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품격
김희재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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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풀어내는 '막장'에 관한 품격있는 장르 앤솔로지

이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큰 줄기의 이야기 속에,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윤정 작가는 방송 입봉작인 미니시리즈가 대박을 쳤다. 방송사는 신인배우의 2배 고료로 80회 계약을 한 것이다. 계속되는 윤정 작가 작품의 히트는 위약금을 물고, 다른 방송국과 계약을 해도 되었지만 국장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었던 참이다. 최국장은 남은 계약건을 터는 조건으로 '톱스타 데리고 막장하기'를 제안했다. 그래서 그 기획안에 따른 세가지 단편이야기가 실려있다. 물론 큰 줄거리가 되는 윤정작가와 지민호 작가와의 이야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욕하며서도 본다는 '막장' 기획안과 드라마 집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 꽤 흥미롭다.

당대 최고의 드라마 콤비. 지민호 감독과 이윤정 작가가 재회했다. 그리고, 드라마 주인공은 톱스타인 정수호와 추예지. 그래서 등장하는 세가지 기획안의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들은 다 정수호와 추예지이다. 첫번째 이야기 「남자를 나눠가진 여자들」은 각각 회사를 운영하던 추예지와 정수호. 회사를 합병하고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식 전날까지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에 남편의 뒷조사를 시킨 예지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를 가리지 않고 만난 남편. 나는 신혼인데 이게 무슨일이람. 남편의 내연녀들과 합심하여 이 나락으로 빠트릴 예정이다. 두번째 이야기 「막장 조작당」에서는 사귄지 5년. 기념여행에서 남자친구 엄마에게 이별을 통고받은 정아. 자살할 요량으로 뛰어들었던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던 수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고 자신이 복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국민 시어머니" 오디션을 통해 응징을 할 예정이다. 가상인물 "예지"로 거듭나는 정아. 과연 그녀는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이야기 「귀혼」 취업준비생인 추예지. 그녀는 대원그룹에 입사한다. 하지만 사장 비서실에서 만난 사장은 그야말로 '갑질 오브 갑질'을 한다. 하지만 어느날, 사장의 행방은 묘연하고, 대원그룹 오너가로부터 예지에게 영혼결혼식을 제안받는다. 댓가로는 어마어마한 돈을 제시받는다. 그 제안을 수락한 예지에게 사장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의 안녕을 빌기보다는 집안의 평화를 위한 음모가 있게 됨을 알게 된다.

이야기들은 정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막장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은 없다. 역시 소설이라 그런가.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들을 막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에는 현실에서 더 막장같은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에 '막장'이라기 하기에는 애교정도라고 봐줄까. 그야말로 '막장의 품격'을 지킨 이야기라고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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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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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래전에 청와대 견학을 가려 했었는데, 구제역이 꽤 크게 돌았었다. 그 때, 발신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왔었다. 청와대였다. 구제역 확산을 방지를 위해 청와대 관람을 자제해 달라는 전화였지만... 사실상 오지말라는 통보였다. 우리집은 경기도라 하지만, 서울과 인접된 도시인데... 축산농가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늘상 출근을 서울로 하는데 이게 뭔인일가 기분은 나빴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국가 원수가 머무르는 곳이니까, 지나쳐도 된다 싶다.

청와대에서의 공직생활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을 주기로 교체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천상현 요리사는 20년 4개월을 대통령의 요리사로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모신 대통령이 무려 다섯분이다. 대통령의 삼시세끼를 챙긴다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게다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예전 조선시대의 왕보다 조금은 더 친근해서(국민이 뽑기에) 그런지 기미상궁까지 있던 그 시대는 당연해 보여도 대통령의 식사를 그렇게 검식관(대통령이 먹을 식재료를 사전 검사하는 것에서부터 완성된 음식을 시식하는 일가지 담당)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번도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국정을 운영하는 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데,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당시의 상황을 맞춰서 식단을 짜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원하는 음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데 해외 순방길에 비행기 안에서 준비되지 앟은 메뉴를 찾았다는 일화가 있었다. 기지를 발휘해서 음식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굳이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그냥 드시고 싶어도 참고 착륙한 뒤에 찾으시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는 했다. 어쩜 재료가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면 다음에 해달라고 하셨겠지만, 또 모시는 입장에서 그런 기지를 발휘해서라도 원하시는 걸 준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개인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다는데, 한번 찾아가봐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이 드시던 음식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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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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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법의관이다. 어느날 소도시 용천시에서 발견된 변사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세현은 사체를 부검하면서 낯설지 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바로 그자다. 조균. 어린시절 조균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뒷처리는 자신에게 맡겼다. 그는 분명 죽었을텐데..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경찰에서 그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내야 한다. 아버지에게 벗어나 신분을 세탁하고 나서 촉망받는 법위관으로 살아가는 세현은, 조균이 경찰에 먼저 잡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력계 팀장인 정현은 기름처럼 다른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가운데, 자꾸만 옛 미제 사건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세현의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세현은 조균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를 만나게 되던 그 순간 묵직한 것에 맞아 정신을 잃게 된다.

