토시'에 남는다. 총리가 도망을 쳤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몸집이 비슷한 하녀 글로리아가 총리 대역을 맡게 된다. 총리는 베일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어 그녀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점 때문에 이것이 가능해졌다. 과연 티모르와 글로리아는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소설이든 실제든 위급한 상황이 있으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통치자들는 도망가고, 정치인은 권력만을 쫓는다. 게다가 언론은 가짜 뉴스를 가지고 선동을 시작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발적으로 나서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들이다. 또한 이 소설의 배경은 1928년이지만, 지금 우리도 안심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계속되는 기후변화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닥칠수 있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여름마다 전해져 오는 집중 호우때문에 안타까운 상황들이 일어나는데 좀 더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 이런 비극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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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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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다. 시를 그저 글자로만 읽는 나로서는 절대로 상상조차 못할 능력을 '설록'은 갖고 있지 않은가. 아~ 이제사 생각해보니 보조(?)가 '완승'이었네. 역시 탐정의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셜록"과 "왓승"의 조합이네. 이 사실을 책을 읽는 동안 눈치를 못 챘다. 그저 '탐정이 녹차를 좋아하겠는데'라는 생각만 했으니, 책을 읽을 때 책에 끌려다니는 나로서는 탐정은 꿈도 못 꾸겠다. 사실 시를 외우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나오 한편 외워볼까 하고 외웠던 적이 있는데, 다 잊었다. 역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 같다. 정말로 시를 좋아해서 읇조리는 사람들은 그 양이 얼마가 되었든 간에, 상황에 맞춰 시가 줄줄 나오기 마련인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시를 통해 추리를 해나가니 이 점은 나와 맞는 것 같다.

"시 탐정 사무소" 사람들은 시를 들고 이 사무소를 찾는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 한편을 남긴고 사라진 사람들. 설록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며 시 속 화자의 심리를 알아냄은 물론 그와 동시에 그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처해 있는 상황을 읽어낸다. 사실, 어떻게 시 속 화자가 상황을 맞출수 있을까, 이야기의 스토리를 짜고 그에 맞춰 시를 적은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있는 시들이었다. 가끔 시와 친해지려고 시를 읽는데, 어쩌다 한줄 정도 공감가는 그런 말들이 있는데, 그런 느낌들일까. 그래서 좋아하고 음미하는 시이다 보니 그 속에 시를 좋아하는 심정들이 녹아있는 것일까. 참으로 신기해서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유독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열정이 사라진 아이돌'편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기혁도의 「빈 집」이라는 시와 관련되었는데, 보사노바 음악을 즐기던 아이돌 그룹의 리더 민아는 어느날 갑자기 의욕을 잃어 버린듯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던 제작자는 민아가 좋아하는 시집을 들고 설록을 찾아온다. 데뷔 전 버스킹을 했던 민아는 1년여의 구애 끝에 아이돌로 데뷔했다. 하지만 대중앞에 노래를 부를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스로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놔두고 다른 길로 도망쳐 온 거잖아요.(p.68)

민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 그룹에서 탈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두번씩이나 도망칠수 없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두번 도망칠 수 없으니 말이다. 가끔,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룰수 없게 되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좀처럼 헤어나올수 없을수도 있지만, 이 에피소드를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소망하던 것을 할 방법은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좋은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좋다. 다만 나는 시에서 찾지 못하고 책을 읽으며 찾는게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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