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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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있는 것, 말그대로 생물(生物) 에 대한 학문. 그 중에서도 인간에 초점을 맞춘 바이오 지식은 미래 과학 발전의 한 축이다. 이러한 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생물학에 대한 언어. 기본적인 공통의 지식과 그 배경에 대한 이해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통한 진보와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생제에 내성 있는 세균에 대한 치료법의 개발, 부작용 없는 항암제를 연구하며 친환경적인 생물 연료를 개발하는 것 모두 큰 틀에서 '생명' 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알듯 말듯 생소한 이름이지만, 생명시스템 living system 의 작동원리인 생물학을 연구한다는 큰 뜻이 담겨있는 시스템 생물학을 연구하는 김응빈 교수의 생물학 이야기를 들어보자.

Prologue

- 인류의 기원을 밝히고 미래를 만드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흙과 같은 자연환경에 흔히 존재하는 평범한 30여가지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물질들이 복잡하게 결합하며 시스템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전에 없던 새로운 흐름인 '생명' 이 나타났다. 생물학에서는 세포를 생명의 최소 단위로 본다. 다시 말해 세포는 가장 작은 단위의 생명시스템이다.

생물학에서는 무엇보다도 관찰과 실험을 할 수 있는 생명현상에 근거해 생물의 특성을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생명현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생명시스템을 구성 부분들로 나누어 분석한다. 그러나 생물은 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다. ... 생명현상은 세포에서 개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구성요소가 서로 치밀하게 연관되어 작용한 결과다. 만약이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규칙을 벗어나 작용하면 곧바로 전체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다.

-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21세기 생물학

21세기 생물학은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화합물 사이를 오가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규명해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방법론이 바로 시스템생물학 systems biology 이다. 말하자면 시스템생물학은 생물을 개별 구성요소 수준이 아닌 시스템 수준에서 연구함으로써 구성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생물의 변형과 복제를 넘어 설계와 제조까지 시도하고 있는 21세기 생물학에서 바이오의 야누스적 얼굴이 얼핏얼핏 보인다. 바이오 기술이 인류에게 큰 행복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전혀 예상치 못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늘날 생물학의 잠재력과 그 바람직한 쓸모를 살펴보자.



Chapter 01. 생명시스템의 시간을 되돌려라 : 세포

세포는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다. 손수 제작한 현미경으로 얇은 코르크 조각을 관찰하던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 Robert Hooke 은 마치 벌집처럼 작은 빈칸이 따닥따다 붙어 있는 모양을 보고 그 각각을 '세포' 라고 불렀다. 이후 17세기 현미경의 성능 향상으로 많은 과학자가 동식물 세포를 수없이 관찰했고, 세포염색법이 개발되면서 과학자들은 세포를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 뇌세포의 정체를 밝혀라

뇌는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다. 중추신경계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감각기관에서 전달받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해서 신체 각 부분에 명령을 내리고 기능을 조절한다. 뇌를 비롯한 신경계는 뉴런 neuron 이라는 신경세포로 구성된다. 뉴런은 다른 체세포와는 모습이 다르다. 바로 이 독특한 구조 때문에 '자극과 반응' 이라는 정보전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뉴런의 전기신호 전달에는 소듐 sodium (나트륨) 이온 Na+ 과 포타슘 potassiu (칼륨) 이온 K+ 이 핵심 역할을 한다. 뉴런이 자극을 받으면 세포막의 투과성이 갑자기 변해서 바깥쪽에 있던 소듐 이온이 빠르게 세포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세포막 안팎의 전위가 뒤바뀐다. 이를 탈분극 depolarization 이라 하고, 이에 따른 전위 변화를 활동전위 action potential 라고 한다. 정보전달은 뉴런 내부로 들어온 소듐이온이 옆으로 퍼지면서 연속적으로 탈분극을 일으킴에 따라 활동전위가 전도되면서 이뤄진다.