작가는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꽤 사실감 있게, 법의관의 모습이나 경찰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출간전에 이미 영상화가 확정된 것 같다. 과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세현역이 누구일지 꽤 궁금하다. 세현을 '소시오패스'라고는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범죄에 노출되었고, 그 중심에 있었지만, 어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소시오패스라는 말은 좀 거북해보이지만, 어쩌면 이 것이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욕망을 잘 억제할 수 있는지... 참.. 어쨌든 나는 세현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엔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건현장을 바라보는 세현의 눈은 날카롭다. 정현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다른 형사들보다는 어린나이에 팀장에 오른 것 같다. 늘상 그렇듯이 살짝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세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정현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현과 정현이 서로 합심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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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비 오는 어둑한 거리를 걸어도두려움에 떨지 않고 따뜻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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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파수꾼 이판사판
신카와 호타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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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와 호타테는 전직 변호사였다고 한다. 전직이라고 하면 지금은 작가로 아예 전향한 것일까? 너무 많은 능력을 준 건 아닌지... 내게는 읽는 능력만 준 것 같은데, 너무나도 공정하지 않은것 같다. ^^;;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라는 바람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률 미스터리이며, '공정의 파수꾼' 시리즈의 1권이라고 한다. 그러면... 계속 시로쿠마와 고쇼부가 등장할 것 같다. 약혼자인 데쓰야와 헤어져 혹시나 고쇼부와 연결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워낙에 험지에서도 사랑이 꽃피는 스타일이라 결국엔 이렇게 연결되나 싶었는데, 약간의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그냥 그렇게 끝난것 같아서..또 사랑이 꽃피지 않아서 서운도 했는데, 시리즈라면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가라테 유단자로 경찰을 꿈꿨지만, 아버지의 부상으로 엄마는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경찰을 포기하던지, 엄마와의 연을 끊든지 하라고... 시로쿠마는 경찰을 포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되었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다치게 되자 엄마는 사무만 보는 것 아니었냐며 또 그만두라고 한다. 엄마 때문에 경찰을 포기했다고 하자, 엄마는 니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냐며 반문한다. 둘 중에 선택한 것은 너라고... 물론 이 이야기는 "웨딩업계의 카르텔"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엄마와 시로쿠마의 이야기에서도 불공정 거래가 눈에 띈다. 다른 선택지도 많은데, '경찰을 포기하는 것'과 '엄마와 인연을 끊는 것'만은 선택지로 준다. 당연히 딸 입장에서는 엄마와의 인연을 끊을 수 없기에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거의 강요에 가깝지만 그래도 엄마는 '니가 선택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웨딩업계에서도 이러한 담합으로 인한 요금 책정은 결국에는 소비자와 하청업체의 부담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이익금으로, 좋은 곳에 기부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잘못된 것을 가리기 위해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다. 엄마가 올해초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예정되어 있지 않고, 아침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던터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을 했던 터라, 외부로 나올 수가 없어서, 필요한 물품을 병원내 의료기기점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가격이 외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보다 1.5배 이상 턱없이 비쌌다. 환자를 위해서 어쩔수 없이 구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좀 씁쓸했다. 아마도 이것도 어떤 카르텔이 존재했기에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었다.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한 길은 참으로 험난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꼭 그 길로 가야만 할 것 같다. 아니,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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