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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규입니다. 출퇴근길에 씁니다. - 마음돌봄 에세이
이현규 지음 / Bud / 2023년 10월
평점 :
운전면허증을 처음 땄을 때는 한동안 출퇴근을 자동차와 함께 했었다. 운전하는게 꽤 재밌기도 했고, 편하기도 했다. 남들과 다른 패턴으로 일하기 때문에 출근길은(남들과 퇴근길이 겹침) 조금 막히지만, 퇴근길은 그야말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처럼 달려서 빠르게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척 막히는 길은(물론 성격탓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싫다. 주차문제도 거슬리게 많았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고, 이제는 출퇴근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거의 종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모자라는 잠도 잘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잠을 자는 비중이 크긴 말이다. 출퇴근시간이 1시간이 넘는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긴시간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저자처럼 글을 쓰는 건설적인 일을 하면 좋은데.. 그냥 가정에만 국한적으로 건설적이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잠을 챙기.....
책장을 넘기면서 이것은 시인지... 에세인지... 하다가 기억이 났다. < 지하철에서 썼습니다 >의 작가님 아니신가. "시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쭉 밀고 나가시는데, 시에 약한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장르가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도 별로 부담감 없기도 하다. 또한 나의 출퇴근길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구나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안전구역"이라는 이야기는 딱 나를 보는 것만 같다. "마음이 부정적이면 어디에도 안전구역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상대방을 오해하고 대화의 창구를 일방적으로 닫아버리는 것은 인간관계의 기본 예의가 아닙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그때그때 내 생각이나 마음을 바로 말해야지 쌇아놓고 있으면 오해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 폭발물처럼 언젠가 터집니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관계를 평상시처럼 이어나가기 때문입니다.(p.35)" 사실 나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편이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내가 조금 더 하면 되겠거니 한다. 그러다가 폭탄이 터지듯이 한번에 터져버려 관계를 매정하게 끝내버리곤 한다. 하지만 요즘 느끼는 건 '나도 약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솔직하게 털어놨더라면 내 실속을 챙겼을까. 그동안의 나로 생각한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냥 터트려버리는 것도 나을듯 싶기도 하다.
작가님에게는 아니지만 참 안타까웠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날 119 구급차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며 마을기사 운전기사분이 경적을 울리면 짜증을 내며 험악한 욕까지 나왔다는 이야기를 보니.. 참.. 운전을 시작하고나서 싸이렌이 울리면 다급하게 백미러를 보면서 정체를 찾는다. 언제쯤 한쪽으로 비켜줘야 하는 것일까. "모세의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내겐, 119 구급차가 다르게 다가왔다. 그 차에 올라타야 했던 보호자였기 때문이다. 환자도 환자겠지만, 보호자의 입자로서도 얼마나 다급한지.. 싸이렌을 울리고 "피양을 해달라"고 하면서 급하게 병원까지 가는 그 길이 참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것 같다. 지금도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119 구급차를 만날때면, 저 안에는 얼마나 마음 졸이며 1초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하고픈 마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바라본다. 그 기사분도 그날은 무슨 일이 있었겠지. 그래서 다급한 환자를 미처 생각치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