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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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칼보다 강하다. 그리고 글이 말보다 더 아프다.

사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물리적인 힘이 아닌 글의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잉크로 남긴 글은 증거가 되고 내가 쓴 비루한 문장들과 글귀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으니 글로 남기는 건 신중해야 하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이러한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글귀를 만드는 것이 주업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카피라이터 copywriter. 광고 문안인 카피를 쓰는 사람들.

그들은 글 자체가 가지는 매력에다가 상품과 사업, 브랜드를 묶어 소비자 (관중) 들에게 전달하는 이들이다. 상품, 서비스의 스토리를 대필해주는 펜이라는 무기를 든 용병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어쌔신 급의 프로 카피 라이터 정철 작가가 (책을 썼으니 작가다) 새롭게 개정판을 발간했다. '카피책'. 명쾌한 이름처럼 사람들 가슴속에 글로 쐐기를 박는 그의 메시지를 배워보자.

Prologue

이 책을 카피라이터로 살라온 내 인생의 압축이다. 카피라이터로 살만큼 살았으니 카피를 바라보는 개똥철학도 생겼을 것이고 카피 쓰는 요령도 조금은 쌓였을 것이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것들이겠지만 이제 그것들을 풀어놓으려 한다. 창피해서 나 혼자 감춰 두고 보던 것을 에라 모르겠다, 후배 카피라이터들과 나누려 한다.

- 나는 이렇게 썼는데 너는 어떻게 쓸래?

책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외로운 주장도 있을 것이고 시대에 뒤진 생각도 있을 것이다. 비약과 무리와 과장과 무지와 억지도 있을 것이다. 하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카피책을 기대하셨다면 읽지 않는 게 좋다. 정철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머리를 굴리는지, 어떻게 연필을 굴리는지, 그의 머릿속과 연플 끝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이다.



Session 01. 이렇게 연필을 씁니다

Chapter 01. 글자로 그림을 그려라

- 카피를 쓸 때는 구체적으로 써라.

막연한 카피, 추상적인 카피, 관념적인 카피와 멀어지려고 애써라. 구체적으로 써라. 구체적인 카피는 머릿속게 그림을 그려 준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건 사진 한 장을 찍어 카피와 함께 머릿속에 배달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더 생생하게, 더 강렬하게,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잘 생겼다 -> 강동원 동생일거야

많다 -> 삼십육만 칠천팔백개

꼼꼼하다 -> 손톱 열 개 깎는 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

구체적인 카피는 쉽다. 재미있다. 형용사나 부사 같은 수식어가 어지럽게 널려 있지 않고 명사가 문장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구체성! 1년에 삼백예순다섯 번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Chapter 02.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라

익숙한 조합은 낯선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졸음, 하품, 취침으로 이어지기 딱 좋은 조합이다. 우리는 하는 말의 90퍼센트를 쓰는 글의 90퍼센트를 이런 익숙한 조합으로 ㅁ나들어 낸다. 그리고는 말이 진부하다, 글에 임팩트가 없다고 투덜거린다. 익숙한것은 편안하다. 편안해서는 눈을 끌 수 없다. 어딘가 불편해야 한다. 불편해야 눈이 모인다.

좋은 반대

옳은 반대

착한 반대

아름다운 바퀴벌레

아름다운 고리대금업자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라

Chapter 03. 바디카피는 부엌칼로 쓰십시오

- 어지럽지 않게 글을 쓰는 법

글에 집중이 되지 않는 건 문장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문, 복문 마구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 신경쓰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면 글을 잘게 썰어야 한다. 연필 대신 칼을 들고 김밥 썰듯, 깍두기 썰듯 글을 썰어야 한다. 짧은 문장이 툭툭 이어질 때

잘게 썰어라

문장이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그것을 두 문장이나 세 문장으로 쪼개십시오. 틀림없이 쪼개집니다.



Chapter 04. 소비자 한 사람과 마주 앉아라

대중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라. 주장하지 말고 대화하라. 강요하지 말고 공감을 찾아 던져라. 공감을 무기로 설득해라. 이야기는 당신이 하고 있지만 오히려 당신이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사람들을 알고 싶으면 사람들을 만나지 마세요.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세요.

카피는 웅변이 아니라 대화

카피는 주장이 아니라 공감

카피는 강요가 아니라 설득

Chapter 05. 사칙연산을 활용하여 맛을 살려라

카피라이터는 주방장이다. 말과 글을 재료로 소비자 입에 맞는 음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주방장이다. 주방장마다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카피라이터가 1천 명 있다면 1천 가지 레시피가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레시피를 다 알수는 없는 일이다. ... 나는 카피 맛을 내는 방법으로 네 가지 요리 도구를 사용한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사칙연산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그것이다. 카피를 썼는데 맛이 조금 섭섭하다 싶으면 초등학생으로 돌아가라.