Chapter 02. 지구상 모든 존재를 살리는 숨쉬기의 과학 - 호흡

- 호흡,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라

호흡은 생물학적으로는 산소가 풍부한 바깥 공기를 코와 입으로 들이마셔 기도를 통해 허파로 보내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몸속 공기를 몸 바깥으로 이동시키는 기체교환 과정을 말한다. 허파꽈리 (폐포)에 이산화탄소를 내려놓고 산소를 실은 혈액은 심장이라는 강력한 펌프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 산소를 공급한다.

각 세포에 도달한 산소는 무슨 역할을 할까? '영양소에서 에너지를 얻게 함' 이 그 답이다. 세포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에너지 획득 방법을 세포호흡 cellular respiration 이라고 한다. 세포는 소화계가 음식을 분해하고 흡수해서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전달해준 영양소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산소를 이용한다.



- 호흡과 발효의 차이

일상생활에서는 '미생물 때문에 식품이 변질되는 것' '술이나 산성 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따위를 발효라고 한다. 산업에서는 발효가 '공기가 있거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대규모의 미생물 공정' 을 뜻한다. 좀 더 과학적인 정의는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만 일어나는 에너지 생산 과정' 이다. 무산소 호흡과 같은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무산소 호흡은 산소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했을 뿐 해당 유기화합물에 있는 모든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산화되는 완전연소다. 반면 발효는 타다 남은 (덜 산화된) 발효산물이 만들어지는 불완전연소다.

호흡으로 완전히 포도당을 태우면 (산화하면) 여기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모두 뽑아내고 최종산물인 물과 이산화탄소를 버린다 (배설 excretion). 그러나 발효를 하면 포도당에 있는 에너지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여전히 상당량의 에너지가 들어있는 발효산물을 배설로 내놓게 된다. 게다가 이 배설물이 과도하게 쌓이면 그 생명체에게 해롭기까지 하다. 보통 맥주와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각각 5%, 14% 정도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미생물의 배설물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Chapte 03. 인류의 기원을 읽는 정보 지도, 인간 게놈프로젝트 DNA

- 현대 생물학의 아이콘, DNA

DNA는 데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 의 약자다. 데옥시 deoxy를 살펴보면, 산소가 없다는 뜻인데 정확하게는 2번 탄소에 산소가 없다. 여기에 산소가 그대로 있으면 리보핵산 ribonucleic acid, RNA 이 된다. 핵산 necleic acid 는 말 그대로 '핵 안에 들어 있는 산' 이라는 뜻이다. 리보 ribo 는 5탄당 (5개의 탄소원자로된 당)인 리보스 ribose 를 지칭한다. 리보스는 산소원자(O)를 꼭짓점으로 4개의 탄소원자(C)가 만드는 오각형 구조이며, 5번 탄소는 4번 탄소에 결합해서 오각형 평면위로 솟아 있다.



- 생명시스템 연구는 DNA로 완결되지 않는다

유전자는 시스템 안팎을 오가는 다양한 신호들과 얽혀 네트워크를 이룬다. 따라서 DNA를 해독하는 것만으로는 생명현상을 밝힐 수 없다. 저명한 미국 미생물학자 칼 우즈는 분자생물학을 악보에 기재된 음표를 읽을 수는 있찌만 아직 음악을 들을 수는 없는 상태에 비유했다. 고립된 실체의 일부분만 (DNA) 아는 것으로는 생명현상을 온진히 이해할 수없다는 뜻이다.

21세기 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벗어나 시스템 수준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스템생물학은 수준별로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화합물 사이를 오가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규명해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렇게 환원주의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HGP 사업 이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오믹스 omics 기술이 큰 몫을 담당한다. 오믹스는 개별 유전자와 단백질, 대사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대비해서,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연구를 수행하는 전체론적 생물학 연구라고 할 수 있다.

4장의 미생물, 5장의 생태계 까지 포함해서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생물학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까지를 총 망라하고 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에서 배운 생물학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이야기하며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모습까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친절한 강의에서 오는 차곡 차곡 빌드업되어 나가는 생물학적 지식의 습득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시험을 위해 이해 없이 암기만 했던 과거의 지식들을 꺼내 하나씩 풀어주며 과학사, 화학, 생물까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생물학 강의. 미래의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부터 생물학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과학 교양서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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