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4285km, 가장 어두운 길 위에서 발견한 뜨거운 희망의 기록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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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5km 의 여정을 끝낸 에세이의 기록인 '와일드'.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중 하나로 솔직한 자기 고백과 섬세한 묘사가 작품에 잘 나타낸다. 저자의 인생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너지는 삶속에서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 - Pacific Crest Trail)' 일주를 계획한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극한의 도보여행 코스로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서 캐나다 국경까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도보여행 코스로 '악마의 코스' 라고 불린다. 따라서 이 책은 4,000km 가 넘는 거리를 3개월간 혼자 떠나는 일종의 '도보 여행기' 라고 할 수 있겠다. 걸어서 여행하는 과정 전에 어떻게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빈곤했지만 가족들이 함께 지내왔었던 시간들, 그리고 부끄러울 수 있는 고백이지만 내면의 고민들과 잘못들까지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돌연히 무너진 삶

2부. 슬퍼할 새 없이 걷다

3분. 눈부시고 아픈 길

4부. 뜨거운 야생에서

5부. 돌아가다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나? 하는 1부에서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열아홉살에 예상치 못하게 임신을 한 뒤 결혼하자마자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결혼을 한 엄마. 삼 남매를 키우고 새로운 남자친구와 함께 살아가던 엄마는 마흔 다섯이 되던 해에 폐암 선고를 받는다. 셰릴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50일이 채 못되서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그 뒤로 셰릴은 망가진 인생을 살게 된다. 자기도 모르던 정신적인 버팀목이었던 엄마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기에.



남편과 이혼까지 하게 되고 무분별한 성생활, 마약에 찌들어 살던 저자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여행 책자 안내서를 받아들고 그 곳으로 떠나야 겠다고 결심한다. 지금의 이런 삶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을 만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몰려드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애틋한 마음들. 혼자서 광대한 자연속을 거닐며 맞딱뜨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정을 무사히 마친다.

총 575 페이지라는 많은 양이지만 저자의 실감나도록 생생하게 기록한 이야기들 덕분에 지루할 새 없었다. 발톱이 빠질 정도로 걸어다니다가 나중에는 등산화를 떨어뜨리며 잃어버렸을 때에는 나조차 탄식이 나올 정도로 안타까웠다. 끝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는 알지만 마음속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저자가 꼭 무사히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읽어내려갔다. (실제 기록을 찾아보니 PCT 코스는 매년 8,000 명이 도전하지만 험난한 코스 때문에 약 125명만이 5개월에 걸쳐 완주에 성공한다고 한다.) 9개의 산맥를 비롯하여 고산지대, 화산지대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자연들을 걸으며 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인생과 닮아 있는 삶과 죽음의 코스인 PCT에 끌렸을지 모르겠다. 그리고이 이따금씩 여행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각자 다른 이유로 PCT에 도전하는 이들과 만남을 통해 서로 각자의 여행 속에서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 치유해 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우리도 살아가다보면 삶의 방향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어쩌면 무료한 삶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겠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추천!

'인생에 한 번은 의지할 지팡이 하나 없이 어두운 숲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가야 할 때가 온다.'

- 셰릴 스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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