- 더하기

"네, 금연입니다"

'금연!' 보다 훨씬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 [네] 라는 글자 하나가 메시지의 맛과 표정을 확 바꿔 놓은 것이다.

- 빼기

우리, 모두, 함께

때로는 생략이 맛을 살린다. 때로는 생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메시지 전달에 집착하지 말고 과감하게 생략하여 리듬과 흐름을 만드는 작업. 솜씨 좋은 주방장은 이런 음식도 잘 만든다. 메시지 전달이 허전하다 싶으면 서브헤드 라는 보조 요리를 곁들여 보충 설명을 해주면 된다.

- 곱하기

공부보다 중요한 것을 공부합니다.

집중에 집중하다

밥보다 더 맛있는 밥

더하기가 밖에서 쓸 만한 놈을 데려와 쑤셔 넣는 일이라면, 곱하기는 쓸만한 놈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그 문장 안에서 찾는다. 안에서 찾은 그놈을 곱하기 2 해서 두번 사용한다. 즉 한 문장에 같은 단어 (또는 구절)을 두번 사용함으로써 맛을 살리는 방법이다. 반복의 맛이다.



Session 2. 이렇게 머리를 씁니다

Chapter 17. 상품보다 먼저 사람을 보라

그렇다. 사람이 카피를 쓰고 사람이 카피를 읽는다. 이 절대 원칙이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가장 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가장 울림이 큰 주제와 소재일 것이다. 광고제에서도 휴머니티 humanity 가 상을 휩쓴다.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크리에이티브 테마이다.

상품을 보지 말고, 그 상품을 사용할 사람을 보자. 상품을 보여주지 말고 그 상품을 보자. 상품을 보여주지 말고 그 상품을 사용할 사람을 보여 주자. 죽은 상품에서 끄집어낸 죽은 이야기를 하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에서 끄집어낸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하자. 재미, 흥미, 의미 모두 사람에서 나온다.

Chapter 19. 브랜드 네임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라

브랜드 네임을 활용하라. 슬로건 또는 헤드라인에 넣어 쓸 수만 있다면 두말 말고 적극 갖다 써라. 다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카피라면 걷어차 버려라. 그것이 생각의 문일 수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붙이고 자르고 비틀고 뒤빚고 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조합을 찾아 낼 수 있다. 제품과의 연결고리, 가장 탄탄한 고리가 바로 브랜드이다.

Chapter 21. 슬로건을 앞세우고 전장에 나가라

카피가 먼저 세워지면 광고 가야 할 방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주얼이 먼저 정해지면 그것에 어울리는 카피 찾아다니다가 자칫 너무 멀리 가 버릴 수도 있다. 비주얼이라는 제약 때문에 울림도 힘도 없는 카피가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카피 먼저라고 말한다.

카피 중에서도 어떤 카피 먼저냐고 묻는다면 슬로건 먼저라고 대답한다. 힘 있는 슬로건이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모든 게 흔들리지 않는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 머릿속에 같은 슬로건이 각인되어 있다면 엉뚱하게 남의 다리 긁는 크리에이티브는 나오지 않는다.

어떤 챕터를 골라서 글을 남길까. 소박한 블로그이지만 나도 책 한장 한장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글을 짧게 전달력 있게 쓰고,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해라. 그래야 시선이 모인다는 그의 가르침이 가장 깊게 들어왔다. 그래 글이란건 쓰는 사람이 아닌 철저하게 읽는 사람이 되어 가슴을 파고 들어야 하는 것이다. 카피 라이터들도 뻔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뒤돌아서 읽고 싶은 중독성 있는 글귀를 창조해야 하니 여간 어려운 직업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카피라이터 정철의 이야기는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기본이자 에센셜을 추렸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카피 뿐 아니라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렇게 쓰는게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에 담긴 카피들의 절반 이상은 그의 정치적 스탠드가 철철 묻어난다. '나는 누구를 지지하오!, 나는 이러한 사람이오!' 라는 정치색 깃든 펜물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흘러내리는 것 같다. 완전한 정치 카피라이터로 돌아선 느낌이라 아쉽기도 하다. 다만 그것만 감당할 수 있다면, 그의 정치색을 띤 물만 손으로 훔쳐 떨쳐낸다면 이 책은 카피 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에게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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