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역사 수업 - 한국사로 들어가 세계사로 나오는
우현주 외 지음 / 주니어태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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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와 세계사를 연결하여 동시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비교하고, 그 속에서 역사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다. 이번에 출간된 '평행역사수업' 은 한국사와 세계사를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 역사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조망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특징은 '평행 역사'라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다. 같은 시대에 동서양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진 사건이나 인물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함으로써, 독자들이 역사적 흐름과 맥락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때 유럽에서는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문자 혁신과 지식 확산의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구성은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한국사와 세계사의 특정 사건을 병렬적으로 다룬다. 첫 번째 장에서는 불교와 크리스트교가 각각 동아시아와 로마 제국에서 공인되어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드는 과정을 비교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신라의 선덕여왕과 일본의 스이코 천황, 중국의 측천무후 등 동아시아 여성 군주들의 등장을 통해 여성 리더십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처럼 각 장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지닌 역사적 의의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조선의 세조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를 다룬 여섯 번째 장이다. 두 군주 모두 왕권 강화를 위해 형제나 친족을 제거하는 비정한 선택을 했으며,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책은 동서양의 역사가 서로 무관하지 않으며, 인간 사회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권력 투쟁과 정치적 갈등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 같은 환경적 요소가 역사에 미친 영향도 놓치지 않는다. 17세기 경신 대기근과 러시아 스텐카 라진의 봉기를 연결하여 기후 위기가 어떻게 사회적 혼란과 변혁으로 이어졌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역사가 단지 인간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이라는 외부 요인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도 다룬다. 3·1 운동과 아일랜드 독립전쟁, 4월 혁명과 아프리카 독립운동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독립 투쟁이라는 보편적인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문익환 목사와 넬슨 만델라를 비교하며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 헌신한 두 인물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을 키워줄 수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역사적 상상력을 가지고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역사 교양서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한국사로 들어가 세계사로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결국 역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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