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올컬러 에디션)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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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 들어와 다시 조명받는 철학자 중 하나가 바로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일 것이다. 그는 우리의 세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배격하고자 했었기에 사람들에게 '나다운 나' 가 되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고정되지 않고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던 그의 사상은 위험한 철학이라 여겨졌던 시대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았지만, 호와 불호가 분명했던 니체의 '말' 들을 한번 들여다보자.

Prologue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중 핵심 내용을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잠언록의 형식으로 정리했다. 니체는 시대가 민주주의를 외칠 때 반민주주의를 말하고, 모든 사람이 신을 숭배할 때 신을 배척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미치광이를 내세워 외쳤다.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한 니체의 말은 현실을 인식하도록 하던 기존의 형이상학적 근거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기존의 세속적 가치를 때려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 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문제는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기도만 해 대는 인간에게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라' 고 외치는 것이다.

니체는 용기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허무주의에 무릎 꿇지 않고 싸웠다. 니체는 현실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았고 삶을 사랑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가치 역시 스스로 결정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절대 가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능력을 가진 자' 로서 이전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여 맞서는 자가 니체가 이야기하는 '초인' 이다. 따라서 니체는 현실을 살아 가고 있는 인간을 위한 철학을 명확히 세운 것이다.



Chapter 01. 삶의 철학

- 숨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 그것은 삶이 안고 있는 고통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대의 배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바다 한 가운데에 띄워라. 그대들의 벗, 그리고 그대 자신과의 영속적인 투쟁에 헌신하라. 그대들, 인식하는 자여, 지배하고 소유할 수 없다면 약탈과 정복을 일삼는 자가 되어라. 겁을 집어먹은 사슴처럼 숲 속에 숨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머지 않아 사라진다.

- 진리는 그대에게 진실을 속삭이지 않는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진리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의지, 진리에 대한 그 숨막히는 사랑. 이것이 그대를 청춘의 광기로 물들이는 주범이다. 그대는 경험이 부족하고, 진지하며, 병적으로 쾌활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화상의 범위가 넓어지며 상처는 깊어만 간다. 진리의 가면을 벗겨도 여전히 진리는 그대에게 진실을 속삭이지 않는다. 그대는 이 모든 것에 절망한다. 삶을 받아들이기엔 그대가 너무 젊다.

Chapter 02. 흔들리는 양심

- 거부권은 나의 특권 중의 하나다

나는 최후의 반정치적인 독일인이다. 그런데 나의 조상은 폴란드 귀족이다. ... 아마도 폴란드 의원이 갖는 전통적인 특권 중 하나인 거부권이 내게 있는 모양이다.

- 하나의 신념에 매달린자는 무법자가 되기 쉽다

처음 걸려든 그 신념의 그물에 언제까지나 매달리려 하는 인간은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든 간에 변할 수 없는 그의 신념으로 말미암아 뒤처진 문화의 대표자가 되곤 한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낯설고, 어리석으며,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하고, 괴팍하며, 영원한 비방자로 남는다. 이들은 자신의 뒤떨어진 관념을 강요하고자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무법자가 되기 쉽다.



Chapter 04. 사색의 감옥

- 고통은 항상 우리에게 원인을 묻는다

우리는 타인에게 쾌감을 주거나 혹은 고통을 줄 때만이 타인이 나를 '인식'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우선 우리의 힘에 대해 '인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고통을 준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인식' 하는 데 쾌감보다 고통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고통은 항상 원인을 묻는다.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반대로 쾌감은 원인을 묻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의 쾌감이 되었다는 사실에 수치를 느낀다.

- 인간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인간의 행동은 약속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인간의 감정은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언제까지 사랑하겠다든지, 언제까지 증오하겠다든지, 혹은 언제까지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서슴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인간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일을 약속하는 것과 같다.

- 사람들은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분열이다. 어느 한 군데에도 획일성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발로 이 땅을 디딜 수 있는 자가 없다. 단지 사람들은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살고 있다.



Chapter 06. 존재의 가치

- 물질적 인간보다 도덕적 인간이 더 위험하다

도덕적 인간은 물질적 인간보다 더욱 위험하다. 왜냐하면 물질은 도덕을 잠재울 수 없으나, 도덕은 물질의 가치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명제는 역사적 인식으로 단련되어 언젠가는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 인류의 형이상학적 요구를 찍어버릴 도끼로 사용될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축복이 될지 혹은 저주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 하루의 반도 나를 위해 쓰지 못한다면 노예일 뿐이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오늘날에도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리된다. 만약 하루의 3분의 2 정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그가 정치가이든 상인이든 혹은 관리나 학자이든 그저 노예일 뿐이다.

니체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참으로 불친절한 책이다. 시중에도 니체의 정신과 철학을 해석하고 풀어주는 책은 많지만 원문의 해석만 가져다 놓고 독자에게 해석을 맡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갖게되는 원성과 만족은 뚜렷하게 갈릴 것 같다. 니체가 말하는 원문에 집중함으로서 개인 저마다의 해석으로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긍정적인 반면에, 일부 해석하기 힘든 (한글 해석을 거치면서 번역 하기 힘든 문장과 단어들은 더더욱) 구절들과 예상하지 못한 문장의 맥락을 두고 계속해서 읽을 것인가? 탄식하며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개인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니체의 철학적 정신을 오판하게 되면 보편적 가치 기준마저 흔들려 버릴 위험성도 있다.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 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존의 형이상학적 보편성을 부수고, 본인의 도덕적 원칙을 세우기를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다. 다만 그 의미를 자기 중심적으로만 해석해버리면 사회적측면에서의 개인의 극단적인 일탈 행동마저 허용해버릴 수 있다.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도덕 기준을 세워서 행동한다면 이 사회는 얼마나 혼란해질것인가? 니체가 강조한 '초인' 은 진정한 자유인이며 혼란 스러운 세상 속에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가는 현실을 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



때문에 이 책을 높게 보자면 독자 개개인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편집된 니체의 잠언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이 해석하기 힘든 니체의 철학을 그대로 던진 것은 자칫 위험한 철학적 해석을 가져올 여지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철학에 대한 사고가 옅어지는 시기에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대중들의 인기에서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안타까움 또한 함께 생겨난다. 대중들은 작가가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다정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좋은 니체의 철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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