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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전편 <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을 읽은게 다행이었다.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면 전편부터 읽고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내 성격상 읽어야만 했고, 킴볼 형사와 릴리의 유대감(?)을 조금 더 느껴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꼭 전편 <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전편에서 킴볼은 릴리의 행적 때문에 테드와 미란다 부부의 사건에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를 미행하게 되었고, 미행을 눈치챈 릴리가 그를 칼로 찌르고 만다. 하지만 킴볼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리머릭(5행시) 때문에 사건은 반전되어 킴볼은 파면되었고, 이제는 사립탐정이 되었다. 어느날 그에게 옛제자였던 조앤이 찾아온다.(킴볼은 예전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한 적이 있다.) 남편의 외도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의심은 가지만 물증이 없었던 상태. 수사는 시작되었고, 외도 현장을 급습하기 직전 들린 세발의 총성. 조앤의 남편은 내연녀를 살해하고 자살하고 만다. 하지만, 킴볼은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조앤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우연이 아닌것 같다. 교사시절 일어난 총격사건 속에서도 킴볼과 조앤은 같은 현장에 있었다. 킴볼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릴리를 찾아가게 된다.
이야기 초반에는 킴볼과 조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이야기에는 시간의 간격이 존재한다. 킴볼이 현재 조앤의 남편을 수사하는 반면, 조앤은 어렸을 때, 그녀와 관계된 사건이 서술된다. 조앤은 릴리와는 같지만 결이 다른 인물이라고 할까. 제목이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릴리가 연관된 죽음에는 정말 죽여도 될 것 같다는 위험하지만 당위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앤이 연루된 사건은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신의 손으로가 아니라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강아지의 이름이 같았기에 동시간대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다가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을 때도 처음에는 같은 인물인줄 알았다가, '혹시 이름만 같은 인물인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 그 사실이 확인되었다. 무언가 한 건 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다지 뒷통수를 맞을만큼 반전에 속하는 것은 아니라 괜히 머쓱해졌다.
'죽여 마땅한 사람'과 '살려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어찌보면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이 소설의 제목은 '죽여 마땅한 사람'을 살짝 한번 틀은 것 같다. 세상에는 죽어도 되는 사람과 죽으면 안되는 사람이란 것은 없다고 본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우리의 뜻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릴리의 일은 묵인하며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아닐까. 킴볼과 릴리가 함께라고는 조금 어긋나는 점이 있지만 그래도, 킴볼과 릴리가 등장하는 소설을 멀지 않은 시기에 만날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