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 오리지널 완역 일러스트 에디션
모리스 르블랑 지음, 벵상 말리에 그림, 권은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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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른을 막론하고 각 시대마다 우상 혹은 히어로들이 있다. 운동선수도 있고, 영화속의 캐릭터 일 수도 있고, 인기 있는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요즘은 워낙 많고 다양해진 인물들의 세상이라 저마다 취향대로 골라서 팬이 될 수 있지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인물은 100여년 이상을 내려온 전통있는 히어로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프랑스에서 온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Lupin이다.

뤼팽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당시에는 국민학교) 열심히 하이들과 돌려본 소설 속 주인공이다. 뛰어난 조수 왓슨과 함께 다니는 명석한 명탐정 홈즈와 더불어 신출귀몰한 괴도 뤼팽의 이야기는 마치 묘한 쾌남이자 악당같지 않은 매력으로 당시 소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사서 그의 이야기로 도란도란 나누던 추억이 있다. 뤼팽 (일본식 발음 '루팡' 이 더 친근하다) 은 소설을 넘어서서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각색되어 나오기도 하고 현재까지 괴도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든 작품의 모티브를 제공해주는 조상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포인트

뤼팽은 워낙 다양하게 출판되어서 (뤼팽으로 검색해보면 많은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들이 있다) 어느 책을 읽어야 할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다. 이번에 김영사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은 기존의 출판된 소설과 다르게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일단 원작을 완역을 했다는 것이다. 저마다 어떻게 번역을 했느냐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는데 원작을 이해하려면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모리스 르블랑은 사실 대중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으며 순수문학 (그 중에서도 심리주의 소설) 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심리학적 통찰을 제시하는 작품을 추구했고, 평단에서도 좋은 평을 얻었지만 인기는 부족했었고 마흔에 가까운 중년의 나이에 소위 대중에게 먹힐만한 소설인 뤼팽을 발표하게 된다. 원래는 단편으로 시작하고 끝낼 생각이었으나 독특한 소재와 인물, 스토리 라인 덕에 화제가 되고 20편 이상은 연제하게 된다.

그래서 뤼팽을 읽어보면 한번에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긴 호흡의 서술형 문장들이 간간이 나온다 (인물들의 행동 혹은 배경을 묘사할 때도). 이는 심리주의를 추구했던 작가의 색깔과 더불어 20세기 프랑스를 휩쓴 문예 사조인 사실주의, 낭만주의 풍체로 생각할 수 있다 (굉장히 섬세한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한국 서사문학의 미적 완성은 김훈의 작품이라고 느끼는 편이라 (문장은 간결하며 독창적인 느낌과 단어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완역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타협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 20세기 뤼팽의 느낌을 그대로 (1900년도 초반) 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면 일러스트라고 볼 수도 있다. 따뜻한 색채와 빛의 효과를 잘 사용한 부드러운 풍의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그린 '벵상 말리에 Vincent Malier' 의 작품이 60점 담겨있다. 원래 뤼팽의 표지에 사용된 원작 삽화와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일러스트만 보고 쉽게 다가갔다가 완역된 글을 읽고 (호흡이 긴 글은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을 덮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영국에 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엔 뤼팽이 있다' 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뤼팽 시리즈는 19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끈 프랑스 대중 소설의 대표작이었으며, 작가 또한 현대적 추리활극을 통해 인기와 명예 그리고 국가적 훈장 (레지옹 도뇌르 훈장) 을 수여받게 된다. 모리스 르블랑은 자기가 추구한 플로베르와 같은 순수문학에서 거장은 아니었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중들의 선택속에 지금까지 개정되고 여러 작품으로 남아 내려오는 그리고 전해질 영생의 '뤼팽' 을 낳은 것을 안다면 정통 문학의 길을 가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 : 20세기 뤼팽의 원작의 느낌을 살려서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 일러스트는 달콤하고 따뜻, 원작의 글은 다소 매운 맛!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다양한 외국 작품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높은 퀄로 내어주는 책을 볼때마다 유독 김영사 작품들이 많았다. 인기를 넘어서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을 잘 이해하는 매우 트렌디한 출판사라 생각한다. 땡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